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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죽음보다 더 두려운건...
게시물ID : bestofbest_71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폰트칼라
추천 : 258
조회수 : 7980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5/09/03 00:21:41
원본글 작성시간 : 2005/09/01 20:30:53
끝까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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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생이던 시절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새로운 아파트로 온가족이 이사를 했다. 

이사를 온지 한달이 되어갈 무렵 답답한 머리를 식히기위해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아파트 놀이터 풍경이 자연스럽게 내 눈에 들어왔다. 

몇몇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미끄럼틀과 그네를 타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 후훗.. 녀석들.. 나도 저럴때가 있었는데.. ' 

나도 모르게 옛날 유년시절 추억들이 떠오르며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그때, 이상하게 한 아이가 내 관심을 끌었다. 

4-5 명 정도의 아이들이 모여서 재미있게 놀고있는데 유독 그 아이만 

먼발치서 그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부러운듯 쳐다만 보고 있었다. 

또래는 아닌듯 했다. 다른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닐만한 나이였으나 

그 아이는 초등학교 5-6학년 정도로 보였다. 

특이했던건 무더운 여름날이었는데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긴팔에 

긴바지를 입고 있었다는것... ' 흠.. 저 아이는 덥지도 않나? 이상하네 ' 

그리고 초등학생이면 학교에 있을 시간인데 왜 학교도 가지않고 

놀이터에서 혼자 저렇게 놀고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흥미있게 지켜보고 있는데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이 놀고있는 곳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 주위를 빙빙 맴돌다가 

다가서서는 말을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 같이 어울리고 싶었나보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은 자기 또래가 아닌 아이가 와서 함께 

놀아달라고 하는게 부담스러웠는지 갑자기 우르르 그자리를 떠나 

다른곳으로 달려가버렸다. 



혼자 남겨진 그 아이는 쓸쓸한 모습으로 사라져가는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그네로 가서 털썩 앉았다. 

삐그덕~ 삐그덕~ 거리는 그네 위에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나도 모르게 호기심이 생겼다. 내가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뭐랄까.. 그 아이의 외롭고 쓸쓸한 모습이 왠지 가슴에 

깊이 각인되었다. 왠지 저대로 혼자 내버려두면 안될것처럼 보였다. 

옷을 걸쳐입고 그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는 놀이터로 발길을 향했다. 



홀로 외롭게 그네를 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모자를 깊이 

눌러쓴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기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내 인기척을 느끼자 아이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처음으로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생각외로 참 귀엽고 잘생긴 얼굴이었다. 

특히, 사슴 눈망울처럼 크고 티없이 맑은 눈동자가 인상깊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만큼 크고 이쁜 눈은 본적이 없었던것 같다. 



살짝 옆으로 다가가서 그아이의 옆에 있는 그네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어색하고 낯설었기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휘파람도 휘휘~ 불어보았다. 일단 아이의 이목을 끌어보기 위해서.. 

그런데 그 아이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 내가 너무 인상이 험악하게 

생겼나 ㅡ,.ㅡ+ 인상좋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ㅠ,.ㅠ ' 

그 아이의 눈이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살짝 고개를 돌려 아이를 

쳐다보았다. 



그때, 난 그아이의 머리에 머리카락이 한올도 있지 않다는 것을 발 

견했다. 모자로 가리려고 했지만 드러난 머리에는 머리카락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피부가 너무 창백했다. 실핏줄까지 적나라하게 보일 

정도로 피부가 하얗고 창백했다.. 거기에 키에 비해서 너무 외소하고 

야위워보였다. 



그래.. 그 아이의 눈은 크고 이쁘면서도 왠지 모르게 너무 슬프고 

아파보였었다. 촉촉하게 젖어있는 눈망울.... 순간 난 느꼈다. 

여느 아이들처럼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흠흠.. 너도 이 아파트에 사니? 

나 이 아파트에 이사온지 얼마 안되거든. 흠흠.. 오늘 날씨 

진짜 좋다. 좀 더운것만 빼놓구.. 그치? 아 너는 이름이 머야? 

우리 인사나 하자. 이 형 이름은 김XX 야 . 너는 뭐니? " 



내가 갑자기 이야기를 건네자 그 아이는 살짝 놀랐는지 경계 

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밝게 웃어보이자 그아이도 

조금 안심은 되었는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내 이름은 효빈이야... 안효빈.. 나도 이 아파트에 살아. 형은 몇 

호 살아? 난 102동1205호 사는데.. " 



" 오~ 효빈이라~ 이름 무지 이쁘다. ^_^* 나는 102동 305호 사는데.. 

