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집회에서 연설을 듣거나 하기보단,
시청 청사 주변을 쉬지않고 계속 돌아다녔습니다.
어두워지기전에 뭐든 하나라도 더 보고싶어서요.
일단 요즘 시위나 집회는
옛날처럼 너무 분위기가 무겁거나,
시종일관 욕설이 난무하며 일촉즉발 수준의 극도의 긴장상태도 아니고
시위대의 죽창과 화염병,
경찰의 곤봉과 위협성 방패 전진이 없으니 (할배들 가스통 열외)
정말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거부감이 없어서 좋습니다.
시청역에서 올라가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든 생각은
`민주주의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 였습니다.
얼마전 경향신문 앞에서는
생각보다 너무 적어서 좀 서운한 기분이 들었지만,
오늘은 꽤나 많더군요.
(솔직히 저는 사안이 사안인만큼, 대충 100 배 정도는 더 모이는게 맞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젊은이들이 특히 많다는 것만 봐도
밝은 미래는 분명히 존재한다는게 느껴집니다.
나라가 망한다고요?
민영화는 안한다는 소리보다 그게 더 황당한 소립니다.
절대 안 망합니다.
더불어 바로 뒤에 보이는 서울 시청.
언제나 시청 집회를 보면 드는 생각은 하나입니다.
`그때 나경원이 당선됐으면 정말 어쩔뻔 했나`
예전에 오세훈이 조문객을 막으려한 일들 까지 생각하면
정말 등허리가 서늘합니다.
경찰이 곳곳마다 길을 막고 있어요.
아예 통행자체를 못하게 막아놓는데,
통제 라기보단 이건 방해작전 입니다.
항의를 하고 사람이 많이 모여들면 통행은 가능하게 길을 열거든요.
계속 짜증나게하고,
다수가 모이고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않으면
틈나는대로 힘으로 누르고 억지를 부리겠다는 거지요.
아주 간단하게
새누리의 특징이자, 민주주의의 힘에 대한 근본을 보여주는것 같더군요.
특히 저녁무렵에는 무교로쪽 다리를 막아버렸죠.
저는 그 다리를 막으려고 처음 경찰 배치 하는걸 봤는데,
여긴 막아봐야 집회랑 별 관계 없는 위치인데 왜이러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다리만 막고,
좀 멀리있는 다리는 안막는걸 보곤 감이 오더군요.
통제를 하겠다는게 아니라,
헤매게하고, 지치게 하겠다는 겁니다.
남은 다리 하나마저 경찰을 배치하기 어려운게 아니었음에도
그걸 남겨둔건 이유가 있는거지요.
`돌아서 가면 된다` 라는걸 보여주며
통제라는 인식은 덜하되, 혼란과 짜증은 크게 느끼게 하는거죠.
실제로 집회참가자 같지 않은 사람들이 가까이 가면
친절하게 `저쪽으로 돌아서 가시면 됩니다.` 라고 가르쳐주기까지 하지요.
그리고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경찰과 대치할 사람은 거기서 버텨버리고,
다른곳으로 돌아서 갈 사람들은 가버려서
참가자들이 엄청 분산됐거든요.
우린 많은 참가자가 필요하고,
평소부터 관할서와, 당일 현장에서도 관할서 및 지휘자에게 항의해야합니다.
그냥 힘으로 밀어내는것으론 어렵습니다.
과격시위나 상호간 악감정 고조를 불러올 뿐이죠.
특히 맨앞줄에 과격한 노조원들이 자주 서는데,
좀 격해지겠다 싶으면, 그분들을 은근히 도발한뒤
힘으로 밀거나 험한말 나온다 싶으면 신나서 채증 카메라 들이댑니다.
방패들고 대열까지 갖춰서
어차피 비슷한 숫자로는 힘으론 경찰 밀어내지도 못합니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모인다 싶으면 슬쩍 통행로 살짝 열어주고요.
일단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모여있어야 좋고요.
오늘 통진당 연설 차량이 온것 알고 계십니까?
오늘 근처에 통진당 차량 온 얘기 하는분이 없는것 같은데,
이거 꽤 볼만했습니다.
시청광장에 온게 아니라, 청사 뒤편
(북)조선일보 길건너 정도 위치였던것 같군요.
길건너엔((북)조선일보옆) 역시나 할배들이 오셨고, (고엽제 일용회등)
그 반대인 청사 뒤편엔 통진당 연설차량과 지지자들이 왔었습니다.
(둘다 매우 소수)
통진당이 온지 얼마 안되보였는데,
경찰은 정말 빠르고 강력하게 대처하더군요.
순식간에 근처 길 싹 다 막고, 엄청 적극적으로 압박했습니다.
우리쪽 집회에 맞서는 수준이랑은 차원이 다르더군요.
