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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내 이름으로 진 빚, 이제 다 갚고 진짜 자유다.
게시물ID : humorbest_7108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mJiZ
추천 : 349
조회수 : 9466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7/11 14:47:29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7/11 14:37:42
가족때문에, 돈때문에 힘들어하는 오유인들이 이글을 보고 조금이라도 힘을 냈으면해서
용기내 오늘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까 한다.
어쩌면, 털어놓는게 아니라 내려놓음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30대라는 나이에 접어들은 나.
참 말도많고 탈도많은 20대 였다.
사건의 발단은 대학교때 아버지가 하던 가게를 무리하게 확장하면서부터였던것 같다.

당시 대학생이던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냥 분점을 내려고 하는데 한사람 명의로 가게가 여러개면 세금이 많이나오니 니 이름으로 하나는 하자고 해서
그런줄 알고 내 이름으로 인감도 파서 주고 계약서 도장을 찍었다.

나름대로 효자였던 나.
대학교 다니는 동안 두번을 제외하곤 모두 장학금을 받았다.
당시 집안 형편은 넉넉한 편이었지만 4년내내 알바를 쉬지 않았다.
물론 번 돈은 다 내 용돈으로 썼다. 방학땐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필요한거 사고...용돈을 받아본적은 손에 꼽는다.
가족이 화목하지 않았던건 아니다.
누구보다도 끔찍히 자식을 사랑했던 부모님. 하지만 아버지는 책임감은 없는 사람이었다.
돈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
백만원을 벌면 백만원을 다 써야하고 천만원을 벌면 천만원을 하루에 다 써버려야했던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는 가족이었지만 돈문제 때문에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래도 평안하다 싶었는데,
문제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을때 터졌다.
어느날 일하고 있는데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 OOO씨 맞으시죠. 대출 연체건으로 연락드렸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솔직히 그사람이 하는 말에 반도 못알아 들은상태로 그냥 네...네..만 말하고 있었다 멍하게...

정리해보자면 내용은 이랬다.
가게를 하면서 엄마 몰래 돈이 필요했던 아버지는 (결재 때문에...)
마침가지고 있었던 내 인감으로 몰래 대출을 받았다. 당시 내 신분은 대학생이었지만 내 명의로 된
가게가 있었기 때문에 주거래 은행에서 대출 승인은 쉽게 떨어졌고 엄마도, 나도 이 사실을 까마득하게 몰랐다.
하지만 가게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빚은 연체가 됐고, 아버지는 분할납부 신청을 했지만
이마저도 지킬 수 없어지자 담당자가 나한테 독촉 전화를 하게 된것이었다.

금액은 상상을 초월했다.
누구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몇천이 나에게는 죽음을 꿈꾸게 하는 액수였다.
당장에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어보니 아버지는 한숨만 내쉬었다. 이미 빚을 갚을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으니...

그 당시 가게는 넘어가기 일보직전에 빚쟁이들 때문에 나는 따로나와 살고있는 상태였고
아버지는 술에 취해있는 날이 더 많았다.
내 주위 사람들은 평소 밝은 모습만 보고 내 이런 속사정을 알지 못했다.

아버지는 비겁했다.
한숨만 내쉬다 전화를 끊고는 은행 담당자에게 술에 취해 전화를 걸어 화를 내며 왜 아들에게 전화를 했냐
폭언을 했다고 했다. (나중에 은행담당자가 정말 나를 측은하게 생각하며 말해주더라...)

그래도 대학교때 알바좀 해봤다고, 그것도 사회생활이라고 생각보다 상황판단은 빨랐다.
일단 부모님과 이야기를 해본결과 두 분 다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안된다는 걸 알게됐다.
그날로 은행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 어쨌든 서류상으로 내가 빌린 돈이니 일절 나와 통화해 달라.
내가 몇년이 걸리더라도 다 갚겠다. 하지만 난 이쪽에 대해 하나도 모르니 당신이 도와달라.
솔직하게 SOS를 쳤다.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 이 은행 담당자...
아들같은 마음이 들었는지 이미 분할상환을 신청했다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다시 분할상환을 신청 할 순 없지만
내가 다시 한번 서류를 올려보겠다고 말해주더라.

