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선수생활을 한 적이 있죠.
축구경기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가끔 고등학생들의 게임을 보러가는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이고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6년 전(?)에도 경기장에 간 적이 있었죠. 어떤 선수 하나가 유난히 제 눈에 띄더군요.

빠른 주력을 자랑하지도 화려한 드리볼을 자랑하지도 않는 선수였습니다.
그래봤자 고등학교 선수들이니 그냥 무심코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죠. 그 선수가 유난스럽게 보여진 것은 경기전체를 바라보는 시야였습니다. 오프사이드 반칙 한 번도 하지 않고 자기 때문에 다른 선수가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게 하는 선수.

들여다볼수록 놀라운 선수였죠.
눈에 잘 띄이지는 않지만 영리하기 짝 없는 선수였습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선수. 그 선수를 다시 본 것은 한참 뒤였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해 그 선수를 다시 알아본 것은 2002 월드컵대회가 열리기 직전이었습니다.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

바로 박지성이 몇 년 전 제가 보았던 그 무명의 선수였습니다.
특이한 동작 하나 때문에 알아볼 수 있었죠. 경기 도중 동료의 움직임을 자세히 살피면서 공을 차는 선수. 바로 그 선수가 박지성이었습니다. 티비로 보는 것과 경기장에서 보는 건 많이 다릅니다.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의 움직임 전체를 볼 수 있죠.

물론 현역선수가 보는 것과 관중 입장에서 보는 건 다르지요.
박지성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좀 이상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축구라는 경기는 경기 외적인 요인이 참 많이 작용합니다. 같은 팀 선수라고 해도 서로 경원하기도 하죠. 가급적 좋은 찬스를 제공하고 싶지 않은 동료도 있습니다.

맨체스타 유나이티드에 입단을 했다고 해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전부터 박지성은 이미 남다른 곳이 있었습니다. 박주영과는 조금 다르고 또 다른 선수들과도 전혀 다르죠. 박지성은 쉬지 않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진정한 프로라고 저는 봅니다. 어찌 보면 밋밋하기만 한 플레이라고도 할 수 있죠.

흔히 박지성을 말할 때 성실하다는 말을 합니다.
저 역시 그랬죠. 보다 정확한 말은 박지성 그는 매우 영리한 선수라는 겁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박지성 그는 결코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선수입니다. 박지성은 물론 호나우도나 베컴과는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합니다.

화려하지도 않고 박력이 있어보이지도 않죠.
다만 박지성은 점차 자신만의 독보적인 축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지성의 플레이는 잘 보면 유럽의 특급 수비수들도 그냥 나가 떨어집니다. 정말 우습게 돌파해버립니다. 그를 막는 방법은 반칙이 유일합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박지성 그를 막을 방법이 없죠.
슬로우 비됴를 보아가면서 잘 살펴보면 박지성 그의 플레이는 아주 단순합니다. 막히면 금방 뱅그르르 돌아 치고 나갑니다. 거의 직선으로 치고 나가죠. 그 때 그의 눈은 동료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습니다. 거짓말 같은 사실입니다.

지난 번 풀햄과의 경기 때.
루니에게 했던 총알같은 패스는 박지성 그가 이미 루니의 움직임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어시스트였습니다. 박지성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그런 플레이죠. 더 환상적인 것은 박지성 그가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겁니다.

경기 전체를 바라보면서 경기를 이끌어가는 선수라고 한다면?
펠레, 마라도나, 베켄바우어, 크루이프, 플라티니 밖에 없었습니다. 있다면 이제 전설이 되어버린 푸스카스나 스테파노 정도겠죠. 레알 호나우도나 과거 독일 게르트 뮬러와 같은 선수들은 특급공격수 또는 특급골잡이일 뿐 경기를 이끌어가는 선수는 아닙니다.

박지성은 지금 '자신만의 축구'를 추구하고 있는 듯 합니다.
쿄토 퍼플상가에서 뛸 당시 박지성의 발전을 지켜보고 있던 기무라부장은 지금도 박지성이라고 하면 엄지손가락을 내민다고 합니다. 누구보다 더 자세히 박지성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았던 그는 박지성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에 반해버렸다고 합니다.

