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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새벽 3시 우체통옆에는 누군가 앉아있었다(스압)
게시물ID : panic_701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만화보는사람
추천 : 4
조회수 : 207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7/12 23:18:49
[겨울 새벽3시, 우체통 옆에는 누군가 앉아있었다] 

  중학교 2학년 12월 겨울에 있었던 일이예요. 
 기말고사 시즌이라 저는 동네친구이자 같은반 친구인 정수와 독서실을 끊고 열심히 벼락치기로 공부를 했어요. 
독서실 들어갈때 애초 계획이 워낙에 평소 공부를 안해놔서 독서실에서 아침까지 밤 새고 바로 학교로 가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날 갔던 독서실이 새벽3시까지만 하는 곳이었던 거에요. 그동안 정수랑 늘 가던 다른 독서실이 있었는데, 지겹기도 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공부해보자고 이 독서실에 처음으로 왔던 것인데... 당연히 이곳도 다른 곳처럼 밤을 샐 수 있겠지 하고 들어올때 시간확인을 안 했던 거죠.  
비록 벼락치기였지만 한참 몰입을 하고있었던 터라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새벽3시에 밖으로 나가야 되니 공부도 맥이 끊겨서 짜증나고 1분 1초가 급한데 이러면서 시간을 허비하니 이래저래 짜증이 났어요. 
정수와 전 툴툴거리며 급히 짐을 챙겨 독서실 밖으로 나왔어요. 
새벽 3시, 시간도 어정쩡하니 난감하고, 중간에 맥도 끊겨서 김새고... 
그냥 저랑 정수는 각자 집으로 향하기로 했어요.  
저랑 정수는 같은 동네에 살았어요. 많은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다세대주택촌이었고요, 우리집과 정수네집도 아주 가까웠어요. 그래서 끝까지 향하는 곳이 같았어요.  

그렇게 저는 정수랑 새벽3시에 독서실을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차가운 새벽길을 걸었어요.  차가운 겨울 새벽3시의 길거리는 정말 소리 하나 안들리고 고요하고 그 무거운 정적이 숨막히도록 스산했어요. 소리라고는 저와 정수의 대화소리와 발걸음 소리뿐...
 걸을 때마다 땅에 돌멩이나 모래가 밣히는 싸그락 싸그락 그 미세한 소리마저 고요한 새벽거리에 크게 울려퍼져 음산하게 느껴졌어요.

 "새벽이 밤보다 더 무서운 거 같아. 혼자 걸으면 진짜 무섭겠다.  둘이 걷는데도 이런데..." 
 "원래 새벽이 밤보다 더 무서운 거야. 밤에는 사람이라도 지나다니지.  어후... 진짜 조용하다..."
 "겨울이라 더 그렇지. 여긴 큰 거리인데도 이렇게 음산한데... 우리 동네 지금 장난아니겠다."
 "그러게. 아 진짜 우리동네지만 정말 가기싫다!" 

 다세대주택가인 우리 동네는 흉흉한 소문도 많고 이런저런 범죄도 많이 일어나는 우범지역으로 유명했어요. 
6사람들이 더워서 밖에 많이 나와있는 여름밤은 괜찮은데 길에 인적이 뜸해지는 겨울밤은 정말 답이 없었어요. 
 더구나 정수랑 저는 새벽3시에 둘이서 길을 걷고 있었어요. 
아무도 없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겨울 새벽3시의 길거리를요... 동네가 이런저런 안 좋은 소문도 많고 우범지역이다보니 그 체감적인 심적부담은 더 크게 다가왔죠.  
그렇게 우리는 무서움을 참아내며 집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초등학교 문방구 골목에 다다르게 됐어요. 
그런데 그때 우리는 멀리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좋지않은 기분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날이 날이라고... 저 멀리 진달래문방구가 속해있는 건물 2층에 명칭을 잘 모르겠는데, 사람 죽었을 때 상갓집 입구에 매달아놓는 노란통 있잖아요? 
그게 걸려있더라고요. 
 그 노란통이 재수없거나 절대 그런건 아니지만, 그 상황에서 봤다고 생각해보세요. 
너무나도 고요하고 음산한 겨울새벽에... 시간은 새벽3시에서 4시를 향하고 있었고요.  
당시 돌아가신 분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그때 저랑 정수는 멀리서 음산한 불빛을 내뿜는 그 노란통을 보며 재수없어 라는 말을 연발했어요. 
평소에 봤을때 아무 느낌 없었는데 그 상황에서는 참... 

