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사랑의 시차
먼 곳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곳은 새벽인데 그곳은 밤이라 합니다
이렇듯 우리 사랑에는 시차가 있는가 봅니다
나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지독한 그리움뿐
나는 새벽인데
그대는 밤이라 합니다
이해인, 누군가 내 안에서
누군가 내 안에서
기침을 하고 있다
겨울나무처럼 쓸쓸하고
정직한 한 사람이 서 있다
그는 목 쉰 채로
나를 부르지만
나는 선뜻 대답을 못 해
하늘만 보는 막막함이여
내가 그를
외롭게 한 것일까
그가 나를
아프게 한 것일까
겸허한 그 사람은
내 안에서
기침을 계속하고
나는 더욱 할 말이 없어지는
막막함이여
용혜원, 그대는 꿈으로 와서
그대는
꿈으로 와서
가슴에 그리움을 수놓고
눈뜨면
보고픔으로 다가온다
그대는
새가 되어
내 마음에 살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그리움이란 울음을 운다
사랑을 하면
꽃피워야 할텐데
사랑을 하면
열매를 맺어야 할텐데
달려갈 수도
뛰어들 수도 없는 우리는
살아가며 살아가며
그리워 그리워하며
하늘만 본다
서정윤, 그대를 사랑하는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빛나는 눈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따스한 가슴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지와 잎, 뿌리까지 모여서
살아있는 나무 라는 말이 생깁니다
그대 뒤에 서 있는 우울한 그림자
쓸쓸한 고통까지 모두 보았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대는 나에게 전부로 와 닿았습니다
나는 그대의 아름다움만을 사랑하진 않습니다
그대가 완벽하게 베풀기만 했다면
나는 그대를 좋은 친구로 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대는 나에게
즐겨 할 수 있는 부분을 남겨 두었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무엇이 될 수 있었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김현태, 다시 사랑은 온다
새로운 하루는
새로운 공기가 필요한 법
그대여, 이제 창문을 열어라
열매 없는 나뭇가지도 있고
날개가 없는 새도 있으니
주저 말고 마음을 열어라
어제 그리워한 만큼 오늘을 사랑하고
어제 흘린 눈물만큼 오늘을 웃으면 그만이다
굳이 나뭇가지는 새를 기다리지 않는다
굳이 새는 나뭇가지에 내려앉지 않는다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만날 것을
그리워하다 보면 언젠가는 행복할 것을
그대여, 이제 슬퍼 말아라
지구는 둥글다는 것
그렇게 걷다보면 언젠가는 다시, 사랑한다는 것을
그대여, 오늘의 사랑을 맞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