같은 라인이네? 야 반갑다야. 하하하~ 우리 이웃끼리 앞으로 

친하게 잘지내자. 형은 대학생이야. 근대 너는 초등학생 같은데 

오늘 학교는 안갔니? 몸이 아파서 못간거야? 아니면 학교갔다가 

조퇴한거야? " 

효빈이는 아무말없이 한참을 조용히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 형... 나 있잔아... 학교 안다녀... 안다닌지 1년 넘었어.. 

학교 다니고 싶은데... 가서 친구들 만나고 싶고 놀고도 싶은데.. 

우리 엄마 아빠하고 학교 선생님하고 의사 선생님이 

학교 못다니게해. 내가.... 몸이 아프거든... 그래도 나 있잔아 

몸이 다시 건강해지면 학교 다니게 해준댔어. " 



갑자기 나는 말문을 잃었다. '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 아~ 그렇구나. 효빈아 .. 너 분명히 몸 건강해지고 다시 학교 

갈수 있을거야. 걱정말어.. 이 형도 몸이 많이 아픈적 있는데 

지금은 이렇게 건강해졌어. 너도 분명히 다시 이전처럼 건강해질 

거야! 형이 날마다 기도해주고 도와줄께~! " 



" 형.. 고마워.. 실은나 있잔아. 형한테 부탁한가지 있는데.. 해도 

될까? " 효빈이는 여전히 어둡고 창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 오케이~ 먼데? 형이 다 들어줄테니까 말해봐봐. 우리 효빈이 앞으 

로 형 동생하자~!! 형이 남동생이 없거든? 효빈이가 형 동생해라. 

어서 말해봐. 무슨 부탁인데? " 



" 형.. 있잔아.. 나.. 학교를 안다녀서 친구가 없거든... 옛날에 학교 

다닐때는 내가 아프고 그러면 친구들이 와서 놀아주고 그랬는데 

지금은 아무도 안와... 아파트 아이들도 다 나를 싫어해. 안놀아줘. 

형이랑 누나랑 있는데 학교다니니까 나랑 놀아줄 시간이 별로 없 

어.. 있잔아.. 형이 나랑 가끔이라도 놀아주면 안되? 안될까? " 



" 하하하~ 녀석~ 이 형이 대학생이니깐 시간날때마다 놀아줄께~ 

걱정말어. 말 나온김에 우리 형집에 놀러가자. 여기 너무 더우니 

까 시원한 형집가서 놀자~ 자 렛츠고~ " 



나는 효빈이를 집으로 데려가서 부모님과 동생에게 소개시키고 

유년시절로 돌아가 정말.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내방 침대위에서 효빈이와 씨름+레슬링 놀이를 하며 장난을 치 

다가 효빈이의 모자를 얼떨결에 잡아 채버렸다. 순간 효빈이는 

결사적으로 모자를 지킬려고했지만 내 힘을 이겨낼수는 없었다. 

결국 모자는 벗겨졌고.. 효빈이의 머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역시.. 머리카락 한올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더욱 놀랬던건 

효빈이의 머리위에 남겨진 큰 상처들과 수술의 흔적들... 난 멍하니 

효빈이를 쳐다보았다. 효빈이는 내게서 잽싸게 모자를 채가더니 

모자를 쓰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 큰 눈이 더욱 슬프고 아파보였 

다. 우린 둘다 말이 없었다. 찬공기만이 맴돌뿐.... 



먼저 말문을 연건 효빈이였다. '" 형.. 많이 놀랬지? 나는 뭐 괜찮아. 

보는 사람마다 다 놀랬으니깐. 하긴 안놀라는게 이상하지. 나 뭔지 

는 모르는데 머리가 많이 아팠대. 그래서 머리 수술했대. 그때 생긴 

상처래. 나는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데.. 헤헤 " 



나는 말없이 효빈이에게 다가가 가슴에 조용히 끌어안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 이 녀석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 

" 효빈아~ 이 형이 앞으로는 너 지켜줄께. 형이 앞으로 너 더이상 

아프고 외롭고 슬프지 않게 도와줄께. 우리 약속하자~! " 효빈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게 효빈이와 나의 첫 만남, 첫 인연이었다. 



나와 효빈이가 형,동생처럼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과 

효빈이 가족들도 친해지게 되었다. 특히, 내 어머니와 효빈이 

어머니가 같은 교회를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후로 가족들끼리 

더 친해지게 되었다. 



효빈이의 병명은 " 뇌종양 " 이었다. 뇌종양 때문에 뇌수술을 받고 

1년 넘게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투병생활을 하던 시기였고 다행히 

나와 만났을때는 증상이 많이 호전되서 건강을 되찾아가던 시기 

였다. 다른 아이들처럼은 못하지만 그래도 뛰고 달리는게 가능할 

정도였고 계속 통원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모두들 병이 완치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효빈이의 어머니는 나에게 무척 고마워하셨다. 그동안 효빈이가 

친구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어린 나이에 우울증에 걸릴 정 

도로 마음 고생을 했는데 나를 만난 이후로 이전보다 많이 성격이 

밝아지고 활발해졌다는 것이었다. 난 개인적으로 큰 보람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를 다녀왔더니 효빈이가 내 방에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야~ 효빈이가 형을 기다려도 주고..이거 영광인데? 

