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 우리 원딜이 막 쫓기었다. 내가 와드를 사고 용앞 와딩을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용앞으로 올라서려니까 등뒤에서 콰지직 콰지직 하고 징크스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보니 아니나 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룰루네 원딜 그브(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징크스를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하고 면두를 소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카득하고 궁국기를 쏘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한심한 것은 맞을 때마다 트랩을 땅에 받으며 그 비명이 끽, 끽, 할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몸 또 쏘이며 붉은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내 대강이가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것같이 두 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 대뜸 기어를 올려 달려들어 룰루네 그브에게 그랩을 할까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플라즈마 펀치로 떼어만 놓았다.
이번에도 룰루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놈의 계집애가 요새로 들어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
나흘 전 핑와건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계집애가 부시에 와딩을하러 가면 갔지 강건나 우리 부시에 와드를 박는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너 혼자만 와드하니?”
하고 긴치 않는 수작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체만척체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티모만 한 계집애가 남 일하는 놈 보구…….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듸?”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너 와드하기 좋니?”
또는,
“3분이나 되거든 하지 벌써 와드를 하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 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인벤토리를 할금할금 돌아보더니 품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구웠는지 김이 모락모락나는 쿠키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은 큰일날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쿠키가 맛있단다.”
“난 쿠키 안 먹는다. 너나 먹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쿠키를 도로 어깨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동네에 들어온 것은 근 삼분째 되어오지만 여태껏 가무잡잡한 룰루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지팡이를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논둑으로 횡하게 달아나는 것이다.
어쩌다 정글 리신이,
“너 얼른 시야석을 가야지?”
하고 웃으면,
“염려 마서유. 갈 때 되면 어련히 갈라구!”
이렇게 천연덕스레 받는 룰루였다. 본시 부끄럼을 타는 계집애도 아니거니와 또한 분하다고 눈에 눈물을 보일 얼병이도 아니다. 분하면 차라리 나의 등어리를 픽스로 한번 모질게 후려쌔리고 달아날지언정.
그런데 고약한 그 꼴을 하고 가더니 그 뒤로는 나를 보면 잡아먹으려 기를 복복 쓰는 것이다.
설혹 주는 쿠키를 안 받아먹는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 ‘느 집엔 이거 없지.’는 다 뭐냐. 그러잖아도 저희는 CS이득을 보고 우리는 그 손에서 허락을 받아 CS를 챙기므로 일상 굽실거린다.
그런데 이놈의 룰루가 까닭 없이 기를 복복 쓰며 나를 말려 죽이려고 드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고 간 다음이었다. 와드를 한 짐 잔뜩 지고 용앞 와딩을 하고 내려오려니까 어디서 사람이 죽는소리를 친다. 이거 어느 라인에서 킬각을 내나, 하고 룰루네 울 뒤로 돌아오다가 나는 고만 두 눈이 똥그랬다. 룰루가 자기 봇 타워 라인 중앙에서 자르반에게 픽스를 쏘아대며 그브와 함께 우리 정글 자르반을 조지면서,
“이놈의 자르반! 죽어라 죽어라.”
요렇게 암팡스레 패 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눈에 쌍심지가 오르고 사지가 부르르 떨렸으나 사방을 한번 휘둘러보고야 그제서야리신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랩을 날려 들어 룰루를 잡아끌어다가,
“이놈의 계집애! 남의 정글 못 크면 어쩌려구 그러니?”
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나 룰루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고 그대로 의젓이 타워 안으로 들어가 제 원딜 가지고 하듯이 또 죽어라, 죽어라, 하고 패는 것이다. 이걸 보면 내가 용 앞에서 내려올 때를 겨냥해 가지고 미리부터 원딜을 잡아 가지고 있다가 네 보라는 듯이 내 앞에서 줴지르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포탑에 뛰어들어가 룰루하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형편이 썩 불리함을 알았다. 그래 정글이 맞을 적마다 그랩을 날릴 수밖에 별 도리가 허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나만 밑지는 노릇이다.
“아, 이년아! 남의 정글 아주 말라 죽일 터이야?”
내가 도끼눈을 뜨고 다시 꽥 호령을 하니까 그제서야 포탑 밖으로 쪼르르 오더니 포탑 라인밖에 섰는 나를 포독스럽게 쳐다본다. 그 틈에 자르반이 창을 내던져 도망쳐 나왔다.
“예이 더럽다! 더럽다!”
