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1228 레알 솔직한 집회 후기 + 경찰 작전에 대한 느낌
게시물ID : sisa_4757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언니네도서관
추천 : 10
조회수 : 602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3/12/30 01:32:08
 
 
내일이 되면 다 까먹을 것 같아서 오늘 후기를 다 쓸려고 했는데,
플래시몹 후기도 좀비 모드로 겨우 쓴지라...(플래시몹 후기 http://todayhumor.com/?humorbest_808882)
시청 후기는 짧게-
 
겨울에 밖에서 12시간 정도 있으니까 하아..
나름 방한용품 둘둘둘 했는데도
다 끝나고 나니 이거 뭐 몸에 바람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한기가 안 져서 정말 뜨거운 물에 퐁당 하고픈 마음만 가득했던 오늘밤이었슴요..
 
*
여러분, 겨울밤 집회 나갈 때
목도리, 마스크, 방한모, 핫팩. 요 네 가지는 진짜 필수입니다.
있고 없고가 엄청~나게 달라요.
(전 다 갖췄었는데도 오늘 같은 날씨는 으슬으슬 장난 아님.)
 
 
여튼, 저는 저질 체력이니까
시청 후기는 간단히 기억에 남는 일들 위주로 단편단편 정리해 볼게요.
(라고 해놓고... 인생사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구만요...)
 
 
 
1. 스케이트장
저는 설마 지금 저기서 스케이트를 타는 중일까 싶었어요.
(아무 의심없이 그냥 당연히 사람은 없다고 생각. 그냥 오늘 저 공간 좀 걸거쳐!!!! 거추장스러워!!! 그러다가...)
 
시청광장에서 끝나고 이동하며, 해맑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목격.
뭐 애기들이야 원래 해맑으니까...(?)
근데 그 와중에
스케이트장 담벼락에 기대서 셀카 찍는 커플을 발견.
이 녀석들.... (희번득)
찾아낼 것이다 찾아내서 ㅈ... (눈앞에 있는데 뭘 찾아내!) 다들 아실 그 짤 대사를 중얼거리며
(옆에 일행은 빵 터지고. 제가 일행에게 어제 오유를 전파했거든요. 안 생긴다는 건 안 갈쳐줌)
사람들이 바로 코앞, 바로 손닿을 거리에서 이동하는 중인데도
진짜 0.000000001g도 신경 안 쓰고 지들만의 세계에서 샤랄라라라.
(미운 포인트가 어딘지는 묻지 마세요)
 
 
2.
저녁즈음 시청광장에서 이동할 때 화장실에 들리느라 본진(?)을 놓쳤어요.
이때 화장실엘 갈려다 처음으로 경찰한테 막혔습니다. (전 시청 진입 자체엔 큰 무리가 없었거든요) 
시청 화장실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코앞에 보이는 맥도날드를 갈려고 했던 건데....
전경들이 안 비켜줌. 맥도날드는 조기조기 엎어지면 코 앞인데!
 
나갈려던 다른 사람들이 집에 좀 가자! 집에 좀 가자! 외치고
저도 덩달아 연약 코스프레하면서, 왜 집엘 못 가게 해요? 네에? (화장실엘 못 가게 해요?) 
그때 바로 앞에서는 jtbc 카메라가 이 상황을 찍고 있었음. 잠시 러브러브 눈길 좀 쏴주고...
- 진짜 어제 jtbc 카메라는 이동하는 족족 홍길동처럼 여기저기서 만났어요.
본진을 놓쳤을 때(여러번 놓침 ㅠㅠ) 앗! jtbc 카메라다! 저 카메라 쫓아가자! (따라가면 만날 것만 같아서...)하면서 막 따라갔는데.... 진짜 축지법 쓰면서 증발함.
 
 
 
여튼 계속,
급하니까(...) 그냥 근처 건물 화장실을 다녀왔슴,
그 사이 사람들은 이미 상당수 빠졌고...
 
그래서 우리는 황급히 촛불(을 나눠주는) 부스를 찾아 헤매기 시작.
(쌍코 카페에서 초랑 종이컵을 나눠주더군요, 멋진 언니동생들!
바로 옆에서는 소드 제공 핫팩! 이 핫팩이 제가 돈 주고 산 거보다 나았음...ㅠㅠ
그리고 어딘진 까먹었는데 ㅠㅠ 대학교 같았는데... 달달하고 뜨신 커피 나누어줌! 고마워요!)
 
여튼('여튼' 남발하며 대충대충 뛰어넘겠습니다...;)
초를 찾아들고 깃발들을 찾아 헤맴.
 
광화문에 이르니 폴리스라인 + 전경버스 + 전경본체(?)들이 포진하여 광장을 둘러싸고 있더군요.
(의경이 맞나? 여튼 그들에게 악의는 전혀 없어요. 오히려 안쓰러운 마음이 큼ㅠㅠ)
그 포위망 안에 깃발들이 가득. 함성이 들려옴. 
저기다! 
발견의 기쁨도 잠시. 진입할 수가 없습니다 ㅠㅠㅠ
개구멍을 찾아 헤매는 아이처럼 주변을 뱅글뱅글.... 맴돌았더니 저어기 모퉁이에 쬐끔 터놓은 곳이 있더라고요.
뭔가 수상쩍었지만, (몰아넣고 물대포를 쏠려는 건가?) 일단 진입.
들어가 보니 어째 거기가 대열의 최전방... 
 
