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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안산 쇠망치 연쇄 살인사건의 전말
게시물ID : humorbest_7148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키라짐보
추천 : 36
조회수 : 7759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7/18 23:22:30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7/18 20:35:28
소유는 몹시 들 떠 있었다. 비록 만난지 3개월밖에 안됐지만 남자친구가 곧 자신에게 프로포즈를 할 것이라는 측근의 귀뜸 덕분이었다.
한재석... 외국에서 MBA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재미교포 2세로 한국말도 능숙하고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온 덕에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재원이었다.
 
“소유씨 소식들었어?”
“예? 어떤 소식이요?”
“얼마전에 안산 쇠망치 연쇄 살인마 붙잡혔잖아!”
“에 그렇죠”
“조사해보니까 그 놈이 범인이 아니래...”
“아 그래요? 저는 뭐 별로... 여기가 안산도 아니고...”
“어쩜... 자기는 겂도 없네... 조심하라고 하더라구... 안산을 떠나서 서울쪽으로 이동한거 같다고 경찰에서도 난리더라구”
“에이 뭐 연쇄 살인마를 만날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되겠어요?”
“어허! 모르는 소리 여자들은 항상 조십해야돼”
“만나면 거기나 발로 빵 차주죠 뭐! 혹시 알아요 막상 실제로 보면 형편없는 얼뜨기일지?”
“크크크 그러고 보면 자기는 참 겂이 없어!”
“얼뜨기 같은 오빠랑 살다보니까 그렇게 되더라구요 아시죠? 아직도 백수로 놀고 있는 저희 오빠... 오빠 덕분에 저는 세상 남자들이 다 우습게 보이더라구요”
“크크크 소유씨 오빠도 빨리 취직해야 할텐데... 참 남자친구랑은 잘 돼가?”
“그럼요~ 재석씨 소개시켜준 친구가 그러는데 인터넷으로 반지를 알아보더래요”
“반지? 어쩜!! 그럼 설마 프로포즈?”
“히히히 네에 그런가봐요!”
“어떻게해 너무 좋겠다!”
“안그래도 오늘 집으로 초대 받았어요”
“와!! 역시 미국식인가? 집으로 초대해서 우아한 식사 후에 반지... 와우!! 좋겠다 소유씨!”
“자세한 사항은 내일 보고하겠습니다. 김대리언니~ 그럼 저 먼저 갈께요 화장도 고치고 옷도 좀 갈아입고 가려구요”
“그래 어서가! 소유 파이팅!”
 
집으로 가는 도중 소유는 전철안에서 인터넷 뉴스를 검색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언론사나 안산 연쇄 살인마를 크게 다루고 있었다.
 
[벌서 3개월째 살인행각을 저지르고 있는 안산 쇠망치 연쇄 살인마 아직도 오리무중]
[흐릿한 CCTV 영상에 근거하여 추적중이나 경찰 아직도 용의자 못 찾아]
[추가 시신 발견 총 17건의 살인행각 저지를 역대 최악의 연쇄 살인사건]
[안산에 이어 서울까지 범행 장소 확대한 연쇄 살인마 과연 경찰의 대책은 무엇인가]
[죽음의 쇠망치 언제까지 죄없는 피해자 양산할까? 경기남부 공포에 떨어]
 
벌써 두달넘게 같은 뉴스가 메인인지라 소유는 검색창을 열어 ‘남자를 유혹하는 기술’ 과 같은 오늘밤을 위한 내용을 검색해 본다.
 
평소보다는 다소 짙은 화장과 도발적인 옷차림... 과연 소유가 맞나 싶을 정도로 화려하게 치장을 한 채 소유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47층...
강남에서도 가장 비싸다는 주상복합 아파트! 그중에서도 최고가인 팬트하우스를 향해 엘리베이터가 서둘러 올라간다. 소유는 자신의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소유씨... 오느라 힘들었죠?”
 
