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사람이 바글바글하지만 예전엔 그 정도까진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커피맛도 괜찮고 와플도 맛있는 편이라
강남역 쪽에서 약속이 잡히면 으레 들르는 곳이 되었었다.
다른 번화가들과는 달리 프랜차이즈를 제외하면 갈만한 카페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 강남역에서
홍대 풍의 제법 괜찮은 카페가 입소문을 타는 것은 시간문제였기에 곧 사람이 붐비기 시작했고,
유명세를 따라 점점 초심을 잃고 변질되기 시작했다. 가격도 오르고 메뉴도 개편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발을 완전히 끊게 되었는데
바로 우연히 주문한 '햄치즈 샌드위치' 때문이었다.
이건 그냥 긴 말이 필요 없다. 사진을 보면 이해가 빠르다.
이게 바로 그 문제의 햄치즈 샌드위치.
이 샌드위치가 나온 순간 정말 기가 막혀서 직원분을 불러 원래 이렇게 나오는 거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그렇다고 말하는 직원의 당당한 답까지 듣고나니 할 말을 잃었다.
그래 뭐 엄격하게 따지자면 메뉴가 거짓말하진 않았지, 햄과 치즈가 들어있긴 하니까.
하지만 3시간이나 앉아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3시간 이상 머물 시 추가주문을 해야만 한다는 규정을 명시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사장님께서는,
8000원이나 받고 저 따위 샌드위치를 내놓는 가게는 없다는 것도 좀 알아주셔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물론, 그 8000원에 음료도 한 잔 포함되기는 한다.
포함되는 음료는 아메리카노 또는 오렌지 주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소한 커피류 중에 아무 음료나 선택 가능하거나 생오렌지를 직접 짜서 내주는 거라면,
"아 친절하게도 사장님께서 8000원짜리 음료에 무려 햄과 치즈가 들어있는 샌드위치를 서비스로 주셨구나"
라고 생각할텐데,
애석하게도 커피는 오로지 아메리카노, 주스는 정말로 시판 오렌지 주스였다.
식빵 두 장과
노란 치즈 한 장과
얄팍한 햄 한 장과
한 쪽 면에만 대충 바른 듯 만 듯한 딸기쨈.
중학교 실과 시간에 실습실에서 만드는 샌드위치도 이렇게는 안 생겼다.
걔네도 속재료 넣기 전에 빵 안쪽에 버터는 바른다.
저딴 재료만 가지고 만들 생각이면 최소한 뭐 파니니 그릴에라도 구워서 무늬라도 만들어 주든가,
정말 백 번 천 번 양보해서 식빵 가장자리라도 잘라 내놓는 '성의'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저걸 내놓고 8000원을 받을 거라면 말이다.
이건 돈 문제도 아니고 결국 성의와 마인드의 문제다.
나와 내 친구들은 정나미가 떨어져서 그 후로 발을 끊고 말았지만,
원글을 쓰신 분께 대한 태도를 보니
왜 이딴 샌드위치가 8000원이란 가격을 달고 메뉴판에 있었던 건지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아, 이런 마인드를 가진 가게를 내가 몇 년 간 들락거렸구나...
하찮은 손님 따위라고 험한 꼴 당하기 전에 발 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출처-http://mangoholic.egloos.com/4905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