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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황혼, 장엄했던 마지막 전투 -라그나뢰크 下- <BGM>
게시물ID : humorbest_7105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29
조회수 : 6892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7/10 19:14:01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7/10 11:39:35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1E0R2
 
신들의 황혼, 장엄했던 마지막 전투 -라그나뢰크 上편
 
 

 
그 곳에서 불의 악마들은 트롤의 무리와
요툰 거인족, 유령들과 괴물들을 만났다.

그들은 모두 대열을 맞추고,
에시르 신족이 싸우러 나오기를 기다렸다.


 
곧 오딘이 이끄는 신들과 영웅들로 이루어진 대군이
함성을 내지르며 들판으로 달려왔다.

해신 에기르가 무스펠들에 의해 살해된다.


 

 
오딘은 큰 입을 쫙 벌리고 있는 늑대 펜리르를 향해
똑바로 달려갔다.

그러나 오딘이 늑대의 무시무시한 입 안에 창을
던지기도 전에, 펜리르는 앞으로 달려 나와 오딘을
꿀꺽 삼켜버리고 말았다.
 

 
 

 

 
토르는 오딘을 도와 줄 겨를이 없었다.

그는 미드가르드의 뱀 요르문간드와 싸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달려드는 뱀의 머리를 향해 토르는 벼락 망치를
수없이 던졌다.
 
드디어 거대한 뱀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죽었다.

그러나 토르도 비틀거리며 아홉 발자국을 옮겨 놓은 뒤
쓰러져 죽고 말았다. 싸우면서 생긴 상처에 뱀의 독기가
깊숙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오딘의 아들 비다르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나섰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군화를 신고 있었는데,
모든 신발들이 만들어질 때마다 남는 가죽 자투리들을
모아 압축해 만든 것이었다.

비다르는 앞으로 달려 나가 늑대의 입 속으로 거대한
군화를 쑥 집어넣은 뒤 뱃속을 마구 헤집어 놓았다.

그러고 나서 입을 쭉 찢고 머리를 갈라놓았다.

지독한 앙숙이었던 로키와 헤임달은 서로의 무기에
찔려서 죽었다.

티르와 헬의 문지기 개 가름도 싸우다 함께 죽었다.

프레이르는 수르트가 휘두른 불꽃 칼에 찔려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한 채 한순간에 죽음을 맞았다.


 

 
사실 프레이르가 가진 무기라고는 한 쌍의 사슴뿔
뿐이었는데, 게르드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황금칼을
하인에게 주었기 때문이었다.

신과 영웅들로 이루어진 오딘의 대군은 마지막 병사가
쓰러질 때까지 싸우고 또 싸웠다.


 

 
요툰 거인족과 트롤들도 얼음덩어리와 바위, 심지어는
산까지 뽑아 던지며 오딘의 병사들과 싸웠다.

마침내 전쟁이 끝났다.

대부분의 에시르 신들이 죽었고, 오딘의 전사들은
남김없이 죽었다.

여신들의 가슴이 찢어지는 울음소리가 세상을 가득 메웠다.


 

 
그때 늑대로 변신한 요툰 거인족 두 명이 해와 달을 쫓아가서
삼켜 버렸고, 에시르 신족의 세계는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세계의 나무 이그드라실도 쓰러지고 말았다.


 

 
이제 수르트는 불꽃 칼을 휘두르며 모든 것을 불태워갔고,
바다는 거대하게 솟구쳐 육지를 덮치며 모든 것을 부수어 버렸다.

또 하늘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별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마침내 아스가르드의 신전들도 무너져 내렸고,
불타오르는 땅덩어리는 물 밑으로 서서히 잠기며 사라져 갔다.

용 니드호그와 독수리 흐레스벨그, 매 베드르폴니르,
다람쥐 라타토스크 만이 시체들을 먹기 위해 서로 다툰다.

아득히 깊은 곳에서 파괴의 용 니드호그가 솟아올랐다.

용은 잠시 동안 망가지고 헝클어진 세상을 바라보더니
다시 공허함 속으로 가라앉았다.

에시르 신족의 세계에서 남은 것이라고는,
한때 빛나는 아스가르드의 신전들이 있었던 이다의
들판뿐이었다. 

