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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한테 구타당하고 복수한 썰 -2(완)-
게시물ID : soda_7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ide
추천 : 33
조회수 : 4811회
댓글수 : 34개
등록시간 : 2015/08/19 20: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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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와 마찬가지로 음슴체



카페를 나와 자리를 옮겨 바로 옆에 있는 골목길로 들어갔음. 
카페의 위치 자체는 버스정류장 바로 옆이라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만, 한 블럭만 넘어가도 술집들이 즐비한 유흥가라서 그 두 지점을 잇는 골목길은 보통 낮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저녁에는 미성년자들이 교복 입고 담배 피우는 곳으로, 심야에는 취객들이 노상방뇨; 를 하거나 인사불성이 되어서 숙면을 취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거의 슬럼가나 다름없는 곳이였음.



나와 친구들은 시비가 붙어서 나오긴 했지만 이 이상 커질 필요가 있는 일도 아니라는 생각에,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짓고 다시 카페로 돌아가 마감치는 거나 도와야겠다. 라는 생각이였음. 그래서 나름대로 평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음. 



"술도 기분 좋게 적당히 드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대놓고 들으라는 듯 비꼬는 건 아니지 않나요. 물론 저희가 그냥 무시할 수도 있었는데 그걸 가지고 또 되받아쳐서 기분 상했을 수도 있긴 한데, 기분 나쁜 건 저희도 마찬가지니까 그냥 여기까지만 하죠." 
대충 이런식이였을 거임. 하지만 그 때 우리가 간과한 게 있었음...



그건 바로 시비가 붙기 이전 상대가 카페에서 보여준 막강한 진상력이였음. 그래서 이렇게 대화로 해서 사태가 마무리 될 정도였으면 애초부터 이렇게 시비가 붙지 않았을 거라는 부분이였음...그에 덧붙여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아메리카노로 잠시 수그러들었던 취기가 분노로 다시 올라온건지, 애초부터 곱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였던거임.



가장 흥분한 건 우리가 1부에서 야만전사라고 지칭했던 체구가 남다른 여자분이였음. 
(나나 친구들이나 170대 초중반에 60kg대의 몸무게를 가진 전형적인 호빗체형이였는데 우리보다 등빨이 더 좋았음...) 
워크라이 터지듯 쏟아지는 욕설 사이사이로 드문드문 전해지는 단어들을 종합해보면 우리는 '자신들의 음주 후 평온한 휴식을 방해하는 천하의 개쌍놈들' 이므로 자신들의 행동은 정당하며, 뒤지기 싫으면 사과하고 빨리 꺼지라는 식이였음.



그 말을 들은 우리는 하도 벙쪄서, 상대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한번에 터뜨린 후 오는 현자타임으로 잠시 말싸움이 잦아든 타이밍에, 카페에서 일하는 친구가 걱정이 됐는지 후다닥 마감치고 와서 우리랑 합류함. 얘는 자기 일로 바빠서 그냥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만 감지했을 뿐, 정확한 상황을 모르고 있기에 우리에게 '뭔데? 무슨 일이야?' 라고 물어보면서 숨좀 돌릴 겸 쭈그려 앉아 담배를 한대 꺼내 물었음. 



그때였음, 분노 충전이 끝난 야만전사가 갑자기 '이 새끼는 또 뭐야 x발!!!!!!'을 시전하면서 안경 + 담배라는 극악의 2중 방어를 무시하고 그 친구의 귓방맹이를 빅장으로 후려버린거임; 어정쩡한 자세로 있다가 불의의 일격을 당한 친구가 바로 쓰러지자 바로 뒤에 있던 내가 친구를 감싸는 것과 동시에 108계단 40단 컴보가 이어지기 시작함...




정말 그 순간 친구들의 대처가 멋졌던 것 같음. 공권력을 소환하는 친구1과(마법딜러), 어그로를 끌며 시전 쿨타임을 벌어주는 나(메인탱커), 현장을 폰카로 담아내는 한편 '야 쟤네 건드리지마!!! 밀지도 마!!!' 라면서 우리가 미쳐돌아가서 쌍방폭력사태로 번지지 않게 외쳐주는 친구2(버퍼), 야만용사 측 일행들이 폭력에 가담하지 못하게 몸으로 묵묵히 막아주는 친구3(서브탱커)까지... 완벽한 하나의 공대였음. 



