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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교통사고에서 상처하나없이 살아남은.ssul
게시물ID : freeboard_7049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치킨맛오징어
추천 : 4
조회수 : 27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8/04 14:38:58
 
 
 
 
제가 타고 있던 버스입니다.
 
IMG_5951.JPG
 
 
 
 
IMG_5952.JPG
이젠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것 같아 야밤에 글 올려요.
 

한달전 드라마촬영때문에 안면도에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시간은 새벽 두시.
스태프들은 전세버스를 대절해서 이동을 합니다. 당연히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저는 출입문쪽 앞에서 세번째자리에 앉습니다.
고된 하루였기 때문에 당연히 스탭들은 버스안에서 떡실신한 상태였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구요.
한참 자다가 누가 막 소리를 지르는것 같아 눈을 떴는데, 맨앞에 앉은 형이 차 세우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어요.
"스톱!!차 스톱!! 차 세우라고!!"
뭔가 싶어 눈을 비비고 앞을 봤는데....
갓길에 철근을 가득 싣고 세워있는 대형트럭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습니다.
자다가 깨서 정신이 없었지만,차 세우라는 말에도 속도가 줄지 않는걸 보고 이대로 여기서 죽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32년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이미 멈추기엔 늦었다는 생각, 그리고 충돌하면 날라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순간적인 미친센스를 발휘해, 두 발을 앞좌석 등받이에 갖다 댔습니다.
 

 
그리고....


꽝!!!!!!


정신을 차려보니 버스안은 아비규환...피냄새와 매캐한 냄새..버스안에 가득한 신음소리..
팔다리 붙어있는걸 확인하고 일어나 맨 앞자리 앉은 선배가 무사한가 보러 갔는데, 옆 창문이 깨져있고 형은 안보이더군요
튕겨져 나간줄 알고 절망했지만, 선배는 후속충돌을 막기위해 창문으로 뛰어내려 버스뒤에서 수신호를 하고 있었습니다.
안심하고 뒷쪽의 후배들에게 뛰어가보니 뒷좌석 3열은 의자가 무너져 있었고 모두 바닥에서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버스가 앞으로 움직이는걸 느꼈고.. 버스를 세우기 위해 운전석쪽으로 뛰어갔는데..
영화에서 봤던 것 처럼 버스기사님께서 입으로 피를 뿜고 계셨어요..트럭 짐칸이 기사님 가슴까지 밀고 들어와 있었구요..
곧 버스는 멈췄고, 기사님은 틀렸구나 싶어 포기하고 나머지 스탭들이 깨진 맨 앞 창문으로 뛰어내리는걸 도왔습니다.
다들 침착하게 무사히 탈출했고, 곧 경찰차 앰뷸런스가 왔습니다....
알고보니..사고난 터널이 고속도로가 아닌...오목교아래 지하차도....흑...여의도 거의 다와서 사고라니......

 

사고 후 며칠을 멍하게 지냈습니다.
사고 당시엔 뛰어다닐 정도로 멀쩡했는데, 며칠 후 부터 팔이랑 무릎에 멍이 올라오면서 통증이 시작됐어요. 걷기 힘들정도의 통증..
그런데 그것보다 힘든건, 사고 당시의 기억이었어요.
빠르게 가까워지는 트럭후미.. 충돌음..유리깨지는 소리..피냄새..매캐한연기..비명소리..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였는데.."내가 멘탈이 강한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경찰서에서 출두해달라는 연락이 와서 구로경찰서로 갔습니다.
형사분은 신기하게 다들 큰 부상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졸음운전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차세우라고 소리지를때 버스기사님이 잠꼬대처럼 뭐라뭐라 하는걸 들었거든요.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는데, 졸음운전이라는걸 확신했습니다.
사고이전부터 차선을 왔다갔다 하는 장면이 있었고, 하마터면 고가도로아래로 두번이나 떨어질뻔도 했더라구요
오목교에서 빠져나가는길로 접어드나 싶다가 정신차리라는소리에 정신이 드셨는지, 다시 지하도로아래로 가까스로 접어들어 갓길로 주행하는 모습도 있었구요
갓길에 세워둔 트럭은 운전기사가 잠을자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분은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블랙박스영상으로 봐도 전혀 브레이크는 밟지 않았고, 제가 기억한 장면과 일치하게, 빠른속도로 가까워지더니 트럭과 충돌했습니다.
버스기사님은 병원에서 네시간 후에 돌아가셨구요. 돌아가셨다는 말에 원망도 사라졌습니다....부디 좋은곳으로 가시길..


시간이 지나고 드는 생각은 사람 쉽게 안죽는구나...하는 생각이네요
트럭이 코앞일때는, 이대로 죽는구나 하면서 조상님까지 뵈었는데...정작 사고직후엔 뛰어다니고, 피한방울 안나고 말이죠.
이대로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찰과상하나 없이 멀쩡한 몸을 보니, 민망하기도 했습니다ㅋㅋ
내가 너무 오바떨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몇몇 친구들 뼈 부러지고, 얼굴 몇군데 찢어진 정도의 부상은 있지만, 사고 크기에 비해서는 중상자가 없어 다행입니다.


돌아가신 버스기사님의 명복을 빌며....
 
모두들 졸음운전하지마시구요
 
안전벨트는 전좌석 꼭 착용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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