우리 이쁜 동생 형보고 싶어서 왔니? 하하하 " 효빈이의 볼을 살짝 

꼬집어주었다. 



효빈이는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 형.. 나 있잔아. 오늘 병원갔는데 

의사선생님이 나 많이 건강해진것 같다고 이제 학교다녀도 된대. 

그래서, 내일 엄마랑 학교가서 선생님 만나고 다시 학교 다닐거야. 

내가 4학년때 그만두었으니깐 다시 4학년 부터 다닐거같애. 

어때 형? 형도 기쁘지? 형한테 제일먼저 가르켜줄려고 기다리 

고 있었어. ^_^* " 라고 말했다. 



나는 효빈이의 말을 듣고 솟구쳐오르는 기쁨을 가눌길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효빈이를 번쩍 들어서 안고 빙빙빙~ 돌고 또 돌았다. 

야호~ 만세~ 환호성을 지르며 미친 사람처럼... 후후훗... 효빈이는 

그런 내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나보다. 말없이 나를 꼭 끌어안고 

" 형.. 정말 고마워.. 난 세상에서 엄마만큼 형이 좋아. " 라고 속삭 

여주었다. 



순간..나는 가슴 한켠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드는것을 느꼈다. 

말없이 효빈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학교에 

가게되면 친구도 새로 사귈테고 그토록 하고 싶어했던 공부도 하게 

될테니 효빈이를 위해서 정말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 

보다도 나를 믿고 좋아해주는 효빈이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효빈이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가끔은 학교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나에게 소개를 시켜주기도 했는데 그럴때마다 정말 대견했다. 

효빈이 반친구들이 효빈이보다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효빈이는 

별다른 문제없이 잘 어울렸다. 공부도 열심히해서 가끔씩 표창장을 

받아오기도 했고 100점 맞은 시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아파트 주차장에서 효빈이가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는장면을 보았다. 근처 슈퍼에 가서 아이 

스크림과 과자를 잔뜩 사다가 효빈이에게 가져다 주었다. " 효빈아~ 

이거 친구들하고 나눠먹어라. 그리고 너는 아직 완전히 나은게 아 

니니까 운동은 무리하지말고 살살해라. 알았지? 다치면 안된다? " 



효빈이는 밝게 웃으며 " 형 고마워. 이거 친구들하고 나눠먹을께. 

그리고 내 걱정 너무 하지말아. 형 걱정안시키게 조심해서 할께 " 

라고 대답했다. 후훗.. 기특한 녀석.. 효빈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베란다 창문으로 밖을 내려다보았다. 



효빈이는 골키퍼를 맡아서 하고 있었다. 몸이 아무래도 안좋다보니 

계속 뛰고 공을 차는건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골키퍼를 맡아서 

임시로 만든 골대를 열심히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구경을해보니 효빈이 팀이 계속해서 골을 잃고 있었다. 

효빈이가 골키퍼를 맡아서 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공이 오기만하면 

쉬운 공도 잡지를 못하고 골을 허용하고 있었다. 효빈이의 몸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역시 몸과 의지,마음 이 따로따로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반사작용..운동신경.. 모두 다른 아이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모습이었다. 



그러다보니 효빈이팀 친구들이 화가나서 효빈이에게 야단을 치는 모습이 

보였다. 효빈이는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러나 몸이 아파서 그런걸... 야단을 친다고 좋아질 일인가.. 결국 효빈이 

는 온몸을 던져가며 공을 막아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효빈이의 

친구들은 모두들 가방을 챙기더니 효빈이에게 면박을 실컷주고 그자리를 

떠났다. 



다시 혼자 남겨진 효빈이...이전에 나를 처음 만났을때도 혼자였었는데.. 

내가 조용히 다가가서 " 효빈아 " 라고 부르자 

효빈이는 내게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는지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그러나 효빈이의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효빈이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효빈이를 뒤에서 살짝 안아주었다. 마침내 감정이 폭발한 효빈이는 

내 가슴으로 뛰어들어왔다. 그리고 펑펑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쏟았다. 

" 형.. 형.. 나는 왜 이럴까.. 친구들이 다시는 나하고 축구안한대.. 

다시는 같이 안논대.. 나보고 바보래.. 멍청이래.. 공도 제대로 못잡는다고... 