살아남은 에시르 신들은 그 곳으로 다시 모여들었다.

땅이 갈라졌을 때 발데르는 장님 동생 호드를 데리고
헬에서 올라올 수 있었다.

토르의 어딘 아들들인 마그니와 모디 그리고 오딘의
아들들인 비다르와 발리도 살아남았다.

오딘의 동생 헤니르는 머나먼 바니르 신족의 땅에서 돌아와
친족들을 만났다.

이다의 들판에 모인 에시르 신들은 한때는 찬란했던 신전들이
파괴된 것을 보며, 위대했던 조상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들판의 한 귀퉁이에서 권세를 떨치며 영광을 누렸던
시절에 즐기던 황금 장기판을 발견했다.

이제 모든 것이 파괴된 세상에서 살아남은 에시르 신족에게는,
인도해야 할 대상도 경계해야 할 대상도 없었다.

그저 장기나 두며 옛날을 회상하는 일밖에 없었다.

황혼이 깃들 무렵, 마지막 에시르 신족은 황금 장기판에
둘러앉아 평화로운 게임을 시작했다.

이들 살아남은 신들의 세계는 빈드헤임이라 불린다.

이그드라실의 잔해에  숨어있던 인간 남녀가 있었다.
이들, 리프트라시르와 리프가 새로운 인류를 이룬다.

어느 날, 천상계에서 한명의 초인이 내려오고, 그 모습을 본
용 니드호그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윽고 또 다른 초인이 내려온다.

예언은 여기서 끝이다. 이 이후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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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거인의 이야기 – 북유럽 신화>, 시공주니어 출판사
<켈트, 북구의 신들 - 판타지 라이브러리>, 들녘 출판사

이 장대하고 파멸적인 신들의 멸망은 북구 신화 특유의
종말론적 세계관을 잘 드러내는 내용입니다.

마치 사족처럼 살아남은 신들과 인간에 의한 몰락 이후의
목가적인 신세계 이야기가 덧붙여지지만, 이는 새로운
재생의 과정이라기보다 신들의 황혼을 보여주는 부분으로
읽혀지는 느낌이 강하고, 후대에 이 신화를 보는 이들에겐
기독교에 의해 점차 변경으로 밀려나는 북유럽의 신족들을
상징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쉽습니다.

ABE 88 시리즈 중에서 이 시기를 관통하는 바이킹 연작,
<바이킹 호콘>과 <바이킹소녀 헬가>에는 이 시기, 곧
북유럽 신들의 황혼이 현실에서 바이킹들의 전성기가 이제
끝나고 기독교로 개종한 노르만인들과, 바이킹에 맞서기
위해 왕정이 강화되고 봉건제가 정착된 여러 게르만족들의
국가가 힘의 우위를 찾는 과정이 잘 드러납니다.

* <바이킹 호콘> 후반부에는 간략하지만 기본 내용이
  충실히 수록된 북유럽 신화 다이제스트 요약본이 있기도
  합니다.

호콘은 그가 좋아하던 신, 평화를 상징하는 발두르와
새로운 종교, 기독교의 그리스도를 연관시켜 정복과 전쟁을
벗어나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도를 모색합니다.

그러나 신들의 황혼이 현실의 권력관계와 무력의 우열에
의해 이뤄졌던 것처럼 호콘의 소망은 이뤄지지 못했지요.

새로운 평화의 신을 섬긴다는 기독교의 군주 역시 과거
바이킹들의 정복과 무력숭배는 그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역사가 이어졌기에 북유럽 신들의 황혼은 평화로운
신세계로 읽혀지기보다는 장대한 멸망의 서사시로만
읽혀집니다. 

라그나뢰크,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라인 게임으로 알고
있지만 그 심연에는 장대한 북유럽 신화의 종말론이
깔려 있습니다.

* 사족이지만, 독일 감독 볼프강 페테르센이 연출한
  그리스 신화를 기반으로 한 대작 EPIC, <트로이>는
  그리스 신화가 아니라 북유럽 신화, 특히 라그나뢰크를
  보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불타는 트로이는 불타는 발할라로, 무너지는 이그드라실로
  보이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출처 : 티스토리 - 엘다르의 끝나지 않는 노래 -
http://redoctobor.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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