  "아~놔! 저거 노란통 뭐야?! 재수없게 진짜..." 
 "야야야 빨리 지나가자. 저거 이 시간에 보니까 기분 이상하다,야. 빨리 가자." 

 집으로 향하는 골목으로 꺾어서 들어가야하는데 어쩔 수 없이 노란통이 걸려있는 그 건물 옆으로 지나가야만 했어요. 점점 가까워오는 노란통. 무서우면서도 호기심에 힘끔 올려다봤다가 괜시리 기분이 좀 찝찝해서 얼른 고개를 돌려버렸죠.
 그리고 더 무서워져서 더 빨리 걸었어요.  
그렇게 △△초등학교 문방구골목 맨 끝쪽에 있는 한 분식점과 우체통을 지나 우리집이 있는 골목으로 급히 꺾어들어가는데...

 그,그런데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정말 저에겐 충격적인 일이었어요! 
 옆에서 내내 같이 걷고있던 정수가 갑자기 으으...으으으윽!!! 이런 괴이한 신음소리를 내더니만 저를 놔두고 자기 혼자 미친듯이 앞으로 달리는거예요! 
옆에서 같이 잘 걷다가 갑자기요. 
* 진짜 깜짝 놀랐어요. 얼마나 제가 깜짝 놀랐겠어요. 그 조용한 새벽길에 옆에서 조용히 같이 걷고있던 친구놈이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혼자 뛰어나가는데... 

 "뭐..뭐야?! 저새끼 갑자기 왜 저래?!" 
 갑자기 일어난 일에 저는 너무 놀라서 잠시 길에 멈춰서서 저만치 도망치듯 뛰고있는 정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그러다 저도 무서운 와중속에서도 본능적으로 정수를 잡으려고 미친듯이 달렸어요. 도대체 갑자기 왜 그러는지 물어야만 했어요. 
 새벽4시가 다 되어가는 고요한 겨울새벽 길이었기에. 제 달리는 소리가 총소리처럼 탕탕탕탕...!!! 하고 귓전에 울려퍼졌어요. 
정수를 잡으려고 정신없이 달리는 와중에도 두려움이 점점 더 커져가고 알수 없는 섬뜩한... 안좋은 기분이 전신을 감싸오기 시작했어요.

 "야!야! 정수야! 거기 서! 야! 너 갑자기 왜 그래?!  거기 서보라고!!!" 
 저는 달리면서 계속해서 정수에게 멈추라고 크게 외쳤어요. 달리면서 그렇게 소리라도 안 쳤으면 더 무서웠을거예요. 하지만 정수는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계속해서 미친놈처럼 멈출 생각 안하고 뛰기만 했어요. 그런 정수의 뛰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표현하기 힘든... 초조함을 넘어 공포심이 슬슬 밀려왔어요.

 정수는 장난끼가 있거나 헛소리를 하는 친구가 아니었어요. 15살 소년치고 정말 예의바르고 아주 차분한 친구예요. 입도 무겁고. 그런 애가 갑자기 옆에서 걷고있다가 저래버리니... 새벽 4시가 다 된 시간에요. 
이런 정수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안되면서도 그게 더 저를 무섭게 만들더라고요.  마치 그런 느낌 있잖아요?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빙의되서 말도 안되는 행동하는 거 보는 느낌?  아무리 뒤에서 소리를 지르며 멈추라고 해도 뒤 한번 안 돌아보고 미친놈처럼 계속 달리는 정수. 
전 무섭기도 하고 다급해져서 쌍욕까지 나왔어요.
 "야,이 미친새꺄! 왜 그래?! 거기 서라고 개새꺄!!!" 
 그래도 정수는 멈추지 않았어요. 공포가 극대화가 되어가면서 뛰면서 울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전 계속해서 멈추라고 소리지르며 정수 뒤를 쫓았어요.
 "헉...허억...헉..."   그렇게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을 그때였어요. 
달리던 전 이발소앞에서 황급히 멈춰섰어요. 그렇게 서라고 서라고 해도 계속 달리기만 하던 정수가 갑자기 이발소 앞에서 멈춰선거예요. 여전히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저에게 뒷모습을 보이면서요.  

