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짧고 좋은시 몇개
게시물ID : lovestory_706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겨울약국
추천 : 5
조회수 : 2383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12/07 23:04:49
첫사랑 -문숙

공사중인 골목길

접근금지 팻말이 놓여있다

시멘트 포장을 하고

빙 둘러 줄을 쳐 놓았다

굳어지기 직전,

누군가 그 선을 넘어와

한 발을 찍고

지나갔다


너였다








기억하는가 -최승자

기억하는가

우리가 만났던 그날

환희처럼 슬픔처럼

오래 큰물 내리던 그날


네가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네가 다시는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평생을 뒤척였다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꿈 -황인숙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꽃 -조은

오래 울어본 사람은

체념할 때 터져 나오는

저 슬픔과도 닿을 수 있다








오, 여보! 中 -한 무명 블로거

비록 이 늙은이가 앳된 여린 감정은

전부 지난날에 묻은 거처럼 담담해 보인대도

사랑 하나 기억하는 것만큼은

막 피어난 꽃과 다를 바 없으니

꿈속을 걷는 듯 초점 없는 눈동자로

항상 먼 하늘 지키며 자네를 그리워했소


이제 시대의 사랑이 아니라 노망에 빗대

주책 맞다 쓴소리 받을지라도

결코 변함없는 기억은

내가 한 사람과 정조를 약속하며 짝을 이룬 것이고

운명을 초월한 삶의 크기를 본 것이고

과분하게도 턱없이 행복했으니

다 갚지 못해 남은 생 보내는 것으로 생각하리다








첫사랑 -이운학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까지 들여다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까지








첫사랑 -김현태

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느냐고 

비탈길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답했다 


두 발 없이도 

아니, 길이 없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








이런 시 -이상

내가 그다지 사랑했던 그대여

내 한 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평생 못 올 사람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어여쁘신 그대는 내내 어여쁘소서








호수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눈물 (작자 미상)

만일 내가 무엇인가로 돌아온다면

눈물로 돌아오리라


너의 가슴에서 잉태되고

너의 눈에서 태어나

너의 뺨에서 살고

너의 입술에서 죽고 싶다


눈물처럼








만추 -김광선

이십년을 넘게 산 아내가

빈 지갑을 펴 보이며

나 만원만 주면 안 되느냐고 한다

낡은 금고 얼른 열어

파란 지폐 한 장 선뜻 내주고

일일 장부에 '꽃 값 만원' 이라고 적었더니

꽃은 무슨 꽃

아내의 귀밑에 감물이 든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