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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집에 혼자 남았을 때 겪은 일.
게시물ID : panic_713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노란달
추천 : 15
조회수 : 2460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4/08/04 14:49:03
가끔 살다보면 다른 가족들 모두 외출하고 집에 혼자 남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날이 그랬고, 저희 집은 아파트도 주택도 아닌, 상가 건물을 사람이 살도록 개조한
 
상가 주택 2층이었습니다.
 
 
상가 주택이다 보니 격자 모양의 중간중간 불투명 유리로 되어 있는 문이 유일하게
 
집을 지켜줄 수 있는 수단이었는데, 그날 자정이 막 지났을 때쯤, 집 앞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 소리는 남자 한명과 여자 한명이 주고 받는 소리였습니다.
 
상가 건물에 살다보니 아래층에 술집도 있었고, 취객들의 이런 저런 소음은 언제나 있어 왔던
 
일이었기 때문에, 그날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심경으로 하고 있던 일에 몰두 했습니다.
 
 
평소에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던 저는 그날도 온 집안에 불을 꺼놓고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열쇠구멍에 열쇠가 들어 오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가족들 중 그 누구도 그날 집으로 돌아온다는 사람이 없었기에, 깜짝 놀란 저는 현관 문을 바라보았고,
 
흐릿한 가로등 불빛을 등지고 서 있는 누군가의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목소리는 아까 전 들었던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인 듯 싶었는데, 이런 저런 욕을 해가며, 맞지 않는
 
키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긴 했지만, 이 건물 안에는 우리 가족 말고도 옆 집에 한 가족이
 
더 살고 있었기에(선교원이라 사람이 많이 드나 들어요.) 놀란 가슴을, 그들은 금방 다른 집이란걸 알고
 
돌아갈것이라고 안심 시키며 다시금 컴퓨터에 앉았습니다.
 
(다른게임도 아니라 LOL 실시간 팀플레이게임 이었기에 초조해짐..)
 
 
하지만 제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금방 자신들이 집을 착각했음을 알아채기는 커녕,
 
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맞지 않는 키를 열쇠 구멍에 쑤셔 넣고 돌려 댔습니다.
 
 
저는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 키로 현관문이 열릴거라고 생각
 
하진 않았지만, 폭력적으로 키를 돌리며 욕을 하는 남자의 행동에 공포심을 느꼈습니다.
 
 
우선 현관과 이어져 있는 거실의 불을 켰습니다. 그리고 집안에 사람이 있다는것을 어필하기 위해
 
일부러 발소리를 쿵쿵거리며 거실을 뱅뱅 돌았습니다. 도저히 문을 열고 항의할 생각을 할 순
 
없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고, 저는 집 안에 혼자였으며, 문을 열었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집안에 불이 켜지고 사람의 인기척이 들리자, 그들은 당황한듯 했습니다. 그때까지도 큰
 
움직임이 없었던 그림자가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고, 문 옆 살짝 열려 있던 창문가로 나에게 들으라는
 
듯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 들어 왔습니다.
 
 
- 어머, 이 집이 아니었나보네.
 
 
정말 집을 잘 못 찾아온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왜 그렇게 여자의 말이 두려웠을까요?
 
남녀가 사라지고 5분 쯤 현관 문 앞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습니다. 제발 그들이 옆집 문을 열고
 
들어가길 바랬습니다. 선교원 손님이길 바랬습니다.
 
 
그래야 여자가 말한 집을 착각했다는 말이 사실일 테니까요.
 
하지만 제 바램과는 달리 그들의 발소리는 상가 밖을 나섰습니다.
 
무언가에 쫓기듯 제 빠르게..
 
 
저도 귀신 이야기를 참 좋아하고 무서워 합니다만, 이 일을 겪고 난 후 (솔직히 별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사람이 더 무섭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습니다.
 
혹시 강도 일지도 모르는 사람이 문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고 한다는 사실이 이렇게까지 무서울줄은 몰랐네요.
 
이미 보름쯤 지난 일이고 지금와서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키를 가지고 문을 열려고 했으니 여자분의 말대로 정말 집을
잘못 찾아왔었나 보다 싶다가도 그 남자가 얼마나 쑤셔댔는지 새로 단 열쇠구멍에 그어진 수많은 상처들과 그날 밤 들었던
소름끼치는 쇠 부딪치는 소리를 생각하면 역시나 무서웠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별건 아니었지만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문단속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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