경기를 끝내고나서 개선해야 할 점을 적은 글이 빽빽한 수첩.
박지성은 그런 수첩을 늘 관리했다고 합니다. 일본 전역에 있는 모든 축구선수들의 신상을 낱낱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거죠. 날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맨유로 이적한 뒤의 박지성은 더욱 발전하고 있죠.

박지성의 지금 플레이를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즉 공을 매우 효율적으로 잘 다루고, 공간숙지의 능력이 뛰어나고, 순간적인 타이밍 포착능력이 뛰어나고,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을 꿰뚫고 있다는 거죠. 더욱 놀라운 건 자기 핸디캡을 어느 순간 장점으로 바꿀 능력이 있다는 점입니다.

박지성의 볼터치는 아주 빠릅니다.
전부터 그런 것이 아닙니다. 아인트호벤에서부터 간간히 보여주었죠. 맨유로 이적한 뒤 유난히 더 빨라졌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세계적인 수비수가 즐비한 프리미어리그에서 공격수로 살아남으려면 일대일에서 강해지는 수밖에 없죠.

맨유의 호나우도와 같이 화려한 드리볼을 보여줄 능력은 없습니다.
아예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박지성의 신체조건이 그러하죠. 오늘 날 축구선수로 176센티미터의 신장과 숏다리의 박지성에게 화려한 드리볼은 개꿈입니다. 그걸 극복하는 길은 볼터치를 빨리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는 사실을 박지성은 알아낸 듯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박지성의 수비능력은 정말 특별합니다.
이상하게도 박지성을 젖힌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별거 아님에도 찰거머리가 따로 없죠. 그건 게임을 읽는 시야가 넓다는 걸 의미합니다. 빠르지 않은 주력으로 공격과 수비 모두 다한다는 건 불가능하죠. 게임 전체를 읽을 수 있어야만 가능한 기술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분명 자신만의 축구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프랑스의 어떤 해설가는 무슨 놈의 박지성이 이렇게 많으냐는 불평(?)을 해대었다고 합니다. 여기에도 빠르크, 저기에도 빠르크. 경기장 곳곳을 누비고 있는 박지성을 보고 한 말이었죠. 경기 전 선수들은 분명 감독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받습니다.

그 안에는 활동영역도 들어 있죠.
감독의 지시를 위반한다는 건 자살행위입니다. 그럼에도 박지성은 경기장 전체를 휘젓고 다녔습니다. 감독의 지시에 따른 활동영역을 지키는 한편 다른 영역에 뛰어드는 거죠. 같은 선수 입장에서 그건 기분이 나쁜 일입니다.

말하자면 증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이상한 점은 그런 일을 밥먹듯 하고 있는 박지성을 누구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는 박지성이 게임전체를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동료 선수들이 뭘 원하고 있는지 모두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그런 플레이를 했던 선수 펠레 마라도나 베켄바워 크루이프 플라티니.
그 외의 다른 선수들은 제 기억에 없습니다. 네 선수 모두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었죠.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자기 플레이를 했던 펠레. 경기를 한 순간에 뒤집어버리는 마라도나. 경기 전체를 컨츠롤했던 베켄바워. 경기를 지배하던 크루이프.

박지성의 축구를 보고 있노라면 자신만의 경기를 즐기려는 듯 합니다.
날마다 새로워지고 있는 박지성의 축구. 그걸 발견했기에 저는 지금 놀라고 있습니다. 도대체 자기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재주를 가진 축구선수를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성실하고 또 쉬지 않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축구선수가 언제 있었는지요?

세계 최고의 프리미어 리그에서 지금 박지성은 분명 특급선수가 아닙니다.
A급 선수에 불과하죠. 박지성만한 선수는 어디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지향하는 축구는 분명 펠레나 베켄바워와 같은 축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박지성은 분명 대선수의 면모를 갖출 것이라고 봅니다.

그 때문에 저는 지금 박지성에게 점차 열광을 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는 펠레 마라도나 베켄바워 크루이프와 같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저는 박지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혹시라도 제 글 때문에 기분이 상하셨다면 그냥 새로운 빠가 출현했구나 하고 웃어주시기 바랍니다.

ㅎㅎㅎ

- 등록 : 서훈 (dur3091) -
- 출처 : 서프라이즈 -



오늘 경기 멋진 활약을 기대합니다.
오늘 첫 골이 터질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 추천 꾹~!!!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