갑자기 괴이한 신음소리를 내며 미친놈처럼 뛰는 모습도 무서웠지만, 또 갑자기 멈춰서서는 이렇게 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뒷모습이 더 무섭게 다가오는거예요.  
정수의 뒷통수를 보며 가까이 다가가는데 긴장감이 극에 달했어요. 하지만 친구니까 왜 그런지 묻고 살펴야만 했어요. 
저는 괜히 무서워서 오히려 정수에게 화를 막 내버렸어요. 하지만 정수는 말이 없었어요.

 "아~진짜! 이 미친놈아! 존나 놀랬잖아!!" 
 "......" 
 "갑자기 왜 뛰는데?!" 
 "......" 
 "갑자기 왜 뛰었냐고?!"
 "......" 

  제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면서 화를 내는데도, 정수는 눈동자를 저랑 맞추지 않는거예요. 그순간 정수 눈을 보니까 더 긴장이 됐어요. 눈이 확실히 뭐에 홀린 것 같았고 캄캄한 겨울새벽이라 잘 안보였지만,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맻혀있는 거예요. 
정수는 묵묵하고 바위같은 애라 눈물이 맺히고 이런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더 무서웠어요. 
애는 왜 그러냐고 아무리 물어도 멍하니 말이 없지. 
눈은 눈물 그렁그렁해서 풀려있지...  
그렇게 길에 서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가 한 2~3분 정도 흘렀나? 그렇게 뭐에 홀린 것처럼 멍하니 서 있기만 했던 정수가 갑자기 깊은 한숨을 허어어억... 하고 내쉬더니 제 얼굴을 바라보는 거예요. 
빙의에서 풀려나서 제 정신 돌아온 사람처럼요. 그리고 그때서야 입을 열었어요. 

 "봤어?" 
 "어?" 

 다짜고짜 봤냐고 물어오는 정수. 하지만 그 짧은 질문이 저를 극도로 긴장하게 만들었어요. 저는 다시 정수에게 되물었어요.
 "너 뭐, 봤어?" 
 "넌 못 봤어?"
 "아무 것도 못봤는데..."
 "니 바로 옆에 있었는데,못봤어?"  
"내 옆에 뭐가 있었는데? 너 노란통 때문에 무서워서  갑자기 뛴 거 아냐?"  
"내가 설마 상갓집 그 노란통 하나때문에 갑자기 그랬겠냐?" 
 "그럼 뭘 봤는데? 내 옆에 뭐가 있었는데?" 

 무엇인가를 봤다고 하는 정수. 그리고 그 무엇인가가 제 바로 옆에 있었다며 저보고 정말 못봤냐고 재차 묻는거예요. 긴장되서 입이 말랐어요.
 내 바로 옆에 뭐가 있었지...? 
 "분식점 옆에 빨간 우체통 있잖아? 니가 우체통 바로 옆으로 걷고 있었는데 정말 우체통 옆에 아무것도 못봤어?"  
"나 우체통 안쳐다봤어. 우체통 옆에 뭐가 있었는데?!"    
정수가 말하기를, 우리 동네 골목으로 들어갈때 분식점을 지나 코너를 꺾는데 제가 분식점쪽에서 걷고 있었고, 그 순간 제 바로 옆에 있었던 우체통 옆에 무언가 있었다는 것예요.  
저는 그때 우체통을 쳐다보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맞은편 건물2층에 걸려있는 그 상갓집 노란통을 보며 괜히 무섭다 이런 생각만 하며 걷고 있을 때였거든요.  
저는 제발 무언가 봤다는 그 말... 물론 정수가 장난끼도 없고 진지한 녀석이라 '뻥이야!'라고 외칠 일은 결코 없겠지만요. 
설사 뻥이야 라고 외쳐도 제가 크게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제발 정수가 뻥이야 라고 외쳐주길 속으로 간절히 바랬어요. 왜냐면 저도 그 순간 느낌이 슬슬 안좋아지기 시작했거든요.  아니면 우체통 옆에 봤다는 그 무언가가 고양이나 뭐 다른 것이기를 간절히 바랬어요. 새벽에 갑자기 고양이보고 놀랠 수는 있잖아요. 정수가 평소에도 고양이를 싫어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정수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말들이 흘러나왔어요... 지금 이 글 쓰면서도 자꾸 그때 순간이 생생하게 생각나서 섬뜩하네요...

