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대딩을 위한 계명놀이
1. 어설픈 새해 계획 세울 바엔 걍 처놀자. 토플학원 등록 따위를 계획이랍시고 다짐하고 있다면 어설픈 계획이다. 그따위보다는 마냥 처노는 과정에서 가끔 불쑥 떠오르는 과거의 나를 대면하는 것이 차라리 잘나가는 놈이 될 준비에 유익하다.
2. 어른놀이, 자립놀이를 위해 시급 알바를 찾을 바엔 책이나 보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몸값이나 올리자. 그 감상을 기반으로 딱 일 년만 몸을 키우면, 그간 안벌었던 잡비를 벌고도 남을 돈 받는 일이 곧 진로개척이 되는 용자가 될 수 있다.
3. 엄친들이 입학결과에 혹해서 부탁한 과외를 굳이 하려거든 제발 가르치지 말고, 배운다는 싸가지로 임하자. 배움으로 대하면 저절로 좋은 어른놀이도 된다. 간혹 논술같이 전방위적 과목을 '가르치는' 오만한 꼴도 보이는데, 그건 본의아니게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
4. 고백받거나, 고백하고 싶거든 징징거리기 전에 한 번만 더 아닌 척 해라. 지금은 해소의 시기다. 해소는 용량이 있다. 아무데나 싸지르면 아깝다. 변비약을 먹고 싸지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약기운 때문이지 온전한 선택에서 많이 멀다. 빠져들더라도 온전히 빠져들면 더 알콩한 낭만을 누릴 수 있게 된다.
5. 이 시기에 내가 진짜 원하는 걸 채우고 싶단 욕망이 있거든, 든 거 없는 머리로 베스트셀러와 같은 유행을 따르는 것으로 대신하지 마라. 그건 단지 내 욕망의 사인일 뿐이다. 새로운 삶을 꿈꾸는 자에게 우선 필요한 건, 기존 기억과 기존 사회의 집착을 따르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미처 생각치 못했던 새로운 생각을 주는 관계를 찾아나서는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