진입하여 따라외치다 보니,
행진-! 하자며 사람들이 이동하기 시작.
그 사이 이미 개구멍도 막혔구요.
전방에 있던 저와 일행도 뒤따라 돌격.... 좀 무섭긴 했는데...
최전방이 경찰과 잠시 겨루더니 앗싸! 통과!
근데 통과했는데... 2차 경찰열이 또 있음.
......우리는 통과한 1차열과 그 옆의 버스 및 폴리스라인 과 2차 경찰열 사이에 갇힌 셈....
간단히 그림 설명 ㅠㅠ
 
 
 
                <보신각>  
(교보)       2차 경찰들 가득 OOOOOOOOOOOOOOOOOOOOOOOOOOO
               ↓↓↓↓↓↓↓↓↓↓ (통과해나온 우리한테 돌진)         경찰경찰
                                                                                              경찰경찰
                       선봉대 (나왔더니 포위+고립됨)                         경찰경찰
<기념비전>                                                                              경찰경찰 (이미 요긴 막혀 있던 거임)
1차 경찰(선봉대 이리로 뚫고 통과)경찰경찰-버스(폴리스라인)라인라인라인라인라인라인라인-----
경찰경찰경찰경찰경찰경찰경찰경찰경찰경찰
                        ↑↑↑↑↑↑↑
              아직 통과 못한 채 남아 있는 대다수
 
 
 
으아.... 생각보다 저거 그리는 데 오래 걸림 ㅠㅠㅠㅠ
대충 이해가 가시려나요?
 
1차 경찰들을 뚫고 나왔더니
틈을 둔 채
2차 경찰이 기다리고 있다가.... 방패 들고 밀기 시작한 거임.
 
진짜 이때... 2차 경찰들한테 밀리면서 우측으로 이동하는데,
여튼 이게 뭐... 이동할려고 하는 것 이전에
방패 든 건장남 '떼'한테 밀리는 게 무서워서(전 그랬음...) 미친 듯이 우측으로 감.
그 상황에 우리 사람들도 서로 부대끼게 되니까
제 일행은 2차 경찰쪽으로 점점 밀려가고
저는 공포에 휩싸여서 OO야! 일루와! 일루 와!!! 하면서 제쪽으로 마구 잡아당기고.(일행은 연약한 여인네임)  
아 진짜 그 당시엔 정말 무서웠어요. 아수라장. 어쩌자고 우리가 앞쪽에 있었지? 등등 오만 생각이 다 듬.   
진짜 이렇게 한순간에 사람들이 다치고, 실려가고 그런 상황이 되어버리는 거구나..
그동안 막연히만 알았지, 그 몇 분의 공포 동안 제대로 실감을 했죠.  
일행을 건져낸 후에 ㅠㅠ 우리는 폴리스라인 사이의 틈새에 숨었습니다. 하아... 이러다 차가 움직이면 그 사이에 낑기는 거 아닌가. 움찔거리면서.
(다른 커플 한 쌍과 -남자가 여자 보호- 다른 여자분 두분도 그 옆에 머무름)
조금 잠잠해지고 (다행히 이때 사상자는 없었던 거 같아요...) 우리는 우측으로 빠져나왔어요. 그땐 터주었던 듯.
일행은 많이 놀랬고.. 나와서 한숨 돌리고 보니 먼저 나온 선봉대 깃발들은 저 너머 왼편에 있더군요. 그리고 그 사이에 전경벽이 다시 막힘.
일단 여기서 사람들이 분리되어 버린 거죠.
 
 
 
이번에 느낀 건데...
 
1) 경찰이 너무너무너무너무*100 많았고
- 누가 서울 전경 다 모였다 보다.. 했는데 노노노농 이건 뭐 지방에서도 다 끌어땡긴 듯/ 실제로 건너건너 누구- 부산 경찰-도 이번에 서울 올라왔다고.
- 나중에 어떤 아저씨한테 듣기로는, 경찰이 7만명이라고 했다는데. 그건 그쪽 말이니까 곱하기 3은 해야 할 거라더군요.
 그냥 들은 말이라 확실한 건 아니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10만명이었다고 하고, 우리보다 경찰이 훨훨 많았으니 20만쯤이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음.
 
2) 경찰들이 엄청 진화함.
- 근래 몇년동안 꾸준히 비슷한 형태의 집회가 많았기 때문일까요...
저도 꽤 간만에 나간 건데, 그전과는 몹시 다른 느낌.
 
 
여튼 수도 무지하게 많고
집회 다루기 기술(?)이 엄청나게 진화해서
와나 뭐랄까 토끼몰이.
실로 경악스러울 정도로 여기저기 꼼꼼하게 틀어막고
동선 자체를 교묘하게 짜서
사람들을 무지무지 분산시켜 버렸어요.
 