 "우체통 옆에 애 있었잖아. 진짜 못봤어?" 
 "뭐가 있었다고? 애~?!" 
 "어. 남자애 있었잖아!"  
"우체통 옆에?! 우체통 옆에 남자애가 왜 있어?!"
 "남자애 있었어..." 
 "니가 헛거 본거겠지!" 
 "진짜 있었다니까." 
 "......" 

 정수 말로는, 정작 우체통 바로 옆으로 지나가던 저는 우체통을 쳐다보지 않고 다른 곳을 보고 있었고, 그 순간 정수는 저쪽 건물2층에 걸린 노란통 보기싫어서 고개를 돌리다가 우연히 우체통을 보게 된것인데... 
 그 컴컴한 어둠속 우체통 옆에 작은 무언인가가 자기를 보고있었다는 거예요. 눈도 마주쳤대요. 
처음엔 순간 고양이랑 눈이 마주친 줄 알았대요.  그런데 그 옆을 지나가는 짧은 순간 자세히 다시 보니 고양이가 아니었던거예요. 
5~6살 정도 되보이는 남자아이가 우체통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대요!  안믿기면서도 무조건 안믿어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원래 평소같았으면 에이~ 헛거 본거다! 보약 좀 달여먹어라 하면서 끝까지 비웃고 정수의 말을 날릴 수도 있었겠지만, 평소 정수의 진지하고 묵묵한 스타일도 있을 뿐더러 이 순간의 정수의 눈빛은 무서울 정도로 진지했거든요. 눈에 눈물도 여전히 그렁그렁한 상태였고요. 안믿기면서도 무서움이 밀려오고 있었어요.
 이어지는 정수 말로는, 그 남자애가 아무렇지도 않게 겨울인데도 여름옷을 입고 쭈그리고 앉아있었대요. 남자애기들이 입고 뛰어노는 로보트 그려진 민소매티랑 반바지에 운동화 대략 그런 차림이었대요.  
거기다 어린이들이 갖고노는 잠자리채 있잖아요, 그 잠자리채 채 망부분 떼어내면 나무막대기만 남잖아요. 그 나무막대기를 쭈그리고 앉아서 자기 무릎에 가로로 얹혀놓고 만지작거리고 있었다는 거예요. 

전 제발 정수가 헛것을 본거겠지 하고 바랬지만 본 것을 묘사하는데 너무 상세한거예요. 눈은 점점 눈물에 그렁그렁해지고 목소리도 살짝 떨렸고요.  
정수는 그 순간 우체통 옆에 자신이 본것이 고양이가 아니라 남자아이라는 것이 확신했을때 어? 왜 애기가 여기에 나와있지? 라며 너무 놀랐다는 거예요. 
그리고 주변에 엄마가 돌아다니나 하고 주변을 한번 돌아보기까지 했대요. 
전 옆에서 걸으면서 전혀 몰랐고요.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아이의 엄마는 커녕 사람 한명 없었고, 정수는 아이에게 "야! 너 왜 혼자 여기 나와있어?" 라고 물으려고 하다가... 갑자기 엄청난 소름이 전신에 확 돋아버렸대요! 
 새벽4시가 다 되어가는 아무도 없는 겨울새벽 길. 여름옷차림으로 의연하게 우체통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5살 정도의 어린 남자아이. 
그 캄캄한 어둠 속에서 혼자... 어린 아이가 혼자... 
 그렇잖아요. 말이 안되잖아요. 새벽 4시에 어린애가 왜 혼자 길에 나와서 우체통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어요? 청소년도 아니고 그 어린애가... 그 시간에...  그것도 그 추운 겨울새벽에 여름옷을 입고... 잠자리채 막대기를 만지작거리면서... 

 정수는 확 돋은 소름과 함께 이 남자아이가 사람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 순간 돋은 소름은 살면서 처음으로 느껴본 강한 전율같은 느낌이었대요. 

