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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일어났는데
게시물ID : wedlock_71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와사비
추천 : 38
조회수 : 1911회
댓글수 : 60개
등록시간 : 2017/02/22 07:56:27

품 속의 고양이가 일어나서 비비적비비적 하네요. 
이제 곧 야근중인 남편이 돌아올 시간이고요, 
저는 밥 지어놓고 그 사람이 오기를 기다려 
찌개에 불을 올리면 여느때와 별 다름 없는 아침이 밝겠네요.

저는 친정 엄마와 연을 끊어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요. 
엄마가 산후우울증이었나, 하는 생각도 하고 
엄마는 최선을 다했지만 
그저 나와는 맞지않는 방식이었을까, 삼켜볼까 하는 
생각도 부질없다는 것도 깨닫고 내린 결정이었어요. 
친정 부모님들이 따님들에게 소소하게 애정을 베푸는 
모습들이 결게에 올라오면 그게 참 부럽더라고요 ㅎㅎ 



아직 시부모님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계세요. 
남편이 그래도 이런 일을 말해서 좋을 건 없다고 해서.
(제가 시댁가서 혹시 몸이 피곤하면 
친정과 약속이 있다거나 하는 핑계라도 대고 
일어나기 쉬울거라고요 ㅎㅎ
물론 피곤하다면 바로 가라 하실 분들이긴 합니다) 


지난 설에 시댁에 가서 
소소하게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하다가 쉬는 타임에
(저희는 제사없애고 명절음식만 좀 만들어 나눠먹어요)
말 끝에 친정 얘기가 나왔어요. 

별거아닌 말이었는데 .
친정집은 음식하지않니? 가봐야하는거 아니냐, 이런식의 말.
갑자기 후드득 눈물이 쏟아지더라구요. 
왜 그랬나몰라요. 한번도 내색않았는데.

말도 안나오고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시엄마가 당황하시니 
남편이 , 이 사람한테만 모질다 어머니. 
짧게 말하더라구요. 

우리 시엄마가 등을 두드려주시대요, 
우리 엄마도 나한테만 모질더라 
그래서 내가 제사도 안해. 
울지마라 아가. 울지마라. 하시면서 
눈물을 슥슥 닦아주시대요. 




그렇게 명절을 보내고 
얼마전에 시엄마랑 돌쟁이 조카랑 계시다고 하셔서 
김치도 얻어갈 겸 아이도 봐줄겸 남편이랑 같이 갔는데 
베란다 화분을 옥상에다 가져다놔달라며 
남편을 심부름 시키시더라구요. 
저는 조카어르며 시엄마 옆에 앉았는데 

시엄마가 하시는 말이, 
이거 쟈한테는 비밀이데이. 
내가 절에 가서 방생하는데 겨우 니이름도 썼다. 
아이고 궁합 안 본다고 했는데 니 생일을 가르쳐줘야말이지!
개띠지? 개띠는 이번이 삼재라 조심해야된다이, 
(남편이 무당이든 절이든 물어보는걸 엄청 싫어해서 결혼한지 6년차인데도 제 생일도 여즉 안 가르쳐주고있었어요 ㅎ 근데 제가 이번 생일을 시댁에서 보내서 아셨던거에요) 

그러시길래 
아이고 엄마덕분에 나 이번해 무사히 넘기겠네요! 
울 엄마가 최고네 ! 하는데 
시엄마가 우물쭈물 하시는거에요, 
뭔데요 뭔데 뭐 하실말 있어요? 말해봐요 엄마. 
그랬더니 한숨을 폭 내쉬시면서 

내가 뭐라고 말해야할지, 좀 그런데 
친정 좀 멀리해도 괜찮지않나싶데이.
니가 마음이 그러면 쫌 줄이그라. 
만다 가서 맘 상하고 있을래... 
니를 딱 넣으니까 스님하시는 말이 
아이고 이래 이쁘고 반짝반짝한데 왜 그늘이 져있습니까..
하드라. 그런 사람있단다 , 니만 그런거 아니고 
그냥 부모랑 잘 안 맞는 사람. 
우리 엄마도 내를 어찌나 섦게하던지!!! 
나도 그렇다. 그러니까는 니 편한대로 해라이,
그거 뭐 흠도 아이고 그럴수 있다 
니가 참 밝고 이쁜데 어두워져있어서 되겠나? 
밖에도 나다니고 맛있는거 먹는다고 
쟈한테 돈도 좀 달라하고 옷도 사입어라 
계속 집에만 있으면 안낫는데이
(제가 공황장애가 있어서 바깥 출입을 거의 안해요)
물어본거는 쟈한테 말하지말고 비밀이다 알았제? 

이러시더라고요. 



근데 정말
우리 시엄마 모습이 딱 떠오르는거에요. 
절에 가셔 방생하시면서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지.
스님하는 말에 (우리야 미신이 어쩌고하고 넘기지만)
아이고 아이고 하고 묻고 듣고 하셨을 생각하니까 
맘이 너무 아픈거에요.
나 설에 울었던거 엄마가 다 맘에 담아두고 계셨구나. 
맘이 아프셨었구나. 
그러면서 사돈댁일이라 쉽게 말 꺼내기 힘드셨겠지,

그런 생각도 들고. 

항상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찾다가 
이제 여기 내 자리가 정말 생겼구나.여기였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이제 나도 엄마가 생겼구나 내편인 엄마. 
그런 생각을 했어요. 

우리 시엄마야 항상 저 이뻐하셨지만 
딱히 부딪히는 일도 없었고 
고만고만 잘 넘어가고 별 탈 없이 지내서 
좋아하는 아들 며느리니까 그러지, 했는데 
또 무뚝뚝한 시누이보다는 제가 말투가 살가운 편이니 
아가아가 하시는구나 생각했었어요. 
시누이네 육아가 고되니까 한달에 한두번 
엄마 데리고 나와서 남편이랑 영화보여드리고하니 
좋으셨겠지 생각했었어요. 



그냥 이제 가족이구나, 
사랑하는 장남의 아내가 아니라 가족. 




저랑 남편 간다니까 
아이데리고 나오셔서 배웅하시며 
손을 이렇게 이렇게 크게 흔드시는데 
햇살은 좋고 눈부시고 날은 따뜻하고 
몸은 나른하고 정말 기분이 좋았던 날이었어요. 


생각나 곱씹으니 엄마가 보고싶어 , 
아직은 손주들 채비하시느라 바쁠 시간이셔서 
여기에 써 봅니다. 

이따가 남편오면 엄마한테 전화해서 
보고싶다고 말해야겠어요. 
또 데이트가자고, 
좋아하시는 스파게티 먹으러 같이 가자고요.
엄마 좋아하시는 액션 영화들 개봉했으니 
또 가자고요. 

우리 엄마 손주들 육아에서 벗어나 
마실간다고 얼마나 기분좋아하실지, 
내가 선물한 립스틱 예쁘게 바르고 나오셔서 
이거 계속봐도 예쁘다 하시며 또 자랑하시겠죠 ㅎㅎ
너무 보고싶네요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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