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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아니 우익들의 멍청한 고백. - "우리는 전체주의자다"
게시물ID : humorbest_7136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명논객
추천 : 32
조회수 : 2149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7/16 18:37:34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7/16 18:16:03

Written by 무명논객


최근 종편에서 박정희를 두고 '아버지'라고 표현한 일이 있었다. 아마도 가부장적 '아버지'의 모습으로부터 그들은 감성적 '애국심'과 정념을 이끌어내고 싶었으리라. 그런데 웃긴 함정이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아버지'가 존재할 수 있는가? 이들은 스스로 "우리는 전체주의자다"라며 고백한 셈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보편적 윤리규범에 의해 묶인 사회이다. '아버지'는 존재할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가 '민주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객관적이고 공명정대하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와 기준이 존재하며 그것에 의해 합리적으로 규제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는 공공장소에서 거시기를 들고 활보할 수 없다. 또는 고성방가가 좋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며, 옳지 않은 행위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 전체주의는, 이러한 보편적 기준이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아버지', 혹은 초인적 권력이 들어선다. 아버지의 존재는, 그 어떤 폭력과 테러라 할지라도 용서될 수 있는 '자비한' 존재임과 동시에, 무시무시한 몽둥이를 휘두르는 괴물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아버지'를 죽이고, 그 빈 자리에 법, 윤리와 같은 보편적 기준을 세운 것이다. 근대 부르주아 혁명의 가장 표본인 프랑스 혁명은 그러한 '아버지'의 역할이었던 군주를 죽이고, 그 자리에 '선언'을 채움으로써 완성한 것이다.

국민-대통령의 관계로부터 우리는 이러한 민주주의 사회의 특성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아주 온건한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원리에 의거했을 때에도, 대통령은 국민의 위에 설 수 없다. 권력은 합법적으로 신탁된 것이기에, 지극히 제한되며 동시에 최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므로 전복적 가능성 역시 열어두고 있다. 그런데 종편은 멍청하게도, 이러한 국민-대통령의 관계를, 즉 박정희와 국민의 관계를 '아버지-자식'으로 언급함으로써 스스로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 이들은 그 사회가 명백한 전체주의 사회였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이들은 그것을 미화하고 있다.

제 정신이 제대로 박힌 민주주의자라면, 이러한 독재와 전체주의에 대하여 미화하는 것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 우익들이, 그 자신들이 자처하듯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모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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