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중재안이 김 대표의 화를 돋구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분노의 대상은 중앙위원회였으나 중재안 때문에 화가 비대위로 옮겨붙었다. 결정적인 건 자신을 2번에서 14번으로 밀어낸 것이다. 자존심을 건드렸다. 김 대표는 중앙위원들의 요구 사항이 주로 ‘칸막이를 허물라’는 것이었는데 비대위원들이 ‘2번 김종인’으로 쟁점을 몰아갔다고 여겼다. 김종인 대표 순번을 14번으로 돌리자고 처음으로 주장한 어느 비대위원은 나중에 자신에게 화살이 집중되자 “아니, 김 대표가 스스로 번호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억울해 했지만 김종인 대표의 눈밖에 나버린 상태였다.
전략공천 7명도 심기를 건드렸다. 자신은 3명만 지명했는데 비대위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팔아 은근슬쩍 4명을 끼워넣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4명은 김숙희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문미옥 전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기획정책실장, 이수혁 전 6자회담수석대표, 김성수 대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여기지 않은 것이다. (중략)
‘공천 파동’을 평가할 때 제일 큰 몫의 책임은 김종인 대표에게 돌아간다. 누가 뭐라고 해도 ‘비례 2번 셀프 지명’과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박경미 교수를 1번에 공천하기로 한 것은 김종인 대표의 선택이었다. 결정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오랫동안 지켜온 정체성과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태가 악화된 데는 비대위원들의 ‘욕심’ 또한 결코 가볍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과거 당의 최고위원들이 자기 몫으로 지역구나 비례대표 공천권을 행사하려 한 구태를 더민주 비대위원들도 똑같이 반복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의 비대위원들은 과거 최고위원들과 달리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데도 그랬다. 서로 이질적인 김종인 대표와 중앙위원들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지는 못할망정 자기 몫만 챙기고는 ‘나 몰라라’ 한 건 비대위원들의 두 번째 죄목이다. 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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