 
이제와 생각하건대-
선봉대를 통과시켜준 것도 어쩌면 작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일부러 조금 밀리면서 통과시켜 주고 나머지 사람들은 꽁꽁 잡아매어둠으로써 사람들을 분산시키는 거죠.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통과한 이후, 어느 정도 텀이 지난 다음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다른 방향으로 돌파를 시도했는데-
그쪽도 선봉 소수는 통과하고 나머지는 또 통과하지 못함.
결과적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소수의 선봉대가 각각 통과하고- 그 뒤에 남는(갇힌) 사람 또 남고....
이 방향 저 방향으로 마구 흩어지게 된 거죠.
이러면 각각 여기저기서 고립되고, 우왕좌왕하게 되고...
이도저도 안 되게 되는 거고.
 
 
저희는 놀란 마음을 좀 다스리고,
또다시 합류하려 했으나 이미 다시 세워진 경찰벽 때문에 진입할 수가 없었어요.
이 상황에서 또 자잘자잘 이러저러한 일들이 많았고...
여기저기 알짱대다가 채증도 무지 당하고.
대체 이런 걸 왜 채증하지? 싶은 일들도 많았는데.
이건 좀 생략하고.
 
.
.
.
결국-
사람들이 해산한 이후에야 경찰벽이 풀렸습니다.
우린 설마 정말 해산했을까. 했는데, 해산함 ㅠㅠㅠㅠㅠ
밤샐 각오하고 왔는데 허무...흐흐흐흐.
 
 
 
 
이번 집회가 끝나고 이래저래 말이 많았죠.
우리처럼 허무해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구요.
 
 
일단은... 이번의 어떤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면,
위에 이야기했던 경찰들의 진화된 (이게 진화가 맞나 모르겠지만) 막고 몰고 작전 때문에
사람들이 점점 흩어지면서 결국 무력해진 게 아닌가 싶어요.
한편으로는 이게.. 어떻게 보면 지도부가 명확하고 리드가 똑 부러지면 그걸 극복(?)할 가능성도 생기는데
이번엔 정말 많은 조직과 각각의 개개인이 모여들어 사람도 많고 더불어 의욕도 넘쳤지만
딱 끌어모아 분명하게 리드하는 무언가가 없었다는 느낌.
제가 집회에 대해 잘 알거나 내세울 만큼 나가본 것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그리고
음 이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게요.
잘 아는 것도 아닌 데다가 다른 분들이 많이 해주셨으니까.
 
다만, 이번에 여러 반응들이 있더군요.
이번처럼 맥아리가 없는 집회는 처음이었다, 숙련된 사람의 필요성을 느꼈다, 등등
그 한편으로는 그렇다고 해도 의미가 없지는 않다 (물론 그건 당연하지요)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된다,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등등.
제가 어제 겪은 바로는 다 맞는 말 같아요.
실제로 저는 꽤나 허무하기도 했고
이게... 밤샐  각오까지 하고 왔는데 시간상 일찍 끝나버렸기 때문만이 아니라,
- 막상 별로 한 게 없는 기분. 구호나 노래 등을 함께 우렁차게 한 것도 많지 않았고, 행진도 제대로 못했고, 막히고 몰리다가 촛불도 오래 못 켰고... - 물론 계속 투쟁해오신 분들의 체력도 있고, 장기전도 생각해야겠지만..
 
저는 지금 뭔가 큰 한방! 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어제가, 큰-은 아니어도 중박은 될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우리들, 정말 벼르고 벼르던 마음이었잖아요.
전 원래 어제 여행 계획이 있었어요. 예약도 예매도 다 해놓았었고 ㅎ 근데 이게.. 이번엔 진짜 뛰쳐나가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그게 아깝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저도 벼르고 벼르던 마음이었고. 다들 그런 마음이라는 걸 느꼈는데.
그리고 실제로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마음을 합쳤는데.
근데 이게 뭔가.. 중박도 아니고  이 미진함을 뭐라고 해야 할까
한편으로는, 나도 그런 허무한 마음이 드는데.. 처음 나오신 분들이나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지치거나 실망해서 포기해버릴까봐 걱정도 되고.
 
으아아. 말하다 보니 씁쓸해지네요.
많이 모인 것, 으로 의미를 둔다면 의미를 둘 수 있지만.       
분명 어떤 큰 한 방, 또는 도화선 같은 것이 필요하고, 오늘이 그 시작이 될 거라 기대했었기에.
 
 
 
이게 뭐야.. 간단하게 쓸려고 했는데 어쩌다 이따위 의식의 흐름이.. ㅜㅠㅠ
 
이상, 
저의 어제 간단... 후기였습니다.
춥고 피곤해 기절할 것 같았는데.. 후기 쓰다 아침이 됐어 ㅠㅠㅠㅠ
(정리가 안되어서 아침에도 못 올리다가 밤에야 올리네요 -_-)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