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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사고 이틀 후 사진 - 새로 올림!!
게시물ID : bestofbest_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Vincent
추천 : 659
조회수 : 41126회
댓글수 : 246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3/02/22 11:16:00
원본글 작성시간 : 2003/02/22 11:16:00
어제 새벽에 올렸는데 베스트에 올라갔더군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진이 안 떴어요. ㅡㅜ 이런....

사진 뜨게 해서 새로 올립니다.

그리고 오늘 지하철 사고가 난 대구 중앙로 역에는 복구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사고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없는 가운데 복구 공사부터 하다니요!!

뭔가 잘못되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무엇인가 감추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구 지하철 사고 희생자 추모와 재방 방지 대책을 위한 시위가 토요일 22일

오후 두 시에 대구 중앙로 역에서 있습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지 이틀이 지났다.

갈수록 늘어만 가는 사상자들. 결국 내 지인 몇도 거기에 포함되어 휩쓸려가 버렸다.

사망 둘, 실종 둘.

덕분에 학교 분위기는 하루종일 침통했다. 모두들 희생자의 이야기로 인사를 대신하곤 했다.

어두워진 후, 나는 학교에서 집으로 가던 발길을 중앙로로 돌렸다.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지금,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과 국화의 언덕 아래에 내가 한동안 묵념하지 않으면 오래오래 후회하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제일극장 앞 중앙로 역. 예상했던 대로 촛불과 국화은 끝없이 놓여 있었다.



함부로 사진을 찍기가 미안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곱게 세우고 국화를 살포시 놓아두며 묵념을 했다.

진품에서 풍기는 아우라때문일까. 바깥에서 사고 소식을 접하며 슬퍼하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정이 치밀었다.

아무 이유없이 손을 눈에 가져가서 훔치기도 하고 그 손을 곧장 내려서 코를 한 번 찡 눌렀다.

이 사고로 실종된 선배를 비롯해 희생된 내 주위 사람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천국으로 보내는 편지라고 해야할까.

아쉬움과 절망에서 희망에 이르는 많은 메시지들이 이 조용한 도심의 중심부를 메우고 있었다.

제일극장 앞 중앙로 역 2번 출구다.

국화의 행렬과 검게 그을린 '중앙로' 표지판이 서로 대조를 이루었다.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콧속으로는 매캐한 공기가 확 들이닥쳤다.

지하로 들어갈 수 있나보다. 어떤 모습일까. 일단 들어가 보았다.

계단의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검게, 매우 검게 그을린 벽면이 계단을 지옥으로 통하는 길처럼 만들고 있었다.

그래... 아마 지옥이었을지도 모른다. 이틀 후 지하 1층의 모습이 이런데... 아직도 매캐해서 숨을 크게 쉬기가 어렵고 벽은 온통 새카만데

사고가 난 지하철 그 안은 얼마나 숨 막히고 급박한 곳이었을까... 애써 그때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

살고 싶다는 비명, 마지막 힘을 다해 휴대폰에 남긴 사랑한다는 한마디...

나로서는, 훗날 아픈 역사의 상징이 될 이곳을 숨 쉬면서 찾아 온 나로서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



지하 1층은 부분개방해 놓은 상태였다. 지하철을 타기위해 내려가야 하는 곳은 철창으로 굳게 닫혀있었다.

직업 기자로 보이는 사람들 몇명과 안전요원 몇 사람만이 그 안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철창 아래에 국화을 쌓아놓으며 먼저 간 넋을 기렸다. 나도 지상에서 한 송이 산 국화을 희생자들과 실종된 선배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한 구석에 놓아 두었다.

내일 또 오겠다는 어떤 사람의 편지에서 도저히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벽면은 사람들이 그을음을 지워가면서 희생자들에게 남긴 메시지로 가득했다. 이런 목소리들마저 없었다면, 정말 이곳은 아직도 지옥같았을 것이다.



철창 안 출입이 통제된 곳이다. 안으로 들어가서 취재를 하기 위한 기자들과, 안전을 위해 허가를 받고 오라는 관리인 사이의 실랑이가 한창이었다.

나는 그냥 철창에 바싹 붙어서 그 너머를 향해 셔터를 눌러 보았다.

불빛은 켜져 있는데 아무도 없다. 아무도 있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와닿았을 물품 보관함은 너무 외롭다. 문이 채 닫히지 않은 보관함은 급히 짐 챙기고 뛰쳐나왔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아무 낙서도 없는 한쪽 구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삭막하고 외롭다.

중앙로역 1번출구 안내판이다. 그을음에 못이겨하고 있다. 그을음 너머 한 추모객이 들고 온 촛불이 비치고 있다.

촛불에서 약간은 위로가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곳은 보면 볼 수록

라는 한마디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그렇지만 우리는 살아남은 자들로서 행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희생자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며 그들도 다른 세상에서 행복하기를 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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