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로운 일요일 아침입니다.
공게에는 첫글이군요.
이 사진에 대해 이상한점 몇가지를 찾아봤습니다.
이런 예언같은건 믿지 않지만 이게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유통된건지, 왜 사람들이 불안해 하는지는 관심이 생기더군요. (잉여력 폭발)
일단 저는
1) 포샵인지 아닌지 판별할 능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저 정체불명의 이미지가 조작된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습니다.
2) 또한 정말 누군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적은건지(.........) 아닌지도 100% 확신할 길이 없으므로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가정하에 몇몇 이상한 점들에 대해 적겠습니다.
0. 정말 미래에서 온 사람이 작성한 글인가?
일단, 위 사진에 나온 내용만 가지고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위 내용에는 '나는 미래에서 왔다'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죠.
첫문장인 马肮事件并还没结束天灾人祸频发는 '끔직한 사고와 자연재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라는 내용입니다.
1) 최초 배포자가 웨이신을 이용해 사진파일을 뿌릴때 '미래에서 왔다는 사람이 적은 글이다' 라고 말하며 뿌렸을 가능성
2) 인터넷 커뮤니티를 떠돌다 누군가가 내용을 덧붙였을 가능성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국내에 최초 게시된건 아마 오유에서의 공게글인 걸로 보입니다.
해당 글 작성자는 자신도 누군가에게 받은 이미지라고 저 위의 이미지(한글 부분 제외)를 소개합니다.
다만, 그 내용중에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었다더라' 같은 뉘앙스는 전혀 없죠.
따라서 저는 2)번 이라고 생각하며, 따라서 우리는 (현재의 내용만으론) 미래에서 온 사람/혹은 그렇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은건지,
현실을 살던 예언자/혹은 예언자 흉내를 내고싶은 누군가가 적은건지 확정할 수 없습니다.
1. 대체 누가 올린건가? 원출처가 어딘가?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만 놓고 보자면 7월 26일 오후 2시경 개드립 닷컴에 올라온게 최초 입니다.
허나 구글 이미지 검색에 나오지는 않는 오유 게시글이 최초로 올라온게 7월 25일 오후 1시경입니다.
게다가 원글 작성자도 중국의 카카오톡인 웨이신으로 직접 받았다고 밝히셨으니 아마 오유에 올라온게 최초일듯 합니다.
그럼 이제 한글 웹을 뒤져서 URL 을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구글에 없다 -> 중국 자료다 -> 바이두로 가자.]
바이두를 뒤져봤습니다.
1) 이미지 검색
2) 키워드 : 9月10日, 第三次世界大战 (9월 10일 제3차 세계대전)
3) 키워드 : 马肮事件并还没结束天灾人祸频发 (끔직한 사고와 자연재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결과는, 별거 안나옵니다.
원글 페이지에 도달할 수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바이두에도 국내에 소개된 스샷만 떠돌아 다닙니다.
그것도 '이거 진짜야?' 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쓰레드들에서 '그냥 입 공포네' 라는 반응들로 끝나는,
오유 상황과 별반 다를거 없는 쓰레드 몇몇과 바이두의 지식인 서비스의 질문글 정도에만 등장하는 수준입니다.
바이두 즈다오(지식) 서비스:
http://zhidao.baidu.com/link?url=zA3R6beb5Hvap2E73lYfIcquEiYi78Ws8qwhxX_7VbDt0V3JebtseLBGPZYMm7XjUf5_CwC-j-MtrkiSPtt5q6ymtLBnSqTivnRtp1-IOlS바이두 티에바(포스트) 서비스:
http://tieba.baidu.com/p/31864085142. CCTV 에 방영 되었는가?
오유에 처음 올라온 글에는 CCTV 가 다뤘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오유의 사진을 퍼다가, 혹은 다른 소스에서 같은 사진을 받은 누군가가 설명을 추가했고
그 글을 국내의 유저가 다시 캡쳐해서 유통시킨 뒤, 그 사진 + 한글설명 사진이 다시 오유에 유입되는 과정을 거쳤죠.
