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50대 평범한 직장인인
강북구청 도시계획과 공무원 김경수 씨.
성실했지만 소심했고, 도전보다는 안정을 원했던
그는 약 10년 전 사막을 횡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티비로 본 어느 날 그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두근거림을 느꼈다.
가족들 먹여 살리는 것 말고는 내 인생 아무것도
없구나 하는 허무한 생각이 들었던 그는 사막으로
떠나기를 결심. 마흔 즈음 느닷없이 아내의 걱정과 원망을 뒤로한채
마이너스 통장으로 떠났던 사막에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어떤 이유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하는걸까?
직장을 다니며 지난 10년 동안
연월차를 모아 틈틈이 다녀온 사막.
모로코 사하라, 고비, 나미비아, 칠레 아카타마,
이집트 사하라 등 총 2,336킬로미터를 완주했다.
주위에서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그는 끝까지 흔들림없이
사막여행을 지금껏 하고 있다.
처음 사막에 도전했던 그때,
사막을 도착하기도 전에 참아낼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를 수도 없이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조난의 위기까지
극복하며 사막에 도착!
첫 사막 마라톤. 썰물처럼 앞으로 앞으로 몰려가는
참가자들 속에서 '나는 완주할 수 있을까? 지금 후달리는 이 몸이
잘 버텨줄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이 길을 끝까지 꼭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사막은 지난 1년간 그가 계획하고 준비한
모든 것들이 얼마나 사치스럽고 허황됐는지를
단 하루만에 알려줬다.
그리고 매 순간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참아낼 것인지, 그대로 주저앉아 포기할
것인지를 선택하게 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그는 달려야 했다.
끝까지 달려야 그가 사막에 온 이유를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홀로 사막을 달리는 건 그렇게 숨이
막힐 정도로 고독한 일이었다.
자연이 얼마나 장엄하고 또 엄중한지
사막에 와서야 깨달았다. 아는 것과 깨달은 것의
차이도 사막에 와서야 알았다. 사막은 이렇게
평범하기 그지없는, 행복보다는 좌절을 더
많이 느꼈던 직장인 김경수 씨의 생각을
변하게 만들었다.
멀리서 보면 단조롭지만 안으로 뛰어들면
앞으로 헤처나가기 위해 생사를 걸어야 하는,
변화무쌍하고 끝없는 사막 앞에서 하나의
점이나 다름없는 자신을 만났다.
사막 한복판에 서서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꿈을 이뤄야만 행복한가? 좌절했다고 불행한가?
사막은 정말 중요한 것과
중요한 것처럼 보이는 것을 구분하게 해주었다.
꿈을 이룬다고 행복하고 좌절했다고 불행한 건 아니라는 것.
살기 위해선 버리는 것이 최선일 때가 있다는 것.
그는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었다.
좌절했던 사람이었다.
화가의 꿈도 좌절했고 국정원에 들어가려던 꿈도 좌절했다.
그렇다면 불행한가? 그런데 그는 불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행복하기까지 했다.
꿈을 이룬 사람=행복한 사람, 좌절한 사람=불행한 사람
우리가 빠져있는 오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한평생 가장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은 자신이 처한 환경을 극복한 삶이 아니다. 인간승리
드라마가 아니다. 좌절하지 않는 삶이 아니다.
그것은 주어진 환경 때문에 행복했다거나 불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삶이다. 그 누구 때문에 행복했다거나
불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삶이다.
그렇다면 그 인생은 너무도 잘 산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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