“더러운 걸 널더러 입때 끼고 있으랬니? 망할 계집애년 같으니”
하고 나도 더럽단 듯이 포탑 라인에 괜시리 그랩을 한 대 날리고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랐다, 라고 하는 것처럼 징크스가 침을 탁 뱉은 것에 피가 고인게 겉만 다친게 아니라 안도 다 다친 것 같았다. 그리고 나의 등뒤를 향하여 나에게만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이 바보 녀석아!”
“애! 너 배냇병신이지?”
그만도 좋으련만,
“얘! 너 느 어머니 잘 계시니?”
“뭐 울 어머니가 그래 잘 계시냐고?”
할 양으로 열벙거지가 나서 고개를 홱 돌리어 바라봤더니 그때까지 포탑 라인 근처로 나와 있어야 할 룰루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그러다 돌아서서 오자면 아까에 한 욕을 울 밖으로 또 퍼붓는 것이다. 욕을 이토록 먹어 가면서도 대거리 한 마디 못하는 걸 생각하니 돌부리에 채이어 발밑에 기스가 나는 것도 모를 만큼 분하고 급기야는 두눈에 눈물까지 불끈 내솟는다.
그러나 룰루의 침해는 이것뿐이 아니다.
사람들이 없으면 틈틈이 제 집 원딜을 몰고 와서 우리 원딜과 쌈을 붙여 놓는다. 제 집 원딜은 썩 험상궂게 생기고 쌈이라면 홰를 치는 고로 으레 이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툭하면 우리 원딜이 면두며 눈깔이 피로 흐드르하게 되도록 해 놓는다. 어떤 때에는 우리 원딜이 나오지를 않으니까 요놈의 계집애가 포탑 근처로 와서 꾀어내다가 쌈을 붙인다.
이렇게 되면 나도 다른 배차를 차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는 우리 원딜을 붙들어 가지고 넌지시 우물가로 갔다. 원딜에게 용기의물약을 먹이면 병든 황소가 살모사를 먹고 용을 쓰는 것처럼 기운이 뻗친다 한다. 우물에서 물약 한 접시를 떠서 원딜 주둥아리께로 들여 밀고 먹여 보았다. 징크스도 고추장에 맛을 들였는지 거스르지 않고 거진 반 접시 턱이나 곧잘 먹는다. 그리고 먹고 금시는 용을 못쓸 터이므로 얼마쯤 기운이 돌도록 포탑 근처에다 가두어두었다.
와드를 두엄을 두어개 밖고 나서 쉴 참에 그 원딜을 데리고 포탑 라인밖으로 나왔다. 마침 밖에는 아무도 없고 룰루가 미드 부시 안에서 핑와를 박는지 투명 와드를 박는지 일하는 중이다.
나는 룰루네 그브가 노는 곳으로 가서 원딜과 함께 가만히 맥을 보았다. 두 원딜은 여전히 얼리어 쌈을 하는데 처음에는 아무 보람이 없었다. 멋지게 궁을 쏘는 바람에 우리 원딜은 또 피를 흘리고 그러면서도 총알만 애꿋게 푸드득푸드득 쏘고, 뛰고 뛰고 할 뿐으로 제법 한번 쏘아 보지도 못한다.
그러나 한번엔 어쩐 일인지 용을 쓰고 퍼쩍 뛰더니 거대한 미사일로 눈을 하비고 내려오며 면두를 맞추았다. 그브도 여기에는 놀랐는지 뒤로 멈씰하며 물러난다. 이 기회를 타서 작은 우리 징크스가 또 날쌔게 덤벼들어 다시 면두를 쏘니 그제서는 감때사나운 그 대강이에서도 피가 흐르지 않을 수 없다.
옳다 알았다, 물약만 먹이며는 되는구나 하고 나는 속으로 아주 쟁그러워 죽겠다. 그때에는 뜻밖에 내가 워딜쌈을 붙여 놓는 데 놀라 미드라인 갔던 룰루도 입맛이 쓴지 눈쌀을 찌푸렸다.
나는 두 손으로 볼기짝을 두드리며 연방,
“잘한다! 잘한다!”하고, 신이 머리끝까지 뻐치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넋이 풀리어 기둥같이 묵묵히 서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바가 한번 쏘인 앙갚음으로 호들갑스레 연거푸 쏘는 서슬에 우리 원딜은 찔끔 못하고 막 곯는다. 이걸 보고서 이번에는 룰루가 깔깔거리고 되도록 이쪽에서 많이 들으라고 웃는 것이다.
나는 보다 못하여 덤벼들어서 우리 원딜을 붙들어 가지고 도로 집으로 들어왔다. 물약을 좀더 먹였더라면 좋았을 걸, 너무 급하게 쌈을 붙인 것이 퍽 후회가 난다. 우물로 돌아와서 다시 턱밑에 용기의물약을 들이댔다. 흥분으로 말미암아 그런지 당최 먹질 않는다.