형 .. 나 너무 속상해. 나 너무 힘들어 형. "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렇게 착한 효빈이에게 이렇게 큰 

시련과 역경을 안겨주신 신이 정말 미웠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왜 이렇게 천사같은 아이가 슬퍼하고 아파해야만 하는가... 

가슴이 찢어지는듯했다. 



그날 그 사건이후로 효빈이는 말수가 적어져버렸다. 이전처럼 밝고 환한 

미소를 잃어버렸다. 학교를 갈때도 혼자였고.. 올때도 혼자였다. 이전처럼 

친구들을 데리고 오는일은 없었다. 항상 어깨는 축 처져있었다. 

그런 효빈이를 지켜보는 내마음은 너무 무겁고 착잡해질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위해 군대에 입대를 하게되었다. 

지난 칼럼( 제목: 병신 육갑하고 자빠졌네 )에서 쓴대로 군대에 입대를 

하루 남겨두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외삼촌이 돌아가시고 나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 순천으로 급히 떠난 후에 

나만 혼자 빈집에서 외삼촌을 잃은 슬픔에 빠져 헤어나오지를 못하고 있었다. 



고독과 슬픔 

좌절과 절망 

오랜세월 힘들게 투병생활을 해오시던 외삼촌을 그렇게 떠나보내버리고 

내게 남겨진 시간들은 정말 잔인하고 참담했다. 



빈집. 빈방에서 입대를 하루 남겨두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에 

빠져 몸부림치고 있을때.... 누군가가 내 방으로 조용히 들어옴을 느꼈다. 

그리고 울고있는 내 옆에 살며시 앉아 따뜻한 손으로 내 눈물을 

살짝 닦아주었다. 



누구지...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형.. 나 효빈이야.. 왜 울어? 울지마 형.. 무슨일인지 모르지만.. 형이 울면 

나는 너무 가슴이 아파. 형..울지마. 울지마. 형 내일 군대간다고 엄마가 

말해주더라. 형.. 형.. 형 가면... 나는 어떻게 살지... " 



바보같은 효빈이... 나보고는 울지말라더니... 갑자기 목소리가 떨리더니 

흐느끼기 시작했다. " 효빈아.. 형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오늘 하늘나라로 떠났단다. 그래서 형 우는거야.. 그리고 형 군대가지만 

효빈이 너 절대 잊지 않을꺼야. 휴가나올때마다 우리 재미있게 놀자. 

이리와봐.. " 효빈이를 끌어안고 꼬옥 안아주었다. 



" 형.. 하늘나라는 어떤 곳일까.. 형이 사랑했던 그 사람도 천국에 갔겠지? 

나도 하늘나라 가면 천국 갈수 있을까? 엄마가 그러더라. 사람이 죽으면 

하늘나라로 가게 되는데 착한 사람은 천국가고 나쁜 사람은 지옥에 간대. 

형은 착하니까 천국 가겠다. 나는 나쁘니까 지옥갈꺼야.. 후훗 " 



" 효빈아. 그런소리 하지말어. 니가 왜 하늘나라에 가.. 엄마랑 형이랑 아주 

오래 오래 살아야지 바보야.. 그리고 형 군대가고 없더라도 너 엄마 말씀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병원도 열심히 다녀야돼. 알았지? 약속~!! 

자 새끼 손가락 걸고~ 도장찍고~ 싸인하기~! 건강해져야된다. 형 없어도 

절대 기죽지 말고 .. 알았지? 형 금방 다녀올테니까 몸건강히 잘살아야해 " 



효빈이는 내 품으로 더욱 파고들면서 조용히 말했다. " 형.. 형.. 절대 효빈 

이 잊으면안돼.. 군대 가더라도 나 잊으면 안돼.. 나는 말야.. 죽어서 하늘 

나라 가는건 두렵지 않아..무섭지 않아.. 그런데 말야.. 내가 하늘나라 가 

고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를 잊어버릴까봐... 그게 두려워 형 

나랑 약속해.. 어떤 일이 있어도 효빈이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해 형 " 



그랬었나... 죽음보다 더 두려운건... 효빈이에게 있어 사람들한테 잊혀져 

가는 것이었구나... 잊혀진다는것.. 망각되어 간다는것.. 존재의 의미가 사라 

진다는것... 지금 생각해보면 효빈이가 그때 그런말을 했던게 우연이었 

을까... 아니면 효빈이가 자신에게 다가올 일을 미리 예감하고 나에게 미리 

의도적으로 말을 했던 것일까.. 라는 부분에 있어 쉽게 단언을 내릴수 없다. 



다만.. 효빈이가 정말로 죽음보다 더 두려워했던게 사람들에게 잊혀져가는 

것 이었다는 사실은 알수 있다. 



