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제가 좋아하는 몇몇 영화들을 꼽아봤습니다.
각자 좋아하는 영화가 있으시면 함께 얘기해요!
란(1985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빌려와 만든 구로사와 아키라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노장 감독의 공력을 다 쏟아부은 듯한 압도적인 화면과 스펙터클 속에서,
인간 군상의 배신과 음모 그리고 삶과 죽음의 운명을 장엄하게 그려내는 영화입니다.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1991), 기타노 다케시 감독
뒤늦게 발견한 기타노 다케시의 초기작.
기타노 다케시는 90년대 무렵의 작품들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고요함과 쓸쓸함, 시적인 정조로 가득한 분위기를 품고 있는 영화입니다.
환상의 빛(1995),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수수께끼가 풀리듯 모든 것이 명확히 말해지고 보여지지 않아도, 그럼에도 수긍하고 항복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90년대 일본 영화에서도 감독 개인의 필모그래피에서도, 분명히 최고작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하나비(1997), 기타노 다케시 감독
기타노 다케시 특유의 정서, 폭력과 유머의 호흡이 잘 어우러진 영화입니다.
서정적인 히사이시 조의 음악 또한 영화에 매력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아주 인상적인 은행 강도 씬이 등장하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예전엔 소나티네를 좋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쪽이 더 좋아지네요.
큐어(1997),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여전히 볼 때마다 등골이 서늘한 섬뜩함을 안겨주는 미스터리-호러 영화.
세기말적 불안감, 악마성, 왠지 모를 무력감 그리고 모호함이 혼재된 독특한 무드의 영화입니다.
2008년에 <도쿄 소나타>라는 걸출한 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했지만,
역시 90년대 중후반의 구로사와 기요시는 대단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원더풀 라이프(1998),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당신이 단 하나 가져갈 인생의 행복한 기억은 무엇인가요?
영화가 던지는 질문만으로도 이미 매혹될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언젠가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함께 보고픈 영화 목록에 넣어놓은 영화.
가장 처음 접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이고, 지금도 가장 사랑하는 그의 작품들 중 하나입니다.
13인의 자객(2010), 미이케 다카시 감독
늘 문제적이고 파격적인 작품을 내놓았던 미이케 다카시의 기백 넘치는 사무라이 활극.
어느 영주를 제거하기 위해 모여든 자객들을 다룬 이야기이자, 유명한 고전의 리메이크작입니다.
또 다른 리메이크작인 <할복>도 내놓았지만, 이쪽이 좀 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무엇보다도 후반부의 전투 씬은 정말 압권이라 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