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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70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앤유
추천 : 1
조회수 : 31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4/21 22:30:08

http://todayhumor.com/?readers_7029 < 1편

 

장례식 셋째 날.

 

죄다 웅성웅성대며 셋째날의 의식을 시작했다.

무슨제, 무슨제, 아침부터 무슨 제사를 그렇게 한다.

결국 형식적인 건데.

남동생과 눈이 마주쳐서 피식 웃다가 큰고모에게 제지당했다. 웃지 말라고.

웃겨. 니네 아들 간수나 잘해.

 

 

 

늦게 도착한 화장터에서는 이미 다른 시체들이 태워지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듯 조용하고, 싸늘한 분위기였다.

 

 

아빠의 시체가 태워지기 시작했다.

고모들은 누구라고 특정지을것도 없이, 또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어깨를 말없이 토닥여주며 속삭였다.

"그러게... 평소에 좀 찾아오지 그랬어요?"

멈칫 하고 나를 쳐다보던 눈길에 더욱 우스워졌다.

 

하지만 꾹 참고. 나도 슬픈 척 하는 것에 동참했다.

 

 

 

한참을 지나 친척들이 점심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화장장에서 먹자는 부류는 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시체가루와 함께 먹는 점심은 유쾌하기도 하겠다.

 

 

화장이 끝난 아빠의 잔해들은 가루가 아니었다. 그저 하얀 뭉텅이들이었다. 업자들은 빗자루로 그 잔해들을 쓸어, 기계에 집어넣어 빻아냈다.

나중에 그 빗자루, 다른 시체에도 쓰겠지? 그러면 사람과 사람이, 어쩌면 중간에서, 다른 이의 단지에서, 만날 수도 있는걸까.

아빠의 단지 안에도 다른 이들이 들어가 있겠지?

그렇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외롭지 않게.

 

 

그리곤 할아버지 곁에 봉인되었다.

 

 

길었던 장례 절차가 끝나고 각자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란 작자는 혼절을 했는지 병원이란다.

육개장을 그렇게 퍼먹더니 배탈이 났나보다.

웃기고 있다.

 

집에 와서 뻗어 자다가, 타인의 인기척에 정신이 들어 거실로 나가보았더니 삼촌 내외가 앉아있었다.

대충 들어 본 대화는, 자신들의 지인이 이 장례식에 부조금을 많이 냈더라. 내놓으란 말인듯 했다.

 

그래. 그래도 돈이지. 돈으로 점철 된 세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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