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연세로·영동대로, 버리는 사람 치우는 사람 따로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류보람 기자,성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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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브라질월드컵 H조 2차전 알제리와 경기가 종료된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밤샘 거리응원을 마친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
알제리전 경기결과도, 거리응원에 나선 시민들의 '시민의식'도 모두 기대 이하였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다른 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자진해 치우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기도 했다.
23일 서울 광화문과 영동대로, 연세로 등에서는 시민 8만여명이 거리응원을 펼쳤다.
많은 시민들이 응원 뒤 자리를 떠나며 '흔적'을 치웠지만 응원인파가 해산한 뒤 현장에는 맥주캔과 막대풍선이 나뒹굴고 돗자리와 신문지가 나부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영동대로에서는 전반전에만 내리 3골을 내줘 실망한 2만여명 시민들이 돗자리, 응원도구 등을 거리응원장에 그대로 놔둔채 몸만 빠져 나가 꽤 많은 쓰레기가 쌓였다.
경기가 끝난 뒤 사회자는 나눠준 쓰레기봉투를 신경써 달라며 "깨끗한 정리문화를 만들어달라"고 거리응원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주변 정리를 부탁했다.
시민 대부분이 지정된 쓰레기통에 자신이 가져온 쓰레기를 모아 현장을 정리하고 떠났지만 알제리전 대패 탓으로 실망한 시민들은 쓰레기를 자리에 그대로 놔둔채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시민 3만9000여명이 모여 응원을 펼친 광화문광장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시민들이 종로구청 측에서 배포한 쓰레기봉투를 받아 차분히 주변 쓰레기를 정리하기도 했지만 환경미화원들이 광장과 대로변에 방치된 쓰레기를 치우는데만 1시간 넘게 걸렸다.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경기 결과에 실망해 그냥 두고 간 모양"이라며 "가게 주인들이 곤란하겠다"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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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서 거리응원을 마친 도로 곳곳에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다(사진 왼쪽). 일부 시민들은 남아서 거리의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
연세로에서도 경기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 직후 남은 쓰레기들이 귀가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자리를 빠져나간 시민들 중 다수는 자신의 쓰레기를 치웠지만 쓰레기를 치우고 가지 않은 시민들도 많아 거리에는 맥주캔, 돗자리, 응원봉 등이 나뒹굴었다.
이런 와중에 일부 시민들은 자진해서 쓰레기를 치우기도 했다.
연세로에서 집으로 가는 도중 보이는 쓰레기를 집어 한 쪽으로 치우던 이주현(20)씨는 "(경기를)져서 기분이 안좋아서 그런지 그냥 간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친구와 함께 신문지 등을 치웠다.
친구 3명과 함께 쓰레기를 치우던 대학생 조선우(19)양은 "그냥 딱히 할 일도 없고 쓰레기도 보이고 해서 치우는 중"이라고 했다. 조양 등은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에서 손에 이물질이 묻자 "사람들이 버리고 간 물티슈로 닦으면 된다"며 웃었다.
광화문광장에서 응원 뒤 가족과 함께 자리를 치우던 배원중(45)씨는 "생각보다 많은 실점에 실망하긴 했지만 경기를 보며 즐겼으니 됐다"면서 "다음 벨기에전에도 다시 광장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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