좀 놀라웠습니다.
방패와 힘으로 통진당 당원들 그냥 싹 다 밀쳐내고
차량을 경찰이 둘러싸버려서
당원들과 차량을 분리해서 연설은 커녕 강제 해체를 시도하더군요.
한대련과 통진당의 기본구호죠?
저는 경찰을 폭력경찰 이라고 부르는것은 싫어합니다만,
제 솔직한 표현으론...
`그냥 조져 버렸다` 였습니다.
경찰이 힘으로 통진당원들 밀어내고 쫓아내는 모습은
진짜 그냥 `조졌다` 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더군요.
경찰과 통진당측 간의 대화나 몸싸움도 진짜 수준미만이었고,
경찰의 대응이 특히 대단했습니다.
그렇게 짜증내고, 얕보고, 위협적으로 나올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저는 꽤 앞쪽에서 보고있었는데,
경찰 애들이 당원들과 제 사이로 막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며
방패로 바닥을 쾅쾅쾅 내리쳐서 위협하더군요.
어유우우!! 하며 때리고 싶다는듯 성내는듯한 소리까지 지르면서요;
시청광장의 우리쪽 집회를 대하는 경찰과는
그야말로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일반 국민들도 꽤 여럿이 보고있었는데도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물론 통진당원들 대응도 뭐...
경찰애가 헬멧을 떨어뜨렸는데,
그걸 발로 막 차서 뒤쪽으로 날려버리더군요;
이런말 하긴 좀 그렇습니다만,
서로 힘차이는 심했고, 수준들은 참 잘맞는 느낌이었습니다.
꽤 볼만 했습니다;
심지어 경찰측의 해산요구 사유는
불법집회가 아니라, 연설차량의 불법주차 였다고 하더군요. (통진당측 주장내용)
참 정말...
(그 뒤에 몇분뒤에 와보니 통진당원들은 `털렸던` 진형 회복하고)
(다소곳이들 길바닥에 앉아있더군요.)
(그리고 한시간 정도였나? 후에 다시 가봤더니 다 집에갔는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통진당 집회가 정말 가관인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혼자보기 아까운 장면들이었습니다.
길건너엔 할배들이 종북 타령 하며 엄청난 음량으로 군가 틀고 악쓰고,
근처엔 또 뜬금없이 웬 중국인 생체 장기 적출 반대인가? 하는 시위자 앉아 있어,
그 근처에 또 웬 `반한 감정 반대 일본인도 있습니다` 하는 집회자에
그 바로 옆에 예수쟁이들이 불신지옥 걸어놓고 노래해...
길바닥에도 할배들의 종북OUT, 민노총 해체, 국정원 강화 뭐 이런 문구의 광고물 깔아놔...
심지어 근처 건물은 창조경제의 앞잡이가 되겠다는 식의 노골적인 스포츠서울 현수막이 걸려있고...
뒤엔 또 동아일보 건물과 할말이 없는 어처구니없는 기사 나열장...
와 정말 제가 볼땐 저쪽은
진짜 개판이었습니다.
저는 그 앞에서 오래 서서 구경하며 계속 웃고있다가 사진 엄청 찍혔는데,
혹시 내 사진 걸어놓고 `추운날 정신나가 웃고 있는 통진당원`
뭐 이런 기사 날까봐 좀 무섭긴 하군요.
우리쪽 집회는 철저히 안보이게 가려놨지만
할배들은 가리지도 않은것도 웃겼고,
할배들의 진짜 충격적일 정도로 엄청난 성능의 앰프와
무슨 용무인지 할배들은 옆의 경찰서에 자유롭게 들락거리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들도 이젠 모두 다 할배들의 정체를 알고있는것 같아요.
동요하거나 불안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것 같아보였습니다.
비뚤어진 방식의 노인구제 국책사업이라고 생각하며
한참을 웃다가 왔습니다.
틈만 나면 서로 시도해대는
대치중 상대의 폭력과 욕설을 유도하는 노골적 도발행위는
정말 씁쓸했습니다. (듣기 싫으시겠지만, 우리쪽에서도 꽤 많이 합니다.)
주요 집회 장소의 청소는 확실했지만,
근방으로 날아간 쓰레기들이 생각보다 꽤 많더군요.
담배꽁초와 휴지 스티로폼 조각들...
아주아주 약간만 더 신경 쓰면 될것 같습니다.
춥고 무겁고 슬프고 진지하기만하고 공격적이기만 한 집회가 아닌,
남녀노소가 마음껏 참여해
기념사진도 찍고 먹고 마시며(낮술은 좀) 웃을수 있는걸 보며
민주주의가 망한게 아니라,
민주주의는 이렇게 정착하는것 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기뻤고 즐거웠습니다.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