지금 그 때를 회상해보면 하늘섬 편 초반부에서 루피랑 조로가 베라미한테 처맞은 것처럼 하늘이 노래질 정도로 맞은 것 같음. 몸을 둥그렇게 말고 가드를 올렸는데도 들어오는 보디블로와 따귀, 심지어 무릎찍기까지 피하지도 밀쳐내지도 못하고 그냥 주구장창 맞았음; 야만전사 파티 측 나머지 3명은 말리기는 커녕 안그래도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데 다구리 치려고 계속 내 쪽으로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서브탱커 역할이였던 친구가 아니였으면 정말 크게 다쳤을 것 같음...양쪽 귀에 피어싱 하고 있었는데 한 쪽은 이미 뜯어져서 피가 나고 있고 나머지 한쪽은 덜렁덜렁... 제일 열심히 가드한 머리 부분이 이모양이였으니 말 다한거 같음;;



그렇게 신명나게 처맞고 있으니까 경찰차가 저만치에서 느릿느릿하게 접근해오고 있었음. 그걸 본 야만전사 일행은 구타를 멈추고 골목길을 미친듯이 질주하다가 사거리가 나오자 진짜 무슨 소원 이루어준 드래곤 볼이 흩어지듯이 사방으로 도망가기 시작함; 



'야!!!! 저거 잡어!!!' 하면서 일단 친구 한 명만 경찰들이랑 같이 있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셋은 그 때부터 쫓아가기 시작했음. 설마 도망을 칠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고, 예상을 뛰어넘은 날렵함에 이미 거리는 꽤 벌어진 상태였음... 



그나마 다행인게 평소의 나는 구기종목을 워낙 못 하는 탓에 친구들 사이에서 운동치 기믹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렸을 때 잠깐 육상을 한 적이 있어서 내가 그래도 정말 단거리 달리기 하나는 자신이 있었음. 한 발 내딛을 때마다 골이 팅팅 울리는데 어떻게 꾸역꾸역 뛰어서 야만전사 파티 중 한 명을 잡는데 성공했음 ㅋㅋㅋ



다시 경찰차 쪽으로 돌아와보니까 다른 친구 한 명도 생포에 성공해서 야만전사 1명, 문신 피어싱녀 1명의 총 두 명을 생포하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나를 구타한 강건마 야만전사의 신병 확보는 실패한 상태였음...



니네가 다 덮어쓰기 싫으면 좋은 말로 할 때 나 때린 애한테 연락해서 이쪽으로 오라고 말하니까 두 사람 다 자기도 오늘 처음 본 사람이다. 핸드폰 배터리가 없다 말도 안되는 뻘소리를 늘어놓다가 일단 나랑 같이 경찰차 타고 경찰서로 이동하고, 친구들도 택시 잡아서 뒤따라오기로 했음.



경찰서에서 간단한 전후관계를 진술하고, 버퍼 역할을 맡았던 친구가 찍어놓은 영상을 보여드림. 우리가 잡아온 애들한테 강건마 야만전사의 신상을 털고, 날 밝으면 그 쪽으로 출두하라는 연락이 갈거라는 경찰관 아저씨의 얘기를 들었음. 이미 당사자가 토꼈으니 합의고 나발이고 물건너간 상황이였기도 했지만, 그 때 합의는 없ㅋ어ㅋ 라고 마음을 굳게 먹게 됨. 나오는 길에 보스몹을 못 잡긴 했지만 나름 한 건 했다면서 술판을 벌였음ㅋㅋㅋ...



다음 날 아침 일찍 선빵맞은 친구랑 손잡고 병원가서 상해진단서 떼서 다시 경찰서 가서 제출해버림. 혹시나 강건마 측에서 전화가 올까봐 모르는 전화는 일부러 안 받고 혼자서 몸 사리고 지냈음. 그 날 공대를 짰던 친구들끼리는 지금도 워낙 자주 보는 사이라 에피소드가 하도 많아서 그 때의 일이 가끔 술자리의 안주거리처럼 거론되곤 하다가 잊혀짐. 



얼마 전에 정말 오랜만에 이 이야기가 에피소드로 거론된 적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아무도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를 모르는 거임. 왜 그런거 있잖음? 모르는 동네에서 정처없이 걷다가 길을 잃었는데 '야 여기 어디야 나 너 걷는 것만 보고 따라온거란 말야' 했는데 '나도 너만 따라온건데?' 하는 것처럼 누군가는 확인해보겠지 했는데 결국 아무도 확인을 안 한거임...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그 다음 날 경찰서에 연락해서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함. 언제적 일이냐고 물어보시길래 3년 전이요... 했더니 그걸 왜 지금 물어보냐면서 혼났음ㅠ.ㅠ... 하지만 며칠 뒤 그 강건마의 근성과 야만전사의 기상을 닮은 그 여자는 300만원인가 벌금을 물었다고 함. 알아보니까 과태료가 아니라 '벌금형'이라서 엄연한 전과기록이라고 해서 순간 짠하기도 하고, 그래도 나도 사람인지라  그냥 합의할 걸...이라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그래도 그 날 처맞으면서 뜯겨나간 피어싱 때문에 귀에 생긴 흉터를 보면서 그냥 잘한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필력이 부족해서 충분한 청량감을 드렸는지 자신이 없네요 ㅠㅠ 


이 일이 있고 두 달 뒤에 저도 이 카페에서 일하게 되었었는데요... 기회가 되면 나중에 그 때 만난 진상썰이랑
스물한살 때 바텐더로 일할 때 바에 칼 들고 찾아온 손님썰도 풀어볼게요 ! 좋은 밤 되세요 !!
출처 1부
http://todayhumor.com/?soda_694

의도치 않게 글을 끊었더니 더 부담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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