효빈이의 병세가 많이 좋아진 상황이었기에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토록 사랑했던 외삼촌을 가슴에 한이맺힌채 떠나보내야만 했던 나였기에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효빈이만은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았다. 지켜주고 싶었다. 

외삼촌에게 못다준 사랑을 효빈이에게 모두 주고 싶었다. 



효빈이와의 아쉬운 이별을 끝내고.... 그렇게 나는 군대로 떠나갔다. 



군대가서 부모님을 제외하고 생각나는 사람이 3사람이 있었다. 한사람은 

돌아가신 외삼촌. 또 한사람은 효빈이.. 다른 한사람은 서영감님 ( 다음에 칼럼 

으로 사연을 다룰것이다 ) . 이 3사람을 생각하며 힘든 시련과 역경을 참고 이 

겨내며 버텨나갔다. 내 삶의 원동력이자 힘이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첫 휴가때 집에 들러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곧장 효빈이 

에게 달려갔다. 효빈이 집에 도착해서 힘차게 초인종을 누르고 내 군복입은 

모습을 보여줄 생각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문을 열어주기만 기다렸다. 

효빈이를 깜짝 놀래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를 반겨준건 효빈이의 어머니셨다. 효빈이는 몸이 아파서 방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감기가 걸렸는데 페렴으로 악화되서 치료를 받고 있 

는 중이라고 했다. 효빈이는 치료에 지쳤는지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잠자고 있는 효빈이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정말 사랑스러웠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몸에서 열이 많이 나는듯 이마가 뜨거웠다. 



이때 효빈이 어머니가 들어오셔서 " 잠깐 나랑 이야기좀해요 " 라며 나를 

밖으로 부르셨다. 효빈이 어머니의 안색이 무척 안좋아보였다. 그동안 

무슨일이라도 있었나... 내심 걱정이 되었다. " 저기 .. 무슨일 있으셨어요? " 

라고 조용히 물어보았다. 



" 효빈이가.. 실은... 학교를 그만뒀어요. xx 학생이 군대가고나서 이상하게 

효빈이의 병세가 조금씩 악화되서... 그래서 결국은 다니던 학교 그만둘수 

밖에 없었구요... 아마 병원에 다시 입원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효빈이가 

xx 학생 정말 기다렸어요.. 많이 힘들어하더라구요.. 매일 xx 학생 언제오냐 

고 물었어요. 나가서 기다린다고 매일 밖에 나가있더니 감기에 걸렸는데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페렴으로까지 확산되서 .... " 



나는 계속 이어지는 효빈이 어머니의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발길을 돌려 효빈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효빈이가 잠이 깨었는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형.. 형.. 형 맞지? 콜록.. 콜록.. 형.. 콜록..콜록.. 

형..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 왔어 형..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 형.. " 

효빈이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눈에는 눈물이 말없이 고이고 있었다. 

흘러내리는 효빈이의 눈물.. 조용히 닦아 주었다. 



" 효빈아. 형이 너 아프지말고 건강하고 학교 잘 다니라고 했잔아. 형 

꼭 다시 돌아온다고 했잔아.. 근대 이게 머야 .. 왜 형이랑 한 약속안지 

켰어.. 나쁜 동생이야 넌.. 왜 아퍼. 바보처럼. 왜 아퍼.. " 눈물이 솟구쳤다. 



" 형.. 미안해.. 약속 못지켜서 미안해 형.. 울지마.. 나 이제부터 잘할께 형. 

다시 건강해질거야. 콜록. 콜록. 콜록... 형 나 한가지 부탁있어 . 나 있잔아 

다시 병원에 입원할지도 모른대.. 형 다시 군대 들어가기 전에 나랑 같이 

우리 처음 만났던 놀이터 있잔아.. 놀이터 그네.. 거기 가서 10분이라도 

좋으니까.. 같이 그네타고 놀자.. 형 들어줄거지? 나 마지막 부탁이야 형 " 



효빈이의 어머니와 상의를 했다. 그리고 군대가기 전날 효빈이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효빈이의 집을 방문했다. 효빈이 어머니가 아주 두껍게 

겹겹이 옷들을 입히고 마스크를 씌우고 목도리와 모자를 입혀주셨다. 

효빈이 말대로.. 단 10분이라도 나와 같이 아파트 놀이터에 가서 그네 

한번 타보는게 소원이었고.. 그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것이다. 



효빈이를 등에 업었다. 그리고 아파트 놀이터로 향했다. 그네 가까이 다 

가가자 효빈이가 등에서 내렸다. 휘청 휘청.. 쓰러질뻔했고 내가 다급하 

게 효빈이를 잡아 가슴에 안았다. " 형. 나 그네까지 데려다줘.. 형이랑 

그네타고 싶어..형도 같이 타자.. "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효빈이를 조심스럽게 그네에 태우고.. 나도 그 옆에 조용히 앉았다. 

