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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best_705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uri★
추천 : 43
조회수 : 2031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11/20 15:36:50
원본글 작성시간 : 2004/11/19 13:58:42
어느 해 가을,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다른때와는 달리 20년 이상 복역한 수인들은 물론
모범수의 가족까지 초청된 특별행사였습니다.
운동회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운종장 가득 울려 퍼졌습니다.
"본인은 아무쪼록 오늘 이행사가 탈없이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오랫동안 가족과 격리됐던 재소자들에게도,
무덤보다 더 깊은 마음의 감옥에 갇혀 살아온 가족들에게도
그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미 지난 며칠간 예선을 치른 구기종목의 결승전을 시작으로
취업장별 각축전과 열띤 응원전이 벌어졌습니다.
달리기를 할 때도 줄다리기를 할 때도 어찌나 열심인지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를 방불케 했습니다.
여기 저기서 응원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잘한다. 내 아들.. 이겨라! 이겨라!"
"여보, 힘내요.. 힘내!"
뭐니뭐니해도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부모님을 등에 업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효도관광 달리기 대회였습니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하나 둘 출발선상에 모이면서
한껏 고조됐던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수의를 입은 선수들이 그 쓸쓸한 등을
부모님 앞에 내밀었고 마침내 출발신호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달리는 주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들의 눈물을 훔쳐 주느라
당신 눈가의 눈물을 닦지 못하는 어머니..
아들의 축 처진 등이 안쓰러워 차마 업히지 못하는 아버지..
교도소 운동장은 이내 울음바다로 변해 버렸습니다.
아니, 서로가 골인지점에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듯한 이상한 경주였습니다.
그것은 결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레이스였습니다.
그들이 원한 건 1등이 아니였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함께 있는 시간을
단 1초라도 연장해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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