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뭔가에 눌리고있다.'
정신이 들었을 때 처음으로 들었던 생각이었다.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면서 내가 처한 상황을 하나하나 체크해 보았다.
하나. 빛이 없다. 주변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둘. 내 몸이 뭔가에 짖눌리고 있다.
셋. 내 몸을 누르고 있는 것은 단단하고 차갑고 거칠다. 예를 들자면 콘크리트 덩어리.
넷. 얼굴이 정면을 보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공간이다.
가슴과 배가 눌려서 숨쉬기 힘들 정도다. 애초에 비만이었던 탓도 있겠지만.
천장에는 아주 앝은 요철 이외에는 잡을만한 곳이 없다, 몸을 움직이려면 모든 힘을 손끝에 모아야 할 것 같다.
여기는 어디일까, 나는 왜 이곳에 있는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몸을 아주 조금 머리 방향으로 움직여보았다.
등과 가슴에서 천이 쓸리는 소리가 났다.
옷 뿐만 아니라 피부 자체에도 마찰로 인해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목마르다. . .
배도 고프다. 이 살찐 몸뚱이는 연비가 나쁘다.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간은 얼마나 지난거지?
1시간? 30분?
누구지? 왜? 어째서?
미칠것 같다. 처음 있던 자리에서 3미터도 못움직인 것 같은데 가슴과 등에서 피가 흐르는게 느껴진다.
아무 생각없이 움직이다가 천장에서 작은 홈 같은것을 찾아냈다.
억지로 몸을 당겨 그 홈을 더 자세히 만져보았다.
글씨다. 누군가가 천장에 글씨를 새겨놓은 것이다.
손끝으로 글씨를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ㅊ....ㅓ....ㅇ.....ㅡ......ㅁ.......
"처음...자리에서.....다리.....방향으로......5미터......출구?"
"아아어으기거그어이그억아~~~~~~~악! 씨발! 방향을 어떻게 알아!!!!!"
미친듯이 주변을 더듬어 본 결과 하나의 문장을 더 찾아낼 수 있었다.
"이........문장은 네가 처음에 있던.....자리에도.......있었. 그리고 문은..............네가 깨어나고 30분 후에......닫힌다."
닫혀?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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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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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자려고 누웠다가 생각나서 써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