우리는 서로 말이 없었다. 우리가 처음 만나던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있었다. " 형.. 형... 여기서 형이랑 처음 만났는데.. 아파트와서 

나한테 말을 먼저 건네준게 형이 처음이었어... 그래서 무척 놀랐어. 

근대 형이 웃는 모습보고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거 알았어. 형 웃는 

모습 너무 좋아. 있잔아 형.. 나 죽어도 형은 못잊을거야.. 형도 나 

절대 잊으면 안돼 형. 우리 서로 잊지말자 형.. 약속하자.. " 



나는 말없이 새끼손가락을 걸고 도장찍고 싸인까지 해주었다. 

" 효빈아.. 형은 말야 니 눈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네가 좋아졌어. 

니 눈은 천사처럼 맑고 투명하고 깨끗해서 너무 좋았어. 

너 그거 아니? 너는 우는 모습보다 웃는 모습이 훨씬 이쁘다는걸.. 

형이 무사히 군대에서 제대하고 나면 우리 효빈이도 건강해져있을테니 

그때는 정말로 재미있고 즐겁게 놀자~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컴퓨터 게임도 같이 하고 말야. 아 물론 공부도 해야지. 이 형이 효빈이 

공부 가르켜줄께 . 걱정말아 하하핫 ~ " 



효빈이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 미소가 왠지 모르게 슬퍼보였다. 

"형.. 나 정말 형 좋아.. 형 나 다시 못보게 되더라도 미워하지말고..." 나는 

나도 모르게 버럭 큰소리를 치며 화를 냈다. " 야.. 너를 다시 못보게된다니.. 

그런 말이 어딨어.. 그런말 하지도 마.. 너 다시 그런말 하면 두번다시 안볼 

거야.. 알았어? " 효빈이는 움찔..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 형.. 형.. 미안해~ 

미안해 형.. 다시는 그런말 안할께..화내지마 형.. " 



" 헉.. 나도 모르게... 미안하다 효빈아 큰소리쳐서.. 이리와 안아줄께.." 

효빈이를 가슴에 안고 꼬옥 안아주었다. 그리고 등에업고 효빈이의 집으로 

향했다. 이전보다 더 가벼워진듯했다. 걱정이 되었다. 한숨만 나왔다. 



효빈이와 작별을 하는 순간.. 나는 발걸음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효빈이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 효빈아.. 형은 절대로 너를 잃고 싶지 않아. 형은 너를 정 

말 친동생보다 더 사랑하고 아끼고 좋아해. 이세상 끝날때까지 형이랑 행복 

하게 살자~ 알았지? 사랑한다 내 동생아 " 효빈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 

렸다. 효빈이의 여윈 손을 꼭 잡아주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계속해서 전화연락을 통해 효빈이의 안부를 

물었다. 모두들 효빈이는 몸 건강하게 잘지내고 있다고 했다. 나에겐 가장 

다행스러운 소식이었다. 휴... 다행이다... 



두번째 휴가를 가게 되었다. 야호~ 효빈이를 다시 만나게 되는구나~! 이녀석 

몸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니깐... 가서 깜짝 놀라게 해줘야지~!! 너무나 신이 

났다. 집에 도착해서 부모님한테 인사를 드리고 효빈이 집으로 가려는데 

어머니가 나에게 물어보셨다. 



" 너 어디가니? " " 네? 저 효빈이 집 가려구요. 가서 인사해야죠 하하핫 " 

어머니는 근심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시더니 말문을 어렵게 여셨다. 

" 그래.. 가봐라.. 가서 인사드리고 와라"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왜 저러시지..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효빈이의 집에 도착했다. 띵똥띵똥~ 힘차게 벨을 

눌렀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효빈이의 어머니가 나를 맞아주셨다. 그런데 

무엇인가 예전과 비교해서 분위기가 이상했다.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글을 쓰면서... 몇번이나 세수를 하고와야만 했다. 

가슴에 묻어두었던 상처들.. 슬픔들..아픔들이 

주체할수 없을 정도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차디찬 물로 눈물을 하염없이 씻어내린다. 



그날... 그시간...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효빈이 어머니가 나를 보고는 놀라신듯 아무말도 못하셨다. 

"안녕하세요? 저 휴가 받아서 다시 나왔습니다. 갑자기 오니까 

놀라셨나보네여. 하하~ 죄송합니다.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요! " 



멋적은듯 웃어보였더니 효빈이 어머니도 놀란가슴이 진정 

되셨는지 " 네 .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차라도 내올게요 " 

라며 문을열어 안으로 들여보내주셨다. 