그리고 끊기전에 그런말을 나에게 해줬다
"OO씨.. 내 동생같고 아들같아서 하는 말인데, 절대 나쁜생각 하면 안됩니다. 이깟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지금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혼자 나와 살면서 집세와 생활비를 모두 부담하고 있었던 나는
분할상환을 시작함과 동시에 정말 문자 그대로 '거지'가 되었다.

평소 군것질을 안하는 내가 과자가 너무 먹고싶어 슈퍼에 갔다가
2천원이 없어 펑펑 울며 집에 걸어온 적도 있다.
쓰고싶은 것도 많고, 놀러가고도 싶은데... 돈이 없으니 나가지를 못했다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한병사와 안주도 없이 들들 마신날에는
멍하게 누워 천장보며 눈물만 펑펑 쏟고 확 죽어버릴까 생각했던 날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내 꽃다운 20대가 빚에 쪼들려 간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어차피 이렇게 된거 최대한 빨리 갚아버리고 자유를 되찾자고 생각했다.
몇몇 친구들은 취직하고 모은 돈으로 새 차를 뽑았지만 별로 부럽진 않았다
단지, 나도 그냥 유니클로 가서 2만원짜리 티셔츠를 기분으로 휙 사는 그런 형편이라도 되고 싶었다.

분할상환을 하면서 따로 적금을 들어 악착같이 돈을모아 나는 그 돈을 4년만에 갚았다.
들었던 적금을 타던날...
나머지 금액을 한꺼번에 이제 갚고싶다. 그런데 돈이 조금 모자라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
이돈을 가지고 있다간 분해서 다 써버릴 것 같다고 펑펑 우는 나에게
은행 담당자는 물기 잔뜩 묻은 목소리로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느냐...정말 대견하다.
내가 알아봐 주겠다고 말했고.
상당부분 삭감된 금액만 결재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송금.
회사라 티도못내고 너무너무 좋아서 화장실에 가서 휴지 한통을 다 풀어가며 펑펑 울었던 그날.
그리고 이틀 뒤 집으로 모든 채무관계가 청산됐다는 증명서가 왔을 때
다시 한 번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펑펑 울었었다.

그 이후로 나는 세상에 못할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됐다.
일도, 사랑도, 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살다보면 죽고싶을만큼 힘든날이 분명 한번쯤은 오겠지.
하지만...유치한 말이지만 신은 꼭 인간이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준다ㅡ는 말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후에는 죽을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날이 풍경으로 남아 추억이 되듯.
다 견디고 악착같이 살다보면 좋은날도 오긴 오더라....

지금 나는 돈을 열심히 모으지 않는다.
충분히 쓰고, 충분히 놀고, 나에게 선물도 가끔해가며,,,
그동안 내 사정을 안 몇몇의 친구들이 아끼지 않고 나한테 해줬던 것들을 하나하나 갚아가며 살고있다.
그리고 아버지와 등산도 다니고, 사우나도 같이 다니면서 잘 지낸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처음 빚이 있었다는 그 사실을 안 그때 외에는
한번도 밉지않았다. 아마 어쩌면 나보다 아버지가 더 죽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길었던 이야기를 줄이고 보니 참 별게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 너무 힘든... 사람들이 이 글을 본다면 조금만 더 힘을 냈으면 좋겠다.
꼭 좋은 날이 온다고, 남들처럼 웃으면서 거리를 걸을 수 있는날이 온다고...
사람이 살다보니 고개숙이고 땅만보고 사는 건 아니더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일들이 좀 더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고, 재산이 될거라고 꼭 힘내라고...전해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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