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새차를 샀습니다.
말리부 디젤 LT 프리미엄 검정...
늘 가성비를 따지며 실리를 쫒아 살았던 것 같습니다.
타인에게 보이는 이목보다 내가 스스로 만족하는게 최고라고 생각하고 산 것 같아요.
나이 서른 여섯..
한참 학교를 다니고, 사회인 준비를 하던 때에도 제 삶에 있어 스스로의 인생계획에 '차'는 너무 멀리 있었습니다.
아무리 따져보아도, 차는 가격도 유지비도 보험료도 타산이 맞지 않았으며, 그런 계산으로 결론이 날 만큼 주어진 상황도 빡빡했으니까요.
20대 초반.
당시 제 앞으로의 삶을 내다보며 제게 있어 자동차는 서른두살정돈 되어야 생기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 했었습니다.
차라는게 일단 갖고 나면 갖기 전으로 되돌아가기가 힘든만큼, 가지기 전에도 가지고 난 후의 마음가짐이 짐작가질 않았었죠.
어제 집앞 맨션 마당에서 적은 식구들이 모여 막걸리, 시루떡, 명태, 소금 이렇게 갖고 나름 고사를 지냈습니다.
고사라는게... 차를 뭐 일년에 한대씩 바꿔본 것도 아니라 형식이 무언지도, 그렇다고 차에다 절을 하는 것도, 주변 사람들 눈치 보이는 것도..
애매...하게 엉거주춤 있는데 어머니께서 우십니다.
그 울음은, 슬픔으로 인한 눈물이 아니라 몇번 보았던 울음입니다.
제가 중학교에 들어가 처음으로 맞춘 교복을 입고 엉거주춤 거울 앞에 섰을 때.
제가 결혼 할 때.
그리고 어제 새로 산 차 앞에서.
그렇게 사는건가 봅니다.
왜 사는지, 무엇때문에 무엇으로 사는지. 아무리 생각 해 보아도 그냥 내던져진 것만 같고.
때론 의미 없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그렇게. 하염없이 사랑을 주고, 또 받고, 또 나눠주고..
잘 타겠습니다.
안전하게 몰겠습니다.
잘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