효빈이 방으로 들어가보았다. 방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저기 효빈이는 병원에 입원했나요? 집에 없네요? " 

효빈이 어머니는 차와 과일을 내오시더니 거실 소파에 앉으셨다. 



나도 효빈이 방에서 나와 거실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요즘 효빈이는 어때요? 병원에 입원했다고 들었는데 몸은 

좋아졌나요? 저랑 건강해지기로 약속했는데 .. 후훗.. 그녀석 

보고 싶네요. 어디 병원 몇호실이죠? 제가 찾아가볼께요! " 



효빈이 어머니가 고개를 살짝 돌리시더니 입술을 꽉 깨물면서 

손으로 입술을 가리셨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무엇인가 예감이 

불길했다. " 저기.. 저.. 효빈이 어머니.. 효빈이 상태가 많이 안좋 

아졌나요? 무슨일 있는거죠? 그쵸? 말씀좀해주세요 네? " 



효빈이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 잠시만요.. 드릴게 있어요 " 

라며 효빈이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리고 편지봉투 하나를 들고 

나오셔서 나에게 건네주셨다. '' 일단 이것부터 한번 읽어보세요 " 

무슨 편지인지... 나는 말없이 건네받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효빈이 어머니는 내가 편지를 읽는 사이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효빈이가 쓴 편지 였다. 



" 사랑하는 xx형에게.. 형 나 형이랑 한 약속 지킬려고 했는데 

못지킬거 같애.. 형 나 하루 하루가 힘들어. 어떻게 될지 모르 

겠어. 형 정말 보고 싶어. 형 나 전에 말하려다가 형이 화내서 

이야기 못했는데... 편지로 할께. 나 만약에 형이랑 한 약속 

못지키고 하늘나라 가게 되더라도 나 미워하지 말고 나 잊지 

말아줘. 나 잊으면 나 정말 슬플거야. 형. 나 절대 잊지말아줘. 

힘이 없어서 더이상 못쓰겠어. 세상에서 나 엄마랑 형이 가장 

좋았어. 형이랑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면 우리 정말 

행복하게 잘살자. 형 정말 사랑해. 효빈이가 " 



아주 힘들게.. 힘들게 글을 써내려간듯.. 글씨체가 매우 흐렸다. 

이게 뭐지.. 이게 뭐야.. 무슨 소리지.. 무슨 소리야.. 나는 안방 

에 노크를 하고 조용히 들어갔다. " 저기 효빈이 어머니..편지 

봤는데요.. 효빈이한테 가봐야겠어요.. 효빈이 지금 어디있죠? " 



그때.. 내눈에 들어온건... 침대에 고개를 파묻고 쓰러져서 울고 

있는 효빈이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저기요.. 효빈이 어머니..대체 무슨일이세요.. 왜 우시는거에요. 

네? 저 효빈이한테 가볼게요. 제발 가르켜주세요. 어디에 있어 

요 효빈이.. 네? 어디 있어여? " 



효빈이 어머니가 힘겹게 일어나시더니... 청천벼락과도 같은 

말을 던졌다. " 우리 효빈이... xx학생 오시기 10일 전에 하늘나라로 

갔어요... 우리 효빈이.... 하늘나라 갔어요... 효빈이가 죽기전에 

계속해서 xx학생 찾았어요... 죽기전에 한번만 보고 싶다고... 그래서 

제가 연락해준다고 했는데... 효빈이가 아니라면서 xx학생이 자기 

이러는거 알면 걱정할거라면서 하지말라고해서 ... 연락못했어요.." 



"..........................................................." 



" 효빈이가.. xx학생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나중에 크면 

그리고 건강해지면 xx학생과 행복하게 잘살고 싶다면서 항상 이야기 

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좋고 착한 형이라구요.. 죽기전에도 의식불명 

상태 빠지기전까지 계속 xx학생 불렀어요.. 자기 하늘나라 간거 알면 

분명히 슬퍼할거라면서... 자기 하늘나라 가더라도 비밀로 해달라고 

했어요.. 슬프게 하면 안된다구요.. 그 어린것이.. 그 어린것이.. " 



".....................................................도대체 왜.. 왜.. " 나는 말문을 열지못하고 

그자리에 쓰러져버렸다. 머리가 텅 비어버렸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외삼촌을 잃었을때처럼... 슬픔과 아픔.. 그리고 충격이 한꺼번에 폭발해 

버렸다. 외삼촌을 떠나보내고.. 이번에는 효빈이 마저 나를 떠나가는가... 

왜 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하나 둘씩 뺏어가는가...그것도 

천사같이 맑고 깨끗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을... 도대체 왜.. 



가슴에서 복받쳐 오르는 눈물.. 설움..한..슬픔..아픔..좌절..절망.. 이게 꿈이 

길... 환상이길... 모두 거짓이길... 