일단 CCTV 가 다뤘는지를 찾아봤습니다.
중국국영통신 CCTV 가 그렇게 가벼운 채널은 아니죠.
하지만 '세상에 이런일이' 같은 컨셉의 프로에서 다뤘을수도 있고
모닝 와이드 같은 그쪽 아침방송에서 한꼭지로 다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습니다.
결과는, 웹페이지 검색결과 CCTV 가 다뤘다는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1) CCTV의 한국어 페이지에서 '예언' 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올해 작성된 기사는 한건도 없습니다.
2) 중국 CCTV 페이지에서 '
预言' 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도 나오는게 없습니다.
3) 중국 CCTV 페이지에서 바이두에서 검색했던 그 어떤 검색어로 검색해도 나오는게 없습니다.
4) CCTV의 영어 페이지에서 prophecy, prediction 등으로 검색하면 경제예측 기사만 무더기로 나옵니다.
그리고 일단 바이두에서의 반응을 보면 저 사진속 내용이 전국 규모의 국영망에서 다뤄졌다고 보기는 힘들죠.
그냥 커뮤니티 사이를 떠돌다가 누군가 덧붙인 내용이라고 봐도 무방할 거 같습니다.
3. 칠레 지진
칠레는 이미 2010년 진도 8.8 이라는 대형 지진을 한번 겪은 바 있습니다.
이 재해는 700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매우 심각하고 슬픈 피해를 남겼죠. 하지만 지금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진도 8 지진'에 대한 이미지는 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부정적입니다.
후쿠시마 사태 때문이죠.
아이티 지진도 절망적이었지만 그건 아이티의 비극이었습니다. 국지적이었죠.
하지만 후쿠시마 이후 모든게 바뀌었습니다.
이제 지진이라는 재난의 이미지는 확산적이고 전세계적이며 지속적입니다.
지진->쓰나미->원전사고 라는 체인 리액션이 있었지만 우리의 감정과 이미지는 그 셋을 구분할만큼 냉철하지 못하죠.
저는 이 지진을 언급한 부분 때문에 원글 작성자가 자신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진도 8 지진'이라는 표현을 '재앙적 상황'으로 인식해주길 바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자신의 예언이 진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칠레 지진 사건을 적었다' 라는 가정
2) '지진이라는 사건을 과거보다 훨씬 더 극단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분쟁 -> 전쟁으로 이어지는 부정적 감정선을
조성/유지하려 했다' 는 가정
이 동시에 가능한 상황입니다.
원글 작성자가 패기 넘치게 칠레라는 국가를 정조준해서 적어놓았으니
뭐가 어찌됐든 3일만 지나면 결과를 알게 되겠죠.
4. 이상한 전개
[비행기 사고 -> 비행기 사고 -> 비행기 사고 -> 지진 -> 국가적 스캔들 -> 지역 전쟁 -> 세계 전쟁]
이라는 패턴인데, 맨 마지막 결과인 '세계 전쟁'에 도달하는 과정이 너무 부자연 스럽습니다.
어차피 예언이 논리적 당위성으로 결론에 귀결되는건 아니지만 개연성을 가진 사건은 맨 마지막의 두 개 뿐이고
나머지는 각각 독립적인, 서로 관계없는 사건들 입니다.
이런 사건들이 죽 나열된 이유는 단 하나 '나는 이렇게 앞으로의 모든 일들을 알고 있다' 라는 점을 어필하고 강조하기 위함이겠죠.
위 0번 항목에서 설명했듯 우리는 원글을 작성한 중국인이 스스로를 '미래에서 온 사람'이라고 칭하는지 '예언자'라고 칭하는지 모릅니다.
만일
1) 스스로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한다. (스스로 보고 들은 얘기를 적었다.)
2) 스스로 예언자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현재에서 예상하고 예측한 얘기를 적었다.)
2)의 경우라면 어영부영 인정해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부 틀렸던 과거 예언자들의 예언은 항상 두루뭉실했고 시적인 표현이 대부분이었으며 개연성 따위 개나주라는 스탠스였죠.