조각같은 외모는 아니지만 매너있는 모습, 큰 키... 소유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재석이었다. 만난지 3개월 밖에 안됐지만 재석에게는 소유를 끌어당기는 어떤 미묘한 매력이 있었다.
 
“소유씨 레드 와인 괜찮죠?”
“저는 와인은 레드와인만 마셔요”
“왜죠?”
“붉은 색이 강렬하잖아요?”
“저랑 취향이 같으시네요 하하하 그거 알죠? 사람들은 은연중 자신과 닮은 사람에게 끌리게 되어 있다는거...”
“우리 닮은데가 있었나요? 히~ 사실 남자 집에 초대받은건 처음이라 조금 두근거려요. 나 이거 마시고 취하는건 아니겠죠?”
“조금 취하면 어때요? 참 소유씨는 제 어떤면이 좋아요?”
“글쎄요... 깊이 생각해 본적은 없는데... 뭐랄까? 그냥 단순한 엘리트 같지만 뭔가 비밀에 싸인듯한 알 수 없는 매력이 있달까?”
“알아차렸군요... 나 은근히 위험한 남잔데 뱅!!”
 
재석이 마치 총을 쏘듯 손가락으로 소유의 관자놀이를 겨눈다. 하지만 소유는 그런 재석의 모습이 귀여운 듯 그의 어깨쪽으로 다가가 안겼다.
 
“이런 나 너무 적극적인가요?”
“아니... 나 미국에서 오래 살았던거 알죠? 한국 온지 6개월도 안됐어요 소유씨 스타일 미국식이라 나 더 편해요”
 
 
재석의 입술이 탐욕스럽게 소유의 입술을 덥치고 탐해간다.
그 순간 재석의 핸드폰이 울린다.
 
“받지 말아요...”
“아 쏘리~ 비즈니스적으로 중요한 전화가 올수도 있어서...”
 
 
!재석은 소유에게 사과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로 간다. 소유는 자뭇 기분이 상한 표정으로 재석이 따라준 레드와인을 연거푸 들이켰다.
 
“오 이런... 이걸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누군데요?”
“당신 브라더... 그... 오빠라는 사람 전화예요”
“아니 그 얼뜨기같은 작자가 재석씨에게 왜 전화를...”
“사실 말 안했지만 지난주부터 계속 전화가 와요 당신과 헤어지라고 하더군요”
“뭐요? 어휴... 등신같은 백수자식 내 핸드폰을 몰래 보고 당신 전화번호를 알았나봐요! 신경 쓰지말아요 내가 혹시 당신과 결혼이라도 하면 더 이상 나한테 얹혀 살 수 없을꺼 같아서 이젠 아주 발악이네요”
“소유씨 오빠 직업이 얼뜨기? 얼뜨기가 뭐죠?”
“so stoopid 오케이? 미안요 아직 그런 단어는 서툴죠?”
“아... 그게 그런뜻이군요 쏘리... 나 아직 공부 더 해야 해요”
 
재석이 소유를 바라보며 웃어보인다. 소유 역시 그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스스로 매우 위험한 남자라더니 이럴때는 또 유순하네요?”
“노~ 나 굉장히 위험한 남자예요 소유씨는 아마 잘 모르겠지만”
“이 여자 저 여자 울리고 다니는 나쁜 남자?”
“아니 소유씨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위험한 남자 그게 나예요”
“크크크 피~사실은 좋은 대학 나오고 공부만 한 샌님이면서!”
“혹시 알아요? 내가 겉으론 유망한 회사원 같이 하고 다니지만 실제론 요즘 뉴스에 나오는 연쇄 살인마 일지도”
 
재석이 억지로 무서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손끝으로 자신의 목을 뎅겅 자르는 시늉을 한다.
하지만 그 모습이 더 귀여워 보인다는 듯 소유는 함박 웃을 지으며 말했다.
 