내 희망에 부풀었던 휴가는 ... 그렇게 끝이났다. 효빈이와 함께 했던 그네 

놀이가 마지막 추억이었고 그때 보았던 효빈이의 모습이 이세상에서 내가 

지켜본 효빈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외삼촌도 지키지 못했다. 효빈이도 지키지 못했다. 효빈이가 얼마나 외롭고 

슬프고 아파했을까.. 얼마나 나를 찾고 그리워했을까... 왜 나는 효빈이를 

지켜주지 못했을까.. 또다시 떠나보내야만 했을까.. 



효빈이의 창백하던 얼굴.. 차디찬 손과 발.. 뜨거운 이마.. 크고 투명하던 눈.. 

이제는 두번다시 볼수 없다. 너무나 큰 좌절과 절망..패배감과 상실감이 나를 

끝없는 나락속으로 떨어뜨렸다. 



효빈이가 나에게 쓴 편지를 태워버렸다. " 나쁜넘.. 나쁜넘.. 나랑 그렇게 손가 

락을 걸고 약속했는데... 약속도 안지키는 나쁜넘.. 나쁜넘.. 왜 그때 나에게 연 

락을 안했니..바보야.. 왜 나한테 이렇게 큰 한을 맺히게 하니.. 왜 왜 .. 니가 

너무나도 보고 싶은데... 이제 난 어떻게 하나.. 어떻게 사니.. " 



그때 그 일 이후로 나는 내성적이 되어갔다. 말수가 적어졌고.. 웃음도 없어졌고.. 

그냥 기계처럼 .. 로봇처럼.. 아무 생각없이 살아갔다. 종교마저도 내버렸다. 내게 

서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가는 신이란 존재는 더이상 내게 필요하지 않았다. 인정 

하고 싶지도 않았다. 



군대를 제대하고 집으로 돌아왔을때 나는 일부러 효빈이를 떠올리지 않으려 노 

력했다. 잊고 싶었다. 그 모든 상처..슬픔..아픔..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효빈이의 어머니가 나를 찾아오셨다. " 전에 경황이 없어서 드 

리지 못했는데.. 이거 가져가세요. 효빈이 유품 정리하다가 발견한건데 xx학생이 

읽어보셨으면 해서요... 효빈이 일기장이에요.. " 



두려웠다. 무서웠다. 효빈이의 일기장을 읽기가... 마침내 용기를 내서 한장 한장 

읽어내려갔다. 시간이 흐르고... 난 주체할수 없는 눈물로 일기장을 적시고 말았 

다. 일기장을 가슴에 안고 한없이 울었다. " 효빈아.. 효빈아.. 효빈아..미안해..형이 

잘못했어.. 미안해 효빈아.." 



일기장에는 효빈이가 나를 만난이후 있었던 일들이.. 그리고 효빈이의 생각과 

느낌들이 꾸밈없이 적혀져있었다. 효빈이가 나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했 

는지.. 좋아하고 사랑했는지.. 믿었는지.. 그리워했는지.. 가슴에 절실하게 와닿 

았다. 어린 효빈이가 이렇게 까지 나를 생각했었나... 



문득 생각났다. 나는 효빈이를 나도 모르게 잊어버리려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상처.. 그 아픔 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그러나 나는 

효빈이와 약속하지 않았던가.. 결코 잊지 않겠다고.. 효빈이가 죽음보다 더 두려워 

한건 내가 효빈이를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효빈이를 정말 위하는 길은.. 효빈이와의 약속을 지키는 길은.. 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효빈이를 영원히 가슴에 묻고 기억하면서 살아 

가는 거라는걸 깨달았다. 자식이 죽으면 부모님은 가슴에 자식을 묻는다고 했 

던가... 그 말의 의미를 알수 있었다. 나또한 효빈이를 내 가슴에.. 내 영혼에 묻 

었다. 항상 나와 함께 숨쉬고 있다. 이순간에도... 언제까지나... 



이 글을 빌어 효빈이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이미 몇년이라는 세월이 흘 

러버렸지만... " 효빈아.. 형은 아직도 너를 변함없이 기억하고 사랑하고 좋아한 

단다. 내가 하늘나라 가면 우리 이세상에서 못다나눈 사랑, 우정 실컷 나누자. 

너와 한 약속대로 내가 이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너를 결코 잊지 않을께. 너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했던 동생이었단다. 지금도 네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립 

구나. 부디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두번 다시 헤어지지말자. 사랑한다 효빈아. 

영원히~ 너는 내 안에서 언제나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 잊지말기 바래! " 


"안 녕~~!! " 





[다시 세수를 하러나가야겠습니다.
 언제봐도......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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