그런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날짜를 하루의 오차도 없이 세 번이나 맞췄다는건 (포샵조작이 아니라면) 칭찬해줘야 마땅합니다.
다만 이상한 점이라면,
비행기 한대에 관한 비극적 사건을 예측하는 사람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라는 두 인종간의 거대한 비극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은 좀 놀랍습니다.
그리고 1)의 경우라면 얘기가 좀 다릅니다.
그 중국인이 스스로 1)의 스탠스로 글을 적었다면 그는 7개의 사건을 나열할 때 훨씬 더 중요하고 강한 개연성을 갖는 사건들을 적을 수 있었을 겁니다.
일단 크림반도에서의 충돌은 원글 작성자가 글을 작성한 날짜에서 아슬아슬하게 몇 일 전에 발생했으므로 제껴두더라도
굉장히 중요한 기간이 있습니다.
바로 8월 19일과 9월 10일 사이죠.
그 기간은 지역적 분쟁이 거대한 규모의, 적어도 세계대전이라 부를만한 규모의 여러 국가들이 참전하는 교전으로 확대되는 기간이었을 겁니다.
제 기능을 하는 모든 미디어는 이 전쟁 양상에 대해서만 반복적으로 소식을 전했을 겁니다.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누군가가 세계대전이라 부를만한 규모의 전쟁이 시작된 날짜를 특정할 수 있다면
그는 미디어가 전하는 소식에 귀 기울여 왔다는 증거겠죠.
그런 사람이 그 한달 사이에 적을게 하나도 없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두 국가의 교전에서 누가 참전하고, 뒤따라 누가 참전하고, UN이 어떤 성명을 발표하고, 중국이 어떤 성명을 발표하고....등등등
중국의 입장에서만 터닝 포인트가 되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죠.
그런데 그게 하나도 없이 8월 19일 -> 9월 10일로 점프한다는건, 적어도 작성자가 1)의 스탠스라면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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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더 적고 싶은데 너무 잉여짓 같아서 이쯤에서 마무리하죠.
검색해서 뭐라도 얻어 걸렸다면 더 파봤겠지만 중국에서도 국내에서도 그닥 이슈가 된거같진 않고....
사실 사람들의 반응과 그들의 이슈 소비방식이 더 궁금해서 시작한 잉여질이었기 때문에
대충 바람빠진거 같은 지금은....아침이나 먹어야 겠네요.
전 여전히 저 글이 진실인지 조작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1) 우리나라 웹상에서 유통되며 덧붙여진 내용이 있다는것
2) 미래에서 왔든, 예언자든 좀 수긍이 안가는 부분은 있다는것
뭐 이정도네요.
(이런 하나마나한 결론으로 이렇게 길게 적어서 죄송합니다;;;;;;;;;;;)
7월 30일에 칠레에서 지진이라도 일어난다면 그때 다시 모여서 얘기해보죠.
ps. 연평도 포격 직후 미국의 '데이빗 오워'라는 목사가 했던 '예언'이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아마 오유에서도 기억하시는 분 있을 겁니다.
연평도 포격이 있기 전인 7월에 이 오워라는 목사가 한국에 1주일 정도 체류하던 와중에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할 것이다' 라는 예언을 했다는거죠.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1) 노스트라다무스가 3번째 큰 전쟁을 일으킬 당사자의 이름을 '레이 마부스'라고 예언했다
2) 서해에 들어오는 조지 워싱턴 함의 함장이 '레이 마부스'다
3) X됐다
라는 의견들이 더러 있었죠.
물론 위키피디아만 검색해보면 조지 워싱턴 함 함장이 레이 마부스가 아니라는걸 알 수 있었을 겁니다.
함장은 데이빗 라우스먼 대령이었고, 레이 마부스는 미시시피 출신의 민주당 의원으로 해군장관이었죠.
그리고 한국은 삐걱대긴 하지만 전쟁은 겪지 않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니 지금 저 내용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냥 재미 정도로 그치시는게 좋을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