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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다시 걸을 수 있었으면. 그런 날이 꼭 왔으면 .....
게시물ID : humorbest_7051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Ghma
추천 : 57
조회수 : 2596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6/30 03:07:13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6/30 02:13:25
아빠가 많이 편찮으세요...
 
재재작년에.. 넘어지셨는데 그뒤로 회복이 안되시더라구요
 
통증이 없어서 큰 걱정 안했고 그냥 인대가 늘어난정도로만 생각하고 근처 정형외과며 한의원이며 다녔는데..
 
시간이 지나도 영 차도가 없어서 결국 몇 개월만에 찾아간 모 대학병원..
 
지금 생각하니 그것도 참 그러네요.
 
담당교수님 외국 나가셨대서 접수하고 3개월 기다렸더니 돌아와서 만남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죠.
 
수술을 하겠느냐. 성공확률은 20프로다. 하지만 수술후 후유증을 생각한다면 안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이건 뭐.. 하지 말란 소리 같기도 하잖아요? ㅎㅎㅎ
 
수술 안하시고 운동 하시면서 회복하는 방법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해도해도 나아질 기미가 안보여서
 
다시 건너건너 소문듣고 찾아간 정형외과.. 수술말고 재활로 해보자고 하여 그곳에서 또 몇개월...또 차도가 없어서..
 
결국 또 다른 신경외과...
 
그곳에서 청천벽력같은 소릴 듣게 됩니다..
 
초기에 수술을 했더라면 어느정도 호전은 가능했을 것 같은데 좀 늦은감이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
 
결정적으로 아빠의 마음을 움직였던건.. 다리만 문제가 아니라 추후엔 배뇨장애도 올 수 있다는 말 때문이었어요.
 
아빠가 편찮으신동안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통증이 전혀 없었다는 것인데...
 
여튼 수술은 잘 되었지만..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고... 아빠의 다리살은 급격히 빠져갔고..
 
다리에 힘이 빠지니 지팡이를 짚었더니 팔과 목에도 무리가 와서 결국은 목디스크 수술까지 하셨어요..
 
지금은 거동은 물론..팔 올리기도 힘들어하고 계십니다..
 
재활병원에 다시 몇개월째 입원 중이신데요...
 
자식으로 참.. 서글프네요.
 
평생 매너남으로 살아오신 신사같은 아빠인데...늦둥이 막내딸 ..참 자라면서 속도 많이 썩혔는데...
 
이제 다 크고 성인이 되어서 돈도 벌만큼 벌고 있는데 아빠가 편찮으세요. 이렇게...
 
엄마가 없이는 한시도 혼자 움직이질 못하셔서 간병인대신 엄마가 계시는데.. 엄마도 24시간 풀가동이에요..
 
이젠 엄마도 걱정이 되요..
 
아빠가 참 강한 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편찮으신 뒤론 예민해지시고 걱정도 많아지셨고.. 마음도 약해지셨어요...
 
그래도 말씀으로나마 여전히 다정하게도... 아빠는 나을거라고 희망을 갖고 있다...고 하시니 천만다행인데..
 
보고 있는 저는 속이 터지고 ...아빠 재활병원에서 치료 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가슴이 먹먹하고 미치겠습니다..
 
뭐든..힘들일이고 어려운 일이고...심지어 귀찮은 일은..전부 다 아빠의 몫이었는데...
 
(철딱서니가 없는 저는 대학입학 원서 내러 다니기도 귀찮아해서...그것마저 아빠가 해주셨었어요...참나....)
 
이젠 아빠가 저에게 해줄 수 있는 일들은 많지 않고..
 
그동안 이만큼 길러주신 은혜를 갚는게 한번씩 찾아가 볼에 입맞춤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밖에 없네요...
 
그옛날에 서른 일곱에 막내딸을 낳아 아빠가 나이가 많아서 미안하다고 나는 왜 그게 미안한거냐고 하면..
 
아빠는 그러셨어요. 너는 어린데 아빠는 나이가 많아서 니곁에 오래있어줄 수가 없으니 너만 보면 미안하다...
 
아빠는 일흔이 다 되어 가세요.. 예전에나 일흔이 할아버지지..저희 아빠도 편찮으시기 전까진 노인이 아니었는데...
 
누군가 속시원히 말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차라리... 이렇게 재활운동 5년이면 된다. 10년이면 된다..
 
기약이라도 있는 거라면은 세월이 길다 해도 아빠엄마 ...저희 가족들 모두 더 힘을 낼 수가 있을텐데요...
 
최근엔 편찮으시게 되면서 당신이 너무 늙고 있다 생각이 드셨는지... 상대적으로 어린(?저 30대 중반인데..아빠는 중학생같다하세요..)저를
 
지켜줄 수 없다는 생각때문인지... 주무시다가도 깨셔서는 엄마한테 그렇게 제 걱정을 늘어놓는다고 하세요..
 
결혼생활 행복하게 재밌게 잘 해야할텐데 얘네가 정말 행복하게 지내기는 하는건지 걱정이라고...
 
사실 막연한 걱정은 아니세요..
 
남편과도 사이가 썩 좋지 않아 아빠가 편찮으시던 초반에 이혼위기를 겪었엇고...지금은 살고 있기는 하나...
 
아빠의 병환 때문에 딱히 이러지도 저러지도..못하고 있어요...
 
어느날 아빠의 꿈에 나타난 제가 비를 흠뻑 맞고 울면서 "아빠. 우산이 없어. 비를 피할 수가 없어 " 그러더라고...
 
아빠가 무슨일이 있는거냐고 전화를 하셨는데.. 아무말도 하지 못했어요..
 
아빠가 늙는게 싫어요... 더이상 편찮으신 것도 싫어요...
 
예전처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셨던 엄마 아빠 두분.. 나란히 도봉산이고 북한산이고 지리산이고 찾아다니시며 등산하셨던..
 
그때가 너무 그리워요.. 더이상 나를 어떻게 해주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희망도 잃지 않고.. 다시 걸으셨으면....좋겠어요....
 
엄마아빠는 병원에 계시고 혼자 친정집에서 하룻밤 자던날 ... 신발장을 열어보니.. 엄마아빠의 등산화가 나란히 있네요..
 
참.. 사실은 별게 아니었던 때묻은 엄마 아빠의 신발일뿐인데...
하지만 이 안에 참 많은 추억들이 있었는데....싶어지니 많이 슬프네요...잠도 안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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