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동안 남친을 사귀었습니다. 평소에는 말도 다정하게 하고, 사랑표현도 자주하고, 젠틀하기 그지없어요. 그치만 화날때는 독설도 하고 버럭 화도 잘 내고 (그리고는 좀 있다가 사과하지요).. 하지만 이제껏 "이건 너무 심했다"할정도의 일이 별로 없어서 별 걱정을 안했어요. 다음해에 결혼하자고 약속까지했는데..이친구가 강박증이 있는데 자기 방에있는 모든걸 100%퍼펙트한 상태로 놔둬야 합니다. 1mm라도 건드리면 난리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제가 같이 살 걱정하면 "괜찮아 청소는 내가 다 할께" 이러는데...솔직히 너무 걱정되긴 하지만 아직 같이 안살아봐서인지 얼마나 힘들지 실감나지 않아요. 그런데 얼마전에 너무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남친이 휴지좀 뽑아달라고 했는데 제가 그때마침 남친방에있는 휴지통 앞에 있어서 거기에있는 휴지를 뽑아줬습니다. 그러니까 좀 짜증나지만 장난스러운 말투로 "아 왜 거기있는걸 뽑아와~~ 부엌에있는걸 뽑으면 되잖아" 이러길래 저도 웃으면서 "내앞에 휴지가 있는데 왜 그걸 놔두고 다른걸 뽑아야 되는데~ 너 웃긴다 ㅋㅋ"이러면서 놀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막 장난으로 그 뽑은 휴지통에 있는 그 다음 휴지 (하나 뽑으면 그다음것이 삐져나오잖아요 ..남친은 그걸 완전 퍼펙트 한 부채꼴 모양으로 다듬습니다-_-) 그걸 걔 보는앞에서 휴지통 안으로 집어넣어버렸어요.. 그랬더니 또 막 "아아아악!!!! 니가 내 방을 망쳐놨어!!!" 이러고 저도 장난 이었으니까 막 웃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그애 의자에 앉아서 (바퀴달린거) 장난치고 놀다가 몸을 뒤로 했는데 의자바퀴가 굴러가서 의자 등받이가 책장에 살짝 부딛힌거예요. 그래서 제가 또 장난 치려고 "야 이 책들 흩트러질뻔했다 ㅋㅋ" 이랬는데...전 그때까지 웃고있었죠...그런데 얘가 점 점 화가나는지 "내가 이런거 싫어하는거 뻔히 알면서 왜 자꾸 그러냐" "너도 니가 싫어하는거 하면 좋냐"이런식으로 말하더니 막 휴지통을 집어던지면서 "너도 이러면 좋냐"이러고..다시 휴지통을 발로 차고..막 발로 책장을 마구 걷어차고... 난리가 났어요.
정말 3년동안 이런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정말 한번도 헤어지잔말도 서로 안했고, 싸운적도 별로 없었어요. 서로 "우리는 너무 잘맞나봐 싸우지도 않고" 이런말 많이 했는데.. 그때 딱 그런일을 당하니까.. 진짜 헛웃음이 속으로 나면서 그냥 제 가방들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가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 이건 아니다. 절대 결혼하면 안되겠다. 미친놈이다. 라고 계속 되뇌이면서 집에가는 지하철에서 계속 눈물만 흘렸죠... 3년동만 많이 좋아했는데 이렇게 끝나는건가..하면서
그런데 집에 오고나서 얼마안되고 남친이 집앞에 와있더라구요.. 미안하다면서.. 자기 강박증때문에 이런일이 생겼다면서 병원도 다닐거고 고칠거라고..그리고 절대로 이런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지금 죽고싶다고. 지금껏 한번도 강박증때문에 이런일이 일어난적 없었는데 이제 심각성을 잘 알겠다고.. 너랑 헤어지고싶지 않다고 그러면서 우는데... 그렇게 차갑게 돌아섰던 마음이 3년동안 서로 사랑했던 그사람의 눈물을 보니까..정말 거짓말처럼 다 녹아버리더라구요...
가끔 인터넷에서 맞고사는 여자들 남자가 울면서 빌면 용서하고, 또 맞고 이러는거 올라오면 진짜 속으로 욕하면서 "지팔자 지가 만드는거지"이랬는데... 3년동안 멀쩡했었으니까... 강박증 때문이라는데 고치면 되지않을까.. 자기가 저렇게 후회하고 절대 안하겠다는데 한번쯤은 믿어볼까.. 그런생각이 들면서.. 어느샌가 저도 모르게 용서해주게 되어버렸네요..
이제 서로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장난도 치고 지내는데 (남친이 평소보다 좀더 잘하긴 하지만).. 저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갑자기 그일이 떠오르면 마음이 차가워지고 두려워 집니다.... 내가 지금 잘하는걸까... 나중에 후회할일 지금 만드는게 아닌가...
이제껏 제게 너무 잘해왔기때문에..저를 정말 많이 사랑했고 제가 싫어하는부분은 항상 고치려고 노력 해왔기때문에... 한번만 믿어보려고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