나는 하릴없이 원딜을 반듯이 눕히고 그 입에다 궐련 물부리를 물리었다. 원딜은 좀 괴로운지 킥킥하고 재채기를 하는 모양이나 그러나 당장의 괴로움은 매일 같이 피를 흘리는 데 댈 게 아니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한 두어 그릇 물약을 먹이고 나서는 나는 고만 풀이 죽었다. 싱싱하던 원딜 왜 그런지 고개를 살며시 뒤틀고는 손아귀에서 뻐드러지는 것이 아닌가. 자르반이 볼까 봐서 얼른 우울에다 눕혀 두었더니 오늘 아침에서야 겨우 정신이 든 모양 같다.
그랬던 걸 이렇게 오다 보니까 또 쌈을 붙여 놓으니 이 망할 룰루가 필연 봇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제가 들어와 원딜을 꾀어 가지고 나간 것이 분명하다.
나는 다시 원딜을 구해다 염려는 스러우나 그렇다고 와딩을 하러 가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부시에 와드를 박으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암만해도 고년의 목쟁이를 돌려 놓고 싶다. 이번에 내려가면 망할 년 등줄기를 한번 되게 후려치겠다 하고 싱둥겅둥 와드를 박고는 부리나케 내려왔다.
거지반 집에 다 내려와서 나는 호드기 소리를 듣고 발이 딱 멈추었다. 부시에 널려 있는 굵은 바윗돌 틈에 보랏핑 핑크와드가 깔리었다. 그 틈에 끼어 앉아서 룰루가 청승맞게시리 호드기를 불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도 더 놀란 것은 고 앞에서 또 푸드득, 푸드득, 하고 들리는 원딜의 총소리다. 필연코 요년이 나의 약을 올리느라고 또 원딜을 꼬드겨내다가 내가 내려올 길목에다 쌈을 시켜 놓고 저는 그 앞에 앉아서 천연스레 호드기를 불고 있음에 틀림없으리라.
나는 약이 오를 대로 올라서 두 눈에서 불과 함께 눈물이 퍽 쏟아졌다. 그랩을 날리고 허둥 허둥 달려들었다.
가까이 와 보니 과연 나의 짐작대로 우리 원딜이 피를 흘리고 거의 빈사 지경에 이르렀다. 원딜도 원딜이려니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 없이 고대로 앉아서 웃기만 부는 그 꼴에 더욱 치가 떨린다. 동네에서도 소문이 났거니와 나도 한때는 걱실걱실히 서폿일 잘 하고 얼굴 예쁜 계집애인 줄 알았더니 시방 보니까 그 눈깔이 꼭 여우 새끼 같다.
나는 대뜸 달려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큰 원딜을 플라즈마펀치로 때려 엎었다. 그브는 푹 엎어진 채 다리 하나 꼼짝 못 하고 그대로 죽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섰다가 룰루가 매섭게 눈을 홉뜨고 닥치는 바람에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이놈아! 너 왜 남의 원딜을 때려죽이니?”
“그럼 어때?”
하고 일어나다가,
“뭐 이 자식아! 누 집 원딜인데?”
하고 복장을 떼미는 바람에 다시 벌렁 자빠졌다. 그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스럽고, 또 한편 일을 저질렀으니, 인젠 땅이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해야 될는지 모른다.
나는 비슬비슬 일어나며 소맷자락으로 눈을 가리고는, 얼김에 엉 하고 울음을 놓았다. 그러나 룰루가 앞으로 다가와서,
“그럼 너 이담부텀 안 그럴 테냐?”
하고 물을 때에야 비로소 살길을 찾은 듯싶었다. 나는 눈물을 우선 씻고 뭘 안 그러는지 명색도 모르건만,
“그래!”
하고 무턱대고 대답하였다.
“요담부터 또 그래 봐라, 내 자꾸 못살게 굴 테니.”
“그래 그래 이젠 안 그럴 테야!”
“원딜 죽은 건 염려 마라, 정글은 안 올터니.”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핑크빛이 영롱히 박혀진 부시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룰루야! 룰루야! 이년이 그브가 잰 됐는데 어딜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정글이 역정이 대단히 났다.
룰루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부시를 살금살금 기어서 포탑으로 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용앞으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전체 채팅] 징크스 : ㅆㅂ 블츠 와딩을 하루 종일해. 나 던짐
[전체 채팅] 징크스 : 견제도 안하고 ㅆㅂ 서폿 그렇게 하지마라. 나 진짜 던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