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제가 정말 좋아하던 와플가게가 하나 있었습니다.
여자 주인분이 하시던 조그만 가게였는데 와플과 커피를 정말 끝내주게 맛있게 하는 가게였죠.
어느날 카페에 저랑 다른 손님 딱 두명이 앉아있는데, 치렁치렁한 옷을 입은 아주머니 하나가 들어오시더니 대뜸 여사장님께 명함을 주면서 파워블로거라고 하면서 자기 블로그를 소개하는 겁니다.
카페 주인분은 벙찐 얼굴로 멀뚱멀뚱 듣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자기가 블로그에 품평을 올릴 건데 와플 몇개만 싸달라고 하시더군요.
카페 주인 여자분은 고개를 저으시며 그런 홍보 같은 것 필요 없다고 하셨습니다.
파워블로거 아줌마는 계속해서 설득을 하시다가 안 먹히자, "아니 내가 돈 벌어주겠다는데 왜 몰라?" 이러시면서 언성을 높이시더니
나중에는 빽 소리 지르시고 나가셨습니다.
그 카페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지금도
'전직 알바'가 올린, '유통기한 지난 쓰레기 재료'를 쓰는 카페에 관한 양심 고백이 있습니다.
제가 그 카페를 처음부터 끝까지 봐왔지만 단 한명의 알바도 쓰지 않았는데 말이지요...ㅋㅋ
더 재미있는건 그 글에
'저도 다녀왔는데 주인 정말 싸가지 없고 이상한 맛이 나더라구요'
'충격이네요... 저희 아기가 거기서 파는 와플을 먹고 두드러기같은게 나서 응급실을 다녀왔어요...'
'신고해도 소용없어요.. 카페 주인이랑 식약청 공무원이랑 아는 사이더라구요..'
등의 근거없는 댓글이 잔뜩 붙어있다는 겁니다. 저도 댓글만 봤더라면 틀림없이 믿을 뻔 했습니다.
선동당한 걸로 보이는 사람들은 카페 주인을 ㅁㅊ년이라고 욕하고 있었습니다.
그 댓글들중에 카페에 가본 사람은, 아니 사정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속인 사람과 속은 사람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이천년 전에 만들어진 '삼인성호'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세 사람이 와서 이야기하면 그게 진짜처럼 느껴지는 법이죠.
인터넷에서 아이디 열개만 만들면 없는 사실도 팩트로 만들수 있습니다. 조작된 사진 몇장만 있으면 없는 역사도 팩트로 만들 수 있습니다.
국정원에서 괜히 비싼 돈 들여서 악플러들 고용한게 아니죠. 모두가 어떤 특정 정치세력을 욕하면 자기도 같이 하게 되기 쉽습니다.
이런게 인터넷입니다.
이번 고양이 카페 사건을 통해서 뭔가 느끼시는게 있다면, 앞으로 그 깨달음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생각'을 빼앗기지 말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