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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의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첫 시국선언
게시물ID : humorbest_7049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百年戰爭
추천 : 68
조회수 : 1871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6/29 19:59:35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6/29 17:22:47
출처 :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0629170005981

"우리는 너무나도 중요한 것을 도난당해 여기에 이렇게 모였습니다. 우리는 소중한 것을 타인이 빼앗아 가면 경찰에 신고를 하고 어떤 방법으로든 되찾으려고 합니다. 이번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은 온 국민을 상대로 한 엄청난 도난사건입니다. 국가 권력은 우리에게서 민주주의 가치를 빼앗아갔습니다."

마이크를 든 학생 대표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발음은 분명했다. 29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 모인 고등학생 60여명이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찾습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국선언문을 읽어내려가자 지나던 시민들이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태 관련 고등학생들의 시국선언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학생들은 시국선언문에서 △국정원 사건 관련자들을 지연,학연,기타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수사하여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 △국정원이 다시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도록 대통령 차원의 예방책을 마련하고 국정원을 개혁할 것 △국정원장과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한 고등학생들은 금산 간디학교, 산청 간디학교, 산마을 고등학교와 같은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다. 시국선언을 위해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 맞추어 각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 주말께부터 시국선언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서울대·이화여대 등 대학 총학생회의 시국선언 직후였다. 학생들은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 부정선거에 항거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1960년 4월 당시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 고민은 그대로 시국선언문에 담겼다.

"우리는 시국선언 준비를 하는 도중 충격적인 기사를 접했습니다. 고등학생이 시위 중 최루액에 맞았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순간 4·19 혁명의 불씨가 된 김주열 열사가 떠올랐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1960년대 수준으로 퇴보하려는 것일까요?"

학생들은 그러나 시국선언문 준비 과정에서 감정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서정한 산청간디학교 부학생회장(18)은 "시국 선언을 감정적으로 준비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있어 시국선언 준비팀이 일주일간 공부를 계속 했다. 국정원이 어떤 일을 했는지 학생들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또 서 부학생회장은 "고등학생도 충분히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나이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가치가 무엇인지 배웠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국선언 준비 이유를 밝혔다.

지난 24일 산청 간디학교 학생들은 학생총회를 열어 시국선언을 다수의 동의 속에 결정했고, 금산 간디학교 학생회와 산마을 고등학교 학생회에도 연락을 해 이날 공동 시국선언을 하게 됐다.

이날 학생들은 20여분간 시국선언문을 낭독한 뒤 자진해산했다. 광화문 광장에 나와 있던 경찰은 시국선언을 특별히 제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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