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살던 동네는 도로가 좀 특이했어요.
산 중턱에서 이어지는 도로가 윗 동네와 우리동네로 이어지다가 우리동네에 접어들어서는 90도로 방향 전환을 해야 되는 구조였어요.
지금은 도로를 새로 만들어서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지만 어렸을 때는 자동차 브레이크 밟는 소리만 들리면
'아.. 또 사고났구나'라고 할 정도로 사고가 빈번했어요.
제 아버지도 그 자리에서 아침 출근길에 차량에 치어 돌아가셨죠.
이제 귀신 이야기를 좀 해 볼게요.
개는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어느날 밤에 동네에 있는 개들이 전부 다 시끄럽게 짖어대는 거에요.
동네의 집집마다 불이 하나 둘씩 켜졌고 우리도 무슨 일인가 싶어서 밖으로 나갔죠.
그랬는데 위에서 언급했던 그 냇가의 길을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걸어가는 거에요.
그런데 걸어가는 느낌이 아니라 무빙워크를 타고 가는 것처럼 다리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데 전방을 주시하며 그렇게 스르륵 가고 있더라고요.
동네에 불이 다 켜지고 개들이 짖고 사람들이 쳐다보면 동네쪽을 쳐다볼만도 한데 그 여자는 그렇지 않고 그렇게 가더라고요.
이윽고 농수로가 있는 곳에 다다랐을 때,
보통 사람이라면 농수로를 뛰어 넘거나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는데 그 여자는 공중에 떠서 그곳을 지나치더라고요.
'어? 저건 지난번에 아빠가 봤다던 그 귀신인가?'라고 생각을 할 찰나에 그 여자는 냇물 안으로 들어가더니 다시는 올라오지 않았고
동네 개들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조용해지더라고요.
어렸을 때 그 냇가에서 자주 수영을 하고 놀았는데
그때 누나가 발견했던 해골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아서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네요.
음.. 그날은 가을쯤이었던 것 같아요.
밤 하늘에 수많은 별이 빛나고 있던 밤이었어요.
엄마랑 같이 동네 가게에 먹을 것을 사러 갔다가 내려오는 길이었어요.
(시골집의 동네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어요. 마을의 뒤로는 산이 있고 앞에는 냇가가 있고 그리고 그 옆에는 저수지가 있고
앞에는 동네를 감싸 쥐고 있는 봉화산이 있었죠)
먹을 것을 사고 내려오는 길에 이상한 상황을 목격했어요.
우리 윗집에서 갑자기 초록색 불빛이 새어 나오더니 집 위에 한참을 떠 있더라고요.
그러다가 갑자기 아래로 내려와 동네를 천천히 돌다가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더니 쉽게 이 마을을 떠나기가 어렵다는 듯이
마을의 뒷산 위에서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을 빙글 빙글 계속해서 돌더라고요.
저하고 엄마는 "저게 뭐지?"하면서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그 초록색 불빛은 하늘위로 날아가 버렸어요.
그냥 그렇게 엄마와 저는 집으로 돌아가 간식을 먹고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비보를 듣게 되었어요.
윗집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이었죠. 아마도 그 불빛은 그 할머니의 혼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