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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제의 추억
게시물ID : humorbest_7054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밀번호확인
추천 : 63
조회수 : 6327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6/30 20:35:24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6/30 13:08:38
아는 지인의 경험담인데 너무 재미있어서 1인칭 시점으로 각색해서 글로 옮겨 봅니다.



때는 10여년 전 강원도 산골 모 사단 헌병대에서 뺑이 치고 있을 때였다.

헌병들 키도 크고 덩치도 좋은 애들이 주로 차출 되어 오지만 군 생활이 훈련 위주가 아닌

근무 위주라 병장 짬쯤 되면 슬슬 디스크니 관절염 같은 속병이 들기 시작한다.

병장 2호봉이 되었을때 드디어 부대안에 체력단련장이 생겼다. 체력단련장 이라고 해본들 

안 쓰던 보급품 창고에 벤치 프레스 하나 아령 몇 개 그리고 노래방기계(?)가 다였다.

운동 기구는 적은데 병사들이 이용을 많이 하니 이에 빡친 최고참 병장이

병장 2호봉 이하 출입금지! 라고 엄포를 놓았고 다행히 병장 2호봉을 갓 넘은 나는 

자유로이 출입을 할 수 있었다.

모두다 아놀드가 되는 꿈을 꾸며 운동 후 단백질 섭취를 하면 근육이 빨리 붙는다고 

가방끈 긴 일병놈이 정보를 전해주자 병장이란 작자들이 쪽팔리게 후임병 비락우유 까지

뺏어먹는 상황이 연출 되었다.

난 차마 그러진 못하고 과거 사회에 있을 때 잠깐 다녔던 헬쓰장 경험으로 단백질 보충제를

운동 후 섭취하면 근육이 잘 붙는다고 알고 있어 외출 시간에 시내에서 보충제를 금 1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한 통 사 들고 들어왔다.

갑자기 근육병에 걸려버린 비루한 고참들은 보충제를 보자 마자 너도나도 한 입씩 뺏어 먹기 시작했고


더 화가 나는 건 평소 부대 특성 상 낮에 내무실에 사람이 거의 없다. 그리고 관물대도 캐비닛이 아닌 목재 관물대라

어떻게 잠궈 두고 할 수도 없고..  근무만 갔다 오면 보충제가 확 줄어들어 있는거였다.

"이거 어떤놈이 훔쳐먹었어!!" 라고 애꿏은 후임들에게 화를 냈지만..... 

그리하여 한 달 치 분량이던 보충제는 일주일도 채 안 되 바닥이 났다.

거금 10만원이 저런 비루한 근육거지들 입에 다 들어가버리다니....

그리고 두 번째 휴가자에게 부탁해 사온 보충제 역시 또 고참들의 입에 탈탈 털려버렸다.

지내들은 몰래 한 스쿱씩 퍼먹으니 별 티 안나겠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녁에 열어보면 어김없이 확 줄어 있었다. 도대체 몇 명이 훔쳐 먹는지 감도 안 왔다.


복수해야지.....

복수다!!!

다음번 외출 때 다른 상표의 보충제를 한 통 사서 내용물은 비닐에 담아 별도로 챙겼다.

그리고 약국에 들러

"저 지금 변비가 너무 심해서 미칠 것 같습니다. 보급나온 아락실도 안 듣고 좀 강려크 한걸로 조제해주세요 그리고 한약냄새 안나는 걸로요"

군부대 주변 약국이라 정말 강려크한 설사약을 많이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군부대 근처 슈퍼에 들러 허쉬 초콜렛 파우더. 설탕, 전지분유 등등을 사서 인근 다방에서

정말 심혈을 기울여 "복수의 보충제" 를 만들었다.

설사약을 정말 곱게 갈아 전지분유, 허쉬초콜렛, 파우더, 설탕을 잘 섞고 중간 중간 맛도 보고 해서

최대한 맛깔나게(?) 제조를 했다.

그리고 부대에 돌아오니 역시 근육병 고참들은 "어 보충제 또 사왔냐?" 라며 관심을 보였고

나는 미리 준비해온 멘트를 날렸다.

" 아 이번 보충제는 유당 성분이 많이 있어서 몸에 안 받는 사람은 설사가 날검다. 그러니 막 드시지 마십쇼"

라고 하였으나 이미 근육병 말기 환자들이라 너도 나도 한 스쿱씩 뺏어 물었고 

그날 새벽 화장실에서는 폭풍이 몰아쳤다.

아침에 고참들은 새벽 설사에 대한 무용담을 쏟아내고

몇 몇은 자기는 괜찮았다고 하며 보충제에 대한 내성이 있음을 과시했다.

화장실 청소 당번이었던 김일병은 그날 아침 지옥을 보았다고 했다.

보충제는 일부러 눈에 잘 띄는 관물대 앞에 놔두고

그 보충제에 내성 있다는 바퀴벌레 같은 고참들이 훔쳐 먹길 기다렸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 뒤 근무 복귀 후 통을 열어보니 맙소사!  양이 상당히 줄어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호 준비 하는 동안 자리에 앉아 고참들의 얼굴을 유심히 훑어봤다.

분명 식은 땀을 흘리고 불편해 하는 인간이 있을 건데... 뭐 아직은 없지만

이 정도 줄은 양이면 코끼리도 설사에 똥꼬가 헐게 만들 수 있을 듯

그리고 점호 시간 

당직 사관이 들어왔다.

점호 보고를 하는데 미복귀 2 명이 있었다.

평소에 보통 행정병은 야근을 할때 점호에서 제외 되는 경우가 많아 그러려니 했는데

당직사관 입에서 놀라운 말이 나왔다.

" 아 보급계 계원 조 뭐시기가 지금 식중독 증세로 설사를 심하게 해서 의무대에 입실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유를 잘 못 먹은 것 같은데

간혹 상한 우유가 있을 수 있으니 우유 마실 때 잘 확인하고 먹도록 이상!"


뭔가 이건.....


아귀가 확실히 맞아 떨어지는데.....

입대때부터 식탐 때문에 고문관 짓을 많이 해, 중대장이 행정병으로 유배를 보냈던 조일병....



아... 너였었냐!


다음날 의무대에서 복귀해 내무실 구석에서 골골 대며 있던 조일병을 보고

가서 추궁을 하고 싶었으나.....

하루새 반쪽이 되어버린 파리한 얼굴을 보니

충분히 죗값을 치뤘겠구나 생각이 들고 묻어 두기로 했다

그리고 충분히 제 임무를 다한 복수의 보충제도

화장실 변기에 쏟아붇고 물내려 버렸다.




10년이 넘은 시점.... 아직도 드는 궁금증이 하나 있다..


조일병.... 도대체 얼마나 퍼 먹은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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