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 첩첩산중인 완전 촌인데 그저께 토요일저녁 아버지랑 여동생이랑 같이 내려가서 자고 다음날인 어제 아버지랑 저 둘만 돌아가신 할아버지묘에 간단히 인사를 드리러 갔어요.
차를 타고 올라가는데 할아버지가 계신 뒷산으로 들어오니 갑자기 비가 후두둑 쏟아졌어요. 적은 양이 아니라 아버지도 다시 내려가야하나 고민하셨죠..
그래도 올라온김에 인사드리자고하셔서 할아버지가 평소에 좋아하시던 새우깡 한줌이랑 바나나 한 개를 제단에 놓고 종이컵에 소주를 따라 그 옆에 놔두고 절을 했어요.
비에 젖은 잔디위로 절을 두 번 하는데 왠일인지 머릿속에 생전의 할아버지생각이 너무 나서 좀 놀랬어요. 할아버지가 저를 참 좋아해주셨고 아껴주신데 비해 돌아가신다음에는 이렇다할만큼 자주 생각나거나 떠올려지진 않았었거든요..
그저 여태 아픈데 없이 잘 지내온게 다 할아버지가 지켜주신 덕분이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막 드는 찰나 저도모르게 소주가 담긴 종이컵에 눈이 갔는데
분명 비가 많이 오고있는데도 종이컵 속에는 한 방울도 빗물이 들어가지가 않았어요 마치 빗물이 종이컵을 피해가듯이..
근데 더 신기한건 그걸 보면 옆에계신 아버지께 신기하다고 한번 보시라고 말할법도한데 전 제 의지와는 관계없이 그저 아무런 행동도 못하고 그 종이컵을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어요.. 누군가에게 내가 본 걸 말해줘야지 하는 생각이 든건 부산으로 돌아오면서였는데 제사 안 간 가족들에게 얘기해주니 위에 나무가 있었겠지, 비가 많이오는게 아니었겠지 하는데 저는 분명 오랫동안 분명히 미동도 없는 종이컵을 바라보고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