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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를 빛낸 10인의 위인들 - 01
게시물ID : military_364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멘틀붕괴
추천 : 3
조회수 : 96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2/28 17:10:08
때는 바야흐로 10월.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었다.

관물대 한켠에 놓아진 흙 묻은 목장갑을 보니 길고 괴로웠던 지난 여름간 행했던 수많은 작업들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빵꾸가 뚤린건 내 월급통장이 아니라 하늘인것 같다며 줄기차게 해댔던 배수로 작업. 

뽑아도 뽑아도 자라나는 초록것들을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라며 할아버지 흰머리 뽑으시듯 술술 뽑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이 높았다.

낙엽이 하나 내 머리를 스치며 떨어졌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 또 한 계절이 흘렀구나. 
그리고 우리손에는 흙 묻은 목장갑 위 빗자루가 새로이 들렸다.




평화로운 오후였다. 따사로운 햇살아래 모여앉은 병장들은 어제본 해리포터가 생각났는지 '아씨오 파이어볼트'라 외치며 용이라도 잡을기세로 팔을 휘둘러댔다. 그 모습을 존경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던 상병들은 제각기 자신이 쓰고있던 정글모를 앞에있던 일,이병들에게 씌우고선


"음.... 탄약고 앞!"

"넌... 막사뒤!"

영화를 찍어댔다.



대부분의 후임병들이 '나는 짬먹고 저런 짓은 안해야지' 라는,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법한 생각을 품고 마지못해 웃으며 배정된 구역으로 이동했던것과 달리 노란색 깔깔이 마냥 군대에 잘 어울리는 놈이 있었으니. 그 녀석이 바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시겠다.




차례는 돌고돌아 그 녀석의 차례가 되었다.

사람은 발전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아니면 이쁨받는 누군가의 빠른 눈치덕인가. 스케일은 어느새 커져 야전의자와 판초우의까지 등장하였다. 녀석은 이 광경에 가슴이 뛰었는지 훈련소 수료식때 훈련병들 마냥 각진걸음으로 다가와 각을 잡고 앉았고 그런 그의 몸에 판초우의가 입혀졌다. 이윽고 모든 준비가 끝난 그에게 분대장이 올림픽 성화라도 하는 것 마냥 엄숙한 표정, 경건한 자세로 조용히 정글모를 씌어주었다.



"음....."

생각하는것은 모자, 아니 분대장일진데 소리는 다른곳에서 나왔다. 
그것은 마치 로댕의 재림.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이곳, 자그마한 독립중대에 현신하였음을 나와 동기들은 웃음을 참으며 확신하였다.


"....울타리 초소는 어때? 잘 할것 같은데.."


" 울타리만은 ... 울타리만은 안되..."

분명 작은소리였건만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속에서 증폭되어 모두에 귀에 쏙쏙 꽂혀들어왔다. 여기저기서 풉! 하는 아밀라아제가 구강을 이탈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분대장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시 정적.

잠깐이지만 길었던 고민의 시간이 끝난 모양이다. 분대장의 입이 열렸다.


"울타리는 안된다고? 그렇다면! 폐자원 수집소!"




우리중대의 해리포터는 대비를 타고 폐자원으로 내려갔다.











몇일이 지났다. 우리의 해리포터 후임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휴가를 나가게 되었고 마중나온 선임들은 중대의 재미가 반감되었다며 빨리 복귀하라고 웃으며 악담을 퍼부어댔다.


그리고 악담은 진실이 되었다.


그가 휴가를 떠난 다음날, 행보관님이 전 병사를 집합시키고는 그의 행적을 읽어주셨다.


1.금연구역 내 흡연.

그렇다. 이녀석은 다니엘 레드클리프의 뒤를 잇겠다는 의지인지  장병들의 워너비 장소, 서울역 버스정류장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다가 지나가는 헌병대에게 낙찰된것이다. 여기까지였으면 어떻게 관대한 헌병을 만났으면 충분히 넘어갔을수도 있는 일이었건만 녀석은 역시 대범했다.

2.위장계급.

배터리 충전기를 꽂은지 얼마 되지않아 이제 막 2칸으로 충전됬던 녀석은 부대 앞 편의점에서 급속충전이라도 했는지 가슴팍에 배터리가 3칸이 되있었다고 한다. 후일 그 녀석은 아직도 병장이 아닌 상병을 달고나간것이 후회된다고 고백해왔다.



그렇게 조사를 받고 풀려난 녀석은 짧아진 휴가를 즐기다(?) 복귀하게 되는데. 돌아온 탕아를 맞아주는 심정으로 군홧발로 마중나오신 행보관님에 눈에 그녀석의 스키니바지가 스캔되었고 결국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런 그의 업적에 탄복한 중대장님은 저런 새x는 나랑 같이 전역해야한다며 영창을 매크로하셨고, 행보관님은 진땀을 흘리며 말리는데 성공, 결국 해리포터는 정해진 7권 제 날짜에 전역하게 되었다. 000001-작업병으로 주특기를 재부여 받으며.






후일 이 녀석은

'해리포터와 행보관의 종'  이라 불리며 부대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위인으로 평가받았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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