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일이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 터져서 야근하고 술을 한잔 했어요.
그러다보니 12시가 다되어서 택시를 잡게 되었는데..
애매한거리라 그런지 잘 안잡히더라고요. 집까지는 기본요금 거리라서 그런지.
그러다가 겨우겨우 택시를 잡았는데...
저는 좀 넉살이 좋은편이에요. 처음보는 사람이랑 이야기할땐 기분상해도 겉으론 방긋방긋 웃는 성격이고요.
택시타면서 이상한 기사분 많이 보긴 했는데 이번엔 진짜 이상하더라고요.
첨에 제가 목적지 말했을때 분명 어딘지 아는 척 하더니,
두어번 저희 집 방향 아닌데로 가려고 하더라고요.
그떄마다 그쪽아니고 오른쪽인데요. 그쪽 아니고 왼쪽인데요. 한두번 하니까
첨에 두어번 그러고 그다음부턴 길로 장난은 안쳤는데....
첨에 딱 택시탔을때 뭐 '젊은아가씨가 택시도 잘 안잡히는데서 택시를 잡고있길래 딱해서 태워줬다' 라고 하면서 몇살이냐 묻더라고요?
아무생각없이 26살이라고 했더니 남자친구는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없다고 하니까, '그나이쯤 되면 이런저런 남자만나보고 경험도 해보면서 결혼할 생각하지 않냐' 고 하더라고요.
경험이라는게 그냥 연애경험 말하는줄 알고 '뭐 그렇겠죠~' 했는데
갑자기 지는 17살때 첫사랑을 했는데, 여자들은 보건시간(?)에 다 배우지 않냐, 자기는 그때 아무것도 몰랐는데 여자가 덤비더라,
아가씨도 해봤냐 이러는거에요 미친놈이....
근데 그순간 딱 떠오른게, 몇년전에 잠깐 했던 여초싸이트에서 한참 이슈됐던 글이었는데...
그런 성범죄자 새끼들 머릿속엔 소위말하는 '처녀'는 건드리기 좀 그렇지만
'경험있는 여자' 는 이미 경험이 있기때문에 건드려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글이 떠올라서,
그 짧은순간에 저는 '아뇨, 저는 결혼전엔 그런거 생각해본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는데요' 라고 대답을 했어요.
그랬더니 잠깐 아무말도 안하더니,
'이렇게 늦은시간까지 뭐했냐, 술이라도 마셨냐' 라고 하더라고요.
꽤 마셨으니 아마 술냄새가 났겠죠.
그래서 그냥 '아 네. 친구들이랑 좀 마셨어요.' 하니까
백미러로 보면서 근데 멀쩡해보인다고, 주량이 얼마나 되냐고 묻더라고요.
그냥 잘마신다고 얼버무리니까 계속 묻더라고요? 주량이 얼마나 되냐고?
제가 진짜로 잘마시는 편이긴 한데 얕잡아보이면 안될거같은 촉이 와서
'소주 3병 넘게 마셔요. 여자중엔 저보다 잘마시는 여자 본적 없고, 웬만한 남자보다 훨씬 잘마셔요.'
하니까 그담부터 암말 안하고 운전하더라고요.
차에 타고 있을땐 내리면 긴장한 상태로도 번호판 봐야지 계속 생각했어요.
근데 내리니까 번호판이고 뭐고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더라고요. 너무 무서워서.
인터넷에 글쓰는 기분 알거같아요. 어딘가에 이 끔찍한 기분을 털어놓고 싶어요.
지금도 엄청 후회돼요. 번호판 보고 신고했어야 했는데.
집에 도착하고서도 이거 경찰에 신고할수 있는거 아닌가 했는데
현금결제해서 정보도 없고 택시 번호도 모르고 인상착의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니까..
제가 키가 170정도 돼요. 오늘은 마침 비오는 날이라 8센티짜리 웨지샌들을 신어서 더 덩치가 컸겠죠.
집에와서 놀란 심장 부여잡고 느낀게,
내가 체구가 작았거나, 술이약해서 만취했거나, 그새끼가 말로 파둔 함정중 하나에 걸렸거나 했으면
뉴스에 나오는 범죄 희생자가 내가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하네요 정말로....
아직도 진정이 안되어서, 글을 횡설수설하게 쓴거같은데 이해부탁드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