탈영 한번없이 타국땅에서 성실하게 솔로부대원으로 지내고 있는 27먹은 남정네입니다.
오늘은 너무나 먹고 싶었던 오징어 순대와 더불어 호박과 시금치를 곁들인 크림 스파게티를 요리해보았습니다.
우선 시마트에 가봐도 외국 오징어는 큼직하고 맛없는 것 밖에 찾질 못하겠던 관계로 한국식품점에서 오징어를 납치해왔습니다.
그리고 동족상잔의 비극이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속에 들어갈 재료는 사실 돼지고기를 보편적으로 쓰는 것 같았지만, 어머니께서 드시지 못하는 관계로 냉장고에 있던 소고기를 열심히 다졌습니다.
몸통에서 분리해낸 오징어다리도 다졌습니다. 양파, 시금치, 두부, 당면도 열심히 다졌고, 찹쌀로 밥을 지어 준비해놓았습니다.
이 아이들은 간장(저염), 굴소스, 요리당, 식초, 참기름과 함께 볶고 비벼주었습니다.
그 후, 계란하나 밀가루 한스푼을 풀어 오징어 몸통에 눌러 담았습니다.
찜기로 오유인 오징어를 찌는 장면은 너무 잔인하여 삭제하였습니다. 나름 꾹국 속을 안채우고 여유있게 채웠다고 생각했는데
20분정도 다 찌고 나니 한마리가 조금 터졌더라구요..
완성된 오징어순대 입니다.
조금 식혀서 썰어야 잘 썰린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예쁘게 잘렸습니다.
사실 소를 너무 많이 만들었는데 나중에 만두나 빚어먹어야할 것 같습니다.
오징어 순대로만으로는 제 위장을 채우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에 요리 하나 더!
스파게티 면을 삶아 놓고, 호박과 시금치를 익히고 데쳐서 우유와 함께 블렌더로 갈아주었습니다.
버터에 다진마늘과 밀가루를 살짝 볶아주다가 호박/시금 우유를 부어 약불로 가열했습니다.
양파도 썰어 넣어주고 파마산치즈를 뿌려 간단하게 크림 소스 완성.
말린 바질잎 가루를 뿌려서 향을 추가.
페투치니 면이 없어 일반 스파게티 면을 사용했습니다.
소스와 함께 면을 살짝 다시 가열해주고 접시에 담아 완성.
파슬리 가루는 덤 취향대로...
뭔가 안어울리는 것 같지만 꽤 조합이 괜찮았던 일요일 아점 완성.
일해서 돈 벌어오고 요리라도 해서 부모님께 드리니 집에서 쫓겨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서글프고 착잡한 마음을 향긋한 오징어 향이 달래주는 좋은 식사였습니다.
호박도 오징어도 모두 형제와 같죠... 함께하면 외롭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