둘이니까 호기심에 우체통에 다시 한번 가볼까도 했지만, 정수가 완강히 거부를 해서 그럴 수가 없었어요.  이야기를 듣고나니 저도 뒤늦게 소름이 돋는거예요. 전 우체통을 지나가는 순간에 우체통쪽을 안 봐서 못보긴 했지만, 그 남자아이가 제 바로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고 생각하니... 그것을 못보고 지나쳤다고 생각하니... 혹시 그 남자아이가 절 쳐다봤다고 생각하니... 뒤늦게 소름이 돋더라고요. 
 하지만 저보다는 정수가 많이 놀란 상태여서 전 애써 무서움을 감추고 정수 등을 토닥이며 진정시켰어요. 몇시간 있다가 기말고사도 봐야하는데 정수가 시험을 망칠까봐 걱정도 되었어요.  그 묵묵하고 남자다운 정수가 도저히 집에 혼자 못가겠다며 저보고 집 대문까지만 같이 가달라고 부탁을 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수를 집까지 데려다주었어요. 
돌아올 때 저 혼자 가는 게 심히 걱정되었지만... 저도 무서웠거든요.    그런데 정수녀석이 배려심 전혀 없게 자기 데려다주고 뒤돌아서는 저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해주는 거예요.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요. 
 "내가 그 남자애 보고 얼이 나가서  우체통 지나치고 몇발짝쯤 더 걷다가  다시 우체통쪽을 뒤돌아봤는데... 그 남자애가 쭈그리고 앉은 상태에서 고개를 쭈욱~ 빼더니 날 쳐다보는 거야."
 "그..그럼 우리가 지 옆을 지나갔는데도 뒤에서 계속 우리를 보고 있었다는거네?"  
"나랑 눈이 또 마주쳤을 때..." 
 "......" 
 "난 분명히 봤어." 
 "......" 
 "날 보더니 씨이~익 웃더라고."
 "......"
 "분명히 봤어.한쪽 입고리 올라가는 거...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때부터 뛴거 같아. 너무 무서워서...사람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확 들면서..."
 "......" 

 지금도 생생해요. 정수 데려다 주고 혼자 돌아오는 아무도 없는 그 고요한 겨울 새벽길...  걸으면 걸을수록 무서워지고 그렇다고 잠시 멈춰서면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확 몰려들면서 더 무서워지고...      정신없이 기말고사 벼락치기 하며 시험을 치뤄내고 거기서 더 며칠이 지나고 나니 새벽에 정수와 있었던 그 우체통 남자아이 일이 조금씩 무뎌져갔어요.  
밤에 갈 엄두는 안났지만 낮에 가서 바로 그 우체통 앞에 서서 한참을 서 있다가 오기도 하고... 그냥 정수가 헛것을 본 것일거다 라고 생각하기로 했죠. 
 그런데 며칠이 더 지나고 겨울방학 막 들어섰을 때였어요. 
저는 우리 아버지께 대화중에 우연히 정말 예상치 못한 말을 듣게 되었죠......    얼마 전에, △△초등학교 문방구 골목 끝에쯤에서 큰 사고가 있었다고. 남자애인지,여자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끔찍한 사고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잠시 정차해있던 화물트럭이 친구들과 노느라 차밑에 들어가있던 아이를 채 발견하지 못한 채 후진하다가 깔아뭉개 버렸다고......  
그때 멀리서 목격하던 한 문방구 아저씨 말로는 애가 깔리면서 터졌는지 빵!!!! 소리까지 들렸대요. 정말 끔찍하고 처참한 사고였대요.   아버지는 이 이야기를 동네 어른들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듣고오셔서는 이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저한테 해주신 것이었어요.
 이야기를 듣다가 사고도 사고지만 얼마전 새벽에 정수와 있었던 우체통 일이 떠오르면서 말로는 형용못할 소름이 전신에 돋는거예요. 
전 아버지께 정수와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다 말씀드렸어요.   원래 우리 아버지께서는 귀신이나 이런 이야기 하면 콧방귀를 끼시거나 헛소리 하지말라며 불신하시는 분이거든요. 
그런데 우체통 일을 말씀을 드렸더니,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이시는 거예요. 저 더 무섭게 말이죠...   "음... 왔네..." 
 "예..예? 뭐가 와요?"
 "애가 왔었네."
 "......" 
 "애가 왔었고만...쯧쯧쯧..."
 "......"
 "그 집앤가 보다..." 
 "......"

 뒤늦게 이야기를 들은 정수도 당연히 그날 일을 다시 무서워했고요.   그 후에 알게 되었어요. 아버지한테 들었던 그 교통사고 일. 교통사고로 죽었던 애가 6살의 남자아이였다는 것을요...        <끝>  글쓴이- 활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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