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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게시물ID : lovestory_705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천재영
추천 : 1
조회수 : 38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12/02 15:04:16
바 람
 

오늘 아침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져 별 준비 없이 집을 나온 나의
발걸음을 바삐 종종종 옮겨 놓게 하였습니다.
 

삼각산 골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을 마주하며
걷다보니 겨울바람은 고추보다 맵다고 걱정하시던
어머니 말씀이 순간 영화처럼 머리를 스치고 갑니다.
 

피할 겨를도 없이 불어오는
매서운 그 바람은 옷 속 깊은 곳 까지
파고들어 가난한 민초들을 더 힘들게 합니다.
 

입에서는 불 땐 가마솥처럼 연신 입김을 쏟아내고
코에서는 콧물이 수도꼭지처럼 쉬지 않고 줄줄 흐르고
귀는 어디 쯤 붙어 있는지 알 수 없도록 추운 아침입니다.
 

그 옛날 어머니가 밖에 나가는 나를 붙잡고 머리와 얼굴은
털실 목도리로 감싸고 솜 놓아 만든 두꺼운 옷 입혀주시며
손등이 터서 어찌 하나 걱정하시던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늘 겨울맞이 준비를 미리 해두었다가 날씨가 추워져도
여기저기서 잘도 찾아내어 내 몸을 이리저리 감싸주던
요술쟁이 만능 천사이시던 우리 어머니였었습니다.
 

이 순간 나도 모르게 흐르는 콧물을 닦으면서
어머니가 살아생전 늘 나만 보면 온갖 참견을
다 하신다고 귀찮아하고 불평했던 불효자식
 

세월이 한참 흐르면서 나도 차츰 나이 들고
예전에는 없던 철도 들어가며 어머니의 참견이
이토록 그립고 그리워질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세상 모든 어머니는 살아오는 동안 불어 온 모든 바람을
맨 몸으로 막으셨고 모든 어머니들이 남김없이 희생 하면서
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며 자랑스럽게 길러내셨습니다.
 

어머니는 하늘에서 집집마다 한분씩 내려주신
천사 중에 천사로서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고귀한 천사입니다.
 
어머니의 끝없는 희생에 감사하며 그 넓고 깊은 은혜를 알 만하니
어머니는 당신 몸과 같은 자식만을 남긴 체 세상의 천사 역을 마치고
더 넓고 높은 나라의 천사가 되어 멀고 먼 곳으로 혼자서 가셨습니다.
 

세상에 모든 자식을 둔 어머니는 한시도 변함없이
자신보다는 험한 세상에 두고 온 자식들을 위하여
편히 쉬지도 않고 내려다보며 늘 보살펴 주십니다.
 

오늘 아침 삼각산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찬바람이
무념무상으로 살아오던 나에게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새로운 마음으로 반성하게 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남은 세상을 좀 더 알차게
값있게 하기 위해서 또는 내 자식 미래를 위하여
찬바람을 막아주는 바람막이가 되어야지 하고 생각 합니다.
 

세상에는 집집마다 계시는 어머니 손길 보다
더 따뜻하고 믿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세상을 이만큼 살아오면서 이제야 알았습니다.
 

이른 아침 매서운 찬바람과 만나면서
그동안 살아온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려는 마음을 갖습니다.
 

세상은 많은 것들이 우리 주변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발전하고 새로운 것이 나타나고
사라지고 하면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잠시라도 정신을 놓고 쉬면
그 다음이 걱정이 되는 아차 하는
급박한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오늘 아침 찬바람은
잠시 잊었던 많은 것을 다시 찾고
한 번 더 생각하며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게 해준 찬바람으로
닫아두었던 마음을 바르게 여는 것이 세상의
많은 행복 중에 가장 행복하고 보람찬 행복이 될 것입니다.
매 순간의 올바른 판단이 나의 일생을 행복한 인생으로 바꾸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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