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강성원 기자]"상식적인 눈으로 봤을 때 어뢰에 의한 폭발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물기둥과 충격파 흔적, 선원들의 귀와 코가 손상되지 않은 점, 열에 의한 손상이 전혀 없다. 지극히 상식적인 의심을 마비시킨 게 국방부 합동조사단이다"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의 국방부 합동조사단 발표에 대한 문제제기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합리적 의심에서 출발한 과학적 검증이었다고 역설했다.
서 교수와 이승헌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는 지난 27일 저녁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여전히 의문이 끊이지 않는 천암함 사건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며 천안함은 '이념'이 아닌 '과학'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천안함 사건 이후 일관되게 정부 결론의 타당성과 조사의 완결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서 교수는 "우리의 작업은 합조단 보고서를 검증하는 데 있었고, 이 보고서가 검증을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인지 평가했지만 모든 면에서 검증 기준을 통과할 수 없었다"며 "만약 학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이 보고서를 쓴 사람은 매장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백승우 '천안함 프로젝트' 감독과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승헌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왼쪽부터)는 27일 저녁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여전히 의문이 끊이지 않는 '천암함 미스터리'를 주제로 토크쇼를 열었다. ⓒ강성원
이승헌 교수는 "천안함 침몰에 대한 각 설이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를 봤을 때 북한 어뢰설과 좌초설, 좌초 이후 기뢰 혹은 잠수함 공격 등 4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과학적으로 틀린 것이 북한 어뢰설"이라며 "어뢰 폭발로 물기둥을 본 사람도 없을뿐더러 어뢰가 배 3m 밑에서 폭발했다면 배 안에 있던 사람이 튕겨서 다치고 압력 때문에 고막 등 이비인후과적 손상이 있어야 하는데 모두 성립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 교수는 합조단 발표의 논리적 엉성함은 "어뢰 폭발로 물기둥이 없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물기둥 있었다는 식"이라며 "어뢰가 폭발할 때 얼마만큼의 충격파가 있는지는 무기체계 연구자들의 연구결과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박은 쇠로 만들어지는데 쇠에 큰 충격을 가하면 충격으로 진동이 생기는데 선박도 어뢰가 폭발하면 강한 충격파가 선체를 치므로 그 힘으로 진동 현상이 생긴다"며 "이 진동 때문에 선박 안에 있는 계기들이 흔들려 파손되는데 천안함의 계기들은 멀쩡하게 남아있고 폭약 등 무기들도 가지런히 정렬된 상태로 있는 등 천안함에서 충격파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어뢰 폭침설이 아닐 경우 천안함 침몰의 가장 가능성 높은 원인에 대해선 "사건 발생 후 최초로 작성된 해군 보고서대로 좌초설이 유력하다고 본다"며 "천안함 사고가 났을 때 한미 대잠수함 연합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잠수함 추적 훈련을 중단했다는 것은 좌초 이상의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다고도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도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하며 수중 폭발 실험에서 생긴 흰색 흡착물질과 '1번 어뢰'와 천안함에서 발견한 분말가루가 똑같은 물질이라는 합조단의 주장에 대해서 반박했다.
이 교수는 "2010년 11월 국방부 허락으로 천안함에서 나온 것과 어뢰에서 나온 분말가루를 채취해 지질학자인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교수와 정기용 안동대 교수의 도움을 받아 실험한 결과 두 곳에서 나온 분말가루는 폭발로 생긴 산화알루니늄(Al2O3)이 아니었다"며 "국방부에 합조단이 폭발의 증거물이라 주장하는 실험 샘플을 공개하라고 하자 이미 샘플을 다 썼다고 둘러댔다"고 밝혔다.
이에 이 교수는 합조단에서 발표한 에너지 분광(EDS) 데이터를 토대로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합조단의 실험 결과와 분명한 차이를 보였고, 국방부가 300만 원 정도밖에 안 드는 재실험 요청도 거부한 것을 근거로 합조단의 증거 자료가 명백한 조작이라고 확신했다.
이 교수는 이어 "국방부는 두 지질학자의 과학적 검증으로 반박했는데도 그 후 아무런 답을 주지 않고 있어 과학적 논쟁은 이미 결론이 났다"며 "이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 진실의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