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신고 서류를 작성할 때 선관위 직원들의 검토를 받았습니다.
- "집이나 자가용이 있나요?"
- "아니요".
- "전세권이나 예금은?"
- "없습니다"
"블라블라"
- "작년 연말 기준이면 제가 통장에 한 200만원정도 있었을텐데..."
- "1000만원 미만은 신고대상이 아닙니다...." "네....."
- "결국 재산이 0원이시네요"
- "아...그런가요....제가 뭔가 잘 못살아온 듯한..."
- "아닙니다. 다만...그런데 제가 만약 상대당이면 이의제기 할 수도 있습니다. 0원이니까요"
- "네...제가 봐도 그럴 수 있겠네요. 그럼 어쩌죠?"
- "다시 한번 알아보세요. 혹시 보험같은것 없나요?"
- "혹시 어머니가 저 모르게 들어놓으셨을 수도 있으니 전화해 볼게요! 엄마! 저 혹시 보험 같은 거 제 이름으로 들어놓은 것 없어요?"
- (어머니) "없다. 미안하다. 아들아..보험이라도 하나 들어놓을걸...ㅠㅠ"
- "아니에요...괜찮아요. 엄마..ㅠㅠ"
여하튼 그렇게 제가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1인당 평균재산의 평균을 많이 깍아 먹었습니다.
사실 저만 재산이 0원은 아닙니다. 정의당의 배준호 후보를 비롯해 타 당의 후보들 중 상당수의 청년후보들도 재산이 0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뭐...그런거죠.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다들 그렇게 살아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진지모드입니다>
요며칠 한 청년후보가 '흙수저'를 표방했는데, 그 후보의 1억원 가까운 재산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이 부정하게 모은 것이 아니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거홍보의 적절성 차원에서 몇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를 하려는 청년들이 서로 '가난'을 경쟁적으로 증명해야 하거나 고난스러운 삶을 검증받아야 하는 것처럼 흘러가는 것이 저는 조금 불편합니다. 청년들이 가난한 것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이지 무슨 훈장이나 증명서 같은 것이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누군가를 대변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정치는 대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이해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실천의지와 비전으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난과 고난이 부끄러움이 되어서도 안되지만 또한 그것이 자랑이나 검증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됩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가난과 고통을 빚어낸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지나치게 됩니다.
우리는 가난을 무기로 저항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이유로 정치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서로가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각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함께 소통하고 이 공동체 안에서 더 아름답게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정치를 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출처 | 조성주 후보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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