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키 파이의 이퀘스트리아 여행기 5
---------------------------------------------------------------------------------
핑키가 바라본 곳에는 사진기를 목에 건 어스포니가 관광객을 상대로 사진을 찍는 장면이 보였다. 바닥에 세워진 피켓에는 동전 그림 한개와 사진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세... 세상에나 사진이 있다니! 게다가 돈을 받고 사진을 찍다니!"
핑키가 아까 전 들었던 낯익은 소리는 바로 셔터소리였다. 이곳에는 있을리 없는 그 위화감이 핑키를 이쪽으로 오게 만든 것이었다.
핑키는 사진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돈 이라는 개념이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이퀘스트리아는 분명 포니들이 풀밭을 뛰어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매일 맛있는 과자를 먹는 곳이려니 생각했다. 엄청난 문화충격에 핑키의 동심이 와장창 깨지는거 같았다. 생각보다 익숙한 기분에 인간세상과 별 다를게 없어보여 맥이 빠졌다.
"그래도 사진은 찍어야지."
핑키는 아쉬운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진 포니에게 갔다.
"사진 한장에 1비트입니다 고갱님."
정작 중요한 문제는 핑키가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곳으로 넘어올 때 휴대전화를 제외한 소지품은 전부 사라졌다. 옷이 전부 사라졌으니 옷 주머니에 들어있던 지갑도 사라진 듯 했다. 휴대전화는 아마 핑키의 머릿속에 넣어놨기 때문에 무사한 듯 싶었다. 게다가 돈이 있다고 해도 이곳의 화폐는 인간세계와 다른것도 문제였다.
"돈이 없는데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1비트 입니다."
혹시나 말해봤지만 사진포니는 단호했다. 그 때 동전 한개가 핑키의 눈앞에서 튕기더니 사진 포니의 발굽으로 날아갔다.
"사진값은 그걸로 하세요."
동전을 건낸 포니는 토파즈였다. 토파즈는 핑키를 보더니 자신의 호의가 멋쩍은 지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핑키는 토파즈를 와락 껴안았다.
"세상에나! 사진을 꼭 찍어야 하는데 정말 고마워!"
"괘... 괜찮습니다... 이 정도야 뭘."
토파즈는 핑키의 품에 안기며 어쩔 줄 몰라했다. 얼굴은 부자연스럽게 옆을 보며 시선은 애꿏은 석양에만 고정되었다.
"아냐아냐. 진짜 고마워! 친구들한테 보여줄 사진이 꼭 필요했거든."
핑키는 사진포니에게 크리스탈 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을 했다. 적당히 노을빛을 받은 성은 배경으로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맞아! 토파즈도 같이 찍으면 되겠다."
핑키가 토파즈를 보며 말했다. 토파즈는 거절하려 했지만 막무가내로 핑키가 끌고가는 바람에 결국 옆에 서버렸다.
"근무중인데..."
"이것도 근무의 일환이라고!"
핑키는 토파즈에게 붙어 카메라를 향해 웃었다. 사진을 찍으려던 사진포니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핑키를 보았다.
"거기 뭐하는거죠?"
"뭐가 말입니까?"
토파즈가 대답했다. 무슨 문제가 있나 주위를 살펴보다 핑키를 보았다. 사진포니가 하던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 핑키는 이상한 자세를 하고있었다. 핑키는 앞발을 들고있는 채 카메라를 보고있었다.
"앞 발은 왜 들고있는거죠?"
"응? 브이를 하는건데?"
"브이...?"
"포니들은 브이를 안하나? 생각해보니까 못하는구나."
핑키는 그제서야 앞발을 내렸다. 토파즈는 위화감을 가졌지만 다시 카메라를 보았다.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핑키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사진 포니는 사진기에서 사진을 뽑더니 핑키에게 전해주었다. 핑키는 사진을 훑어보더니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머리속으로 사진을 넣었다. 이러면 다시 인간세계로 돌아갈 때 없어질 일은 없을것이다.
"사진도 찍었겠다, 이제..."
핑키는 발굽박수를 치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이제 성으로 돌아가는 건가요?"
토파즈가 물었다. 핑키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 본격적으로 구경해야지!"
핑키는 소리치더니 제자리에서 통통 튀었다. 토파즈는 이번에는 한숨을 쉬지 않고 피식 웃었다. 예상을 했던 답변이었으니.
"이번에는 토파즈가 가자는데로 가자! 재미있는 곳이면 좋겠어!"
"재밌는 곳이라....."
토파즈는 근래에 '재미'라는 의미를 잊을정도로 일상을 살고 있었다. 실제로 크리스탈 왕국에 살고 있지만 성을 제외한 곳을 돌아다녀본 적이 거의 없었다. 어쩌면 지나가던 관광객을 붙잡아도 자신보다 관광에 대해 더 잘 알지도 모른다. 토파즈는 잔뜩 신나있는 핑키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머리를 쥐어짜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갈데가 마땅치 않았다. 늦은 시간이라 행사같은것도 없을테고 있다 해도 어디인지도 몰랐다.
토파즈는 난감해하며 방향을 잡지 못했다. 옆을 보자 핑키는 지고있는 노을을 보고있었다. 어쩐지 그 모습에 토파즈는 마음이 놓였다. 딱히 갈데가 없더라도 아무곳이나 데려간다 해도 핑키는 분명 마음에 들어할거다.
"이쪽으로 오세요."
토파즈는 앞장서기 시작했다. 핑키는 통통 걸음을 뛰며 그 옆을 따라나섰다.
"위이이!"
----------------------------------------------------------------------
장편같은거 쓰는게 아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