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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베의 탄생을 보았다.
게시물ID : military_709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돌아온빌런
추천 : 14/16
조회수 : 699회
댓글수 : 32개
등록시간 : 2017/04/22 04: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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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초창기 주축을 이루던 20-30 남성세대

난 이들의 시작을 직접 보았다.


난 전성기 을 까던 스갤러, DC인이었으니까.


표현이 자유로운 DC에서조차 관용하지 못한 폐기물들이 분리된게 일베라는 사실은
여기 계신 많은 분들도 알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왜] 폐기물이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얼마 없으리라.


믿기 힘들겠지만...

그들의 대다수는 DC에서 진보를 지지하던 사람이었다.
심지어 극좌에 가까운 사람들.

유년시절에 외환위기를 겪고,
사교육 열풍과 부동산, 물가폭등을 보며 자란 세대다.

그들의 마음속에도 정의가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겪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진보적 의제, 복지국가를 지지했다.

당장 통계청에 들어가서 확인하면 알겠지만
20대는 노무현을 뽑았다.

오히려 세대가 올라가면 이회창 지지율이 상승했다.


장년에 비해 인구에서 한참 밀리는 세대라 사표가 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그들은 정의를 추구하고,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꿀거라는 믿음에 노무현을 찍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는 나오지 않았다.
부동산은 폭등했으며, 사법고시는 폐지되고, 사교육 경쟁은 더 강해졌으며, 취업은 어려워졌다.

여기서 한나라당이 됐으면 더 심했을거란 얘기는 나올 필요조차 없다.
왜냐면 처음부터 고려의 대상도 아니었기 때문에.


긍정적 변화를 기대했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다.

불만이 터져나왔다.
그 불만을 진보가 어떻게 대응했는가?


알바로 매도하고, 쓰레기라고 비방하고, 매국노로 낙인찍었다.
심지어 어떤 유명인은 젊은이의 투표율이 나빠서 정치인이 들어주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

정치권의 문제를 유권자에게 덤태기 씌운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마음을 가장 심하게 후벼판 말은 [노력이 부족해서]였다.


[노력이 부족해]


가장 열렬히 진보를 지지하고, 지지율로 보여주고, 희망을 가졌던 20대 남성에게
[너희가 부족해서 그래]라고 선언했다.

의견도 아니고, 선언이었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라고 투표했는데,
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집단이 거꾸로 훈계질을 한 것이다.

제기되는 불만은 단박에 일축됐다.
[알바새끼...]


DCinside의 대부분 갤러리는 진보였다.
불만을 말하는 20대 남성들은 전부 악으로 규정되었고,
사회를 좀먹는 쓰레기로 낙인찍혔다.

[니가 백수인건 노력을 안해서고]


그들은 현실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었고,
인터넷 공간에서 불평을 할 발언조차 박탈되었다.

그들은 추방되어 한 갤러리로 모였다.

정치사회갤러리.



20대가 주축임에도,
그들은 노인네로 낙인찍혔으며,
어떠한 불평도 용납되지 않았다.

그들만의 공간에 모여서 불평을 토로하는 일도 어려웠다.

심심하면 다른 갤러리 유저들이 와서 쓰레기로 낙인찍었으니까.


온건한 주장을 입막음하자 점점 발언의 수위가 올라갔다.

왜냐고?

조곤조곤 설명하면 쓰레기로 낙인찍어서 자신만 빡치는데,
ㅈ같이 트롤하면 최소한 상대방도 빡치니까.

점점 발언의 강도가 올라가고 과격해지자 그들은 DC에서도 축출당했다.

일간베스트의 탄생이다.


그들이 일관성을 보이는 분야가 무엇인가?

세월호
5.18
민주당
진보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약자?
트롤의 대상?


아마 많은 사람들이 단편적으로 일베를 파악해서 잘 모를텐데,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차별'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겪은 힘든 사건, 삶은 보상이 안됐다.
자신들이 힘든 순간에 돌아온 대답은 [노력을 해라]였다.

철저한 약육강식의 논리로 고통받은 것이다.
그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쓰레기로 매도됐다.


이들은 동일한 논리를 원하는 것이다.
이들이 하는 말을 잘 들여다보자.

[세월호는 교통사고인데 왜 나라가 몇억씩 주냐?]
[천안함도 그렇게 안했는데 ㅋㅋㅋㅋ]

[캬~ 5.18은 부모가 하고, 가산점은 자식이 받아서 취업하네]
[부모빽이 최고여~]

[민주당은 서민을 위한다면서 정작 당선되면 뒤통수랑께]
[개새x라길래 진짜 개새x가 되겠습니다. 응 박근혜~]

[진보는 노오오오력이 부족해서 박근혜가 된거지]
[크, 진보좌파 깨시민 코스프레]


위의 발언에서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에 집중해보라는 얘기다. 단 한번이라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외환위기로 아버지가 실직하고, 부모님이 이혼하고,
자신은 그럴싸한 학원도 못다니면서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그래도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노무현을 뽑았는데 변화는 없으며 낙인찍히고,
자신에게 엄격한 세상에 절망하는데 정작 다른 사람은 혜택을 보고...

그렇다고 국가가 능력이 없었느냐?

의지가 없었다.


당장 이들이 취업시장에서 겪는 상황을 상상해보라는 얘기다.

5.18 유공자의 자식이 가산점을 받고,
군역을 치루지 않은 여성이 할당제를 받고,

정작 자신이 처한 상황을 신경도 안써주면서 진보는 여전히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비젼을 말하는 것이다.
자신을 쓰레기로 매도하고 알바로 낙인찍던 그 진보가 말이다.

자신에겐 엄격하게 [노력]을 강조했으면서,
여성과 장애인, 5.18 유공자, 심지어 동물권리까지 신경을 쓰는 진보말이다.

누구라도 이러면 질리게 된다.


이제 왜 일베가 진보만 보면 이를 갈고, 깨시민이다, 좌좀이다, 위선이다라며
적개심을 드러내는지 이해가 되는가?

왜 복지국가의 복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는지 이해가 되는가?


일베가 노무현을 붙잡는 이유?
한 때 기대하고 믿었던 대상이자,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주는 애증의 존재인 것이다.



단언컨데
사회가 이들의 외침을 들었다면,
진보가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졌다면

결코 일베는 지금과 같이 사회악으로 발전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최근 군게 사태를 보면서 기시감을 느낀다.

단지 민주당이 바뀌면 되는데,
어째서인지 유권자를 바꾸려 드는 사람들이 많다.

일베의 탄생 초기와 너무나 닮아있다.

진보는 일베를 욕하면서 일베가 탄생하는 환경을 외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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