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4층짜리의 우리가 다니는 고등학교 건물과 뒤에는 3층 짜리의 중학교가 붙어있다.
그날도 어느날처럼 선생님의 강압에 못 이겨서 야간 자율학습을 받던 날..
어느덧 저녁 8시가 되었고.. 난 내 친구 중 한 놈인 진수랑 함께 학교 밖 매점에 가서,
빵을 사먹고 졸린 기운을 좀 달래고자
어둠이 이미 내려 주위가 잘 보이지 않는
우리 학교 운동장 주변과
학교 주변을 걸으며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이때 중학교 건물을 지나려고 할때쯤.. 닫혀있는 중학교 건물 현관 앞에 세명의 여중생들이
현관 문 주위를 서성이며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이 시간에 웬 중학생 들이지 하며 진수와 내가 의문을 갖고 어둠속에 서성이는
그 여중생들을 바라보고 있던 중 그 여중생 중 한명이 나와 진수를 보더니 도움을 청했다.
'저기요.. 저 중요한 노트를 놓고 와서 그러는데 너무 무서워서 한분만 같이 가주면 안돼나요..?'
어둠속이라서 얼굴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어린 여학생의 부탁에 진수와 난 고민을 했고..
진수가 자신있게 그 여학생들에게 다가가 도와주겠다며 가자고 했다.
난 빵을 먹으며 이제 곧 시작될 야자 시간에 시계를 보며 대충 진수에게 빨리 오라고 한 뒤
교실 열려있는 창문으로 들어가는 진수와 그 여학생들을 바라본 뒤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이때.. 불현듯 세 여학생 중 한 여학생에 발이 보이지 않았던건 내 기분 탓이였을까...?
갑자기 이 생각이 머리속을 확 스치면서.. 내 목 뒤로 닭살이 오르는것만 같았다.
아냐.. 내가 어둠속에서 봐서 잘못 본거겠지.. 야자를 너무 오래해서 피곤해서 그러겠지..
생각하곤 중학교 앞 화단에 앉아서 진수를 기다렸다.
10분.. 20분..
드디어 아까 들어갔던 창문이 열리고 진수가 나왔다.
'아 어두워서 혼났네'
진수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내게 다가온 뒤 열려있는 창문을 뒤돌아봤고..
나도 진수를 따라 '그럼 그렇지' 안도한 후에 그 열려있는 창문을 보았다.
.........
진수가 나온 어두움만 보이는 창문 안
나와야 할 그 여학생들이 나오지 않았다...
웃고 있는 진수의 얼굴에선 점점 웃음이 사라져가고.. 알수없는 공포감이,
진수와 나를 감싸는 기분이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피부에 절실하게 와닿았다.
진수는 쭈삣 선 머리를 손으로 몇번 움켜진 뒤
열려있던 창문으로 다가가 그 여학생들을 불렀고 어두운 그 교실 안에는 그 누구에 대답도 없었다.
나와 진수는 땀을 흘리며 얼른 뒤돌아 우리 고등학교 건물을 향해 뛰어 가려고 했으나
그때 아까 닫혀있던 현관문 쪽에 느껴지는 인기척에 그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아까 그 여학생들을 처음 봤던 현관문 앞
이제 어둠에 익숙해진 우리의 눈에.. 이제 그것의 정체는 확실하게 보이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낡은 중학교 교복을 입은 세명의 여학생
세 여자 아이들의 두 눈동자는 움푹 파인채 크고 횡한 구멍만이 있었고..
피부는 창백한 채.. 부패한채로 부어 올라 이곳 저곳에 흉터와 구멍들이 보였다.
그리고.. 한 여학생의 두 발목은 존재하지 조차 않았다.
나와 진수는 그 자리에서 그만 얼어 붙어버린채 그 여학생들 말 없이 쳐다보고 있었고..
그 세명의 여학생도 우리를 바라보더니.. 뛰어오지도 않는 그렇다고 걷는것도 아닌...
걸음 걸이로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진수는 비명을 지르며 뒤 돌아 도망쳤고.. 나는 얼어붙어 버린채 그대로 주저 앉아 버렸다.
그 여학생들은 내 곁에 다가와 몸을 숙이고 고개를 좌우로 괴기하게 흔들며 내게 다가왔고..
한 여학생이 내 눈 앞에 다가와 그 텅빈 휑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우리 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