“에이! 재석씨가 연쇄 살인범? 장담하는데 재석씨는 피만봐도 까무라칠껄요? 내가 조금 아는데 그런 부류의 인간들은 따로 있다구요”
“음? 잘 모르네 내 7살때부터의 꿈이 연쇄살인마인데!”
“어머 이 남자 농담도 잘하네 근데 어떡하죠? 난 미국식 조크는 아직 적응이 안되는데? 그런거 말고 무서운 얘기 한번 해봐요! 그럼 내가 조금 믿어줄테니까”
 
소유가 재석의 곁에서 살짝 떡어져 소파위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그러자 재석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앉은 소유의 등뒤로 돌아가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주무르며 이야기했다.
 
“빠드득 하는 소리... 이건 무슨 소릴까요?”
“글쎄요? 과자 부스러기 소리?”
“틀렸어요 망치로 쳤을 때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
“두... 두개골이요?”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감탄했던게 뭐였는지 알아요?”
“글쎄요?”
“음... 욕실 바닥이 미국과 달리 카페트가 아닌 타일로 되어 있다는 점이요... 누굴 죽인후에 몰래 카페트를 태우러갈 필요가 없거든요? 그냥 물만 뿌리면 it'so Okay!"
"재밌네요... 어디 인터넷에서 조금 과격한 미국식 조크 좀 봤나봐요? 4chan? 아님 일본에 2CH발 개그인가? 나 이래뵈도 웃대 오유 DC 두루 섭렵한 여자예요. 이종격투기 까페 정회원을 우습게 보면 안되요!“
“소유씨는 참 매력이 있어요... 툭 부러뜨리고 싶은 얇고 긴 쇄골... 탐스러운 복사뼈...”
“왜... 왜이래요...무... 무섭게...”
 
소유는 자신의 어깨를 주므르던 재석의 손아귀에 강한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후후훗 놀랐죠? 장난이예요... 인터넷 조크... 좀 익사이팅 했나요?”
 
재석이 웃으며 소유의 오른쪽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소유는 그제서야 그의 짓꿎은 장난에 항의라도 하듯 그의 가슴팍을 툭 치며 말했다.
 
“에이~ 심장이 얼마나 두근거렸는데요”
“장난쳐서 미안해요... 참 그리고 나 부탁이 있어요...”
“뭔데요?”
“지금 갑자기 와인이 떨어졌는데 아무거라도 좋으니 한병 사다줄 수 있어요?”
“와인이요?”
“네 와인이 너무 마시고 싶네요.. 그리고 소유씨가 잠깐 와인을 사러간 틈에 소유씨를 위해 내가 준비할 것도 있고...”
 
문득 소유에게 그의 소파 끄트머리에 가지런히 놓여진 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작은 초들이 들어 있는 박스였다. 소유는 그가 로맨틱한 고백을 하기 위해 뭔가 서프라이즈한 장치를 준비했으리라 믿고 그를 향해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곧 프로포즈를 받을꺼 같다는 생각에 47층에서 1층으로 가는 고속 엘리베이터가 느리게만 느껴지는 소유였다.
소유는 재석의 주상복합 아파트 지하에 위치한 마트에 들러 최고로 비싼 레드와인을 골라 들고 다시금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었다.
지하 마트에서 1층 로비까지는 공용 엘리베이터를 타지만, 1층에서부터 주거지역인 20층 이상은 주거민 전용 엘리베이터가 별도로 있었다. 하지만 그 주거지역중에서도 가장 비싼 팬트하우스는 주거지역과 별도의 펜트하우스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이 정도면 재석씨가 이벤트를 준비하는데 있어 충분하겠지?”
 
충분히 시간을 소진했다고 생각한 소유는 재석이 기다리고 있을 47층버튼을 누르고 빠르게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기대 밖의 풍경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약간 신경을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치지지직”
 
소유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엘리베이터 천장의 CCTV에서 뭔가가 과열된 듯 타는듯한 냄새와 함께 작은 연기가 보였다. 하지만 화재로 번질만한 것은 아닌지 이내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약간의 냄새만 남긴채 큰 변화는 없어보였다.
소유는 올라가자마자 재석에게 엘리베이터가 약간 이상이 있음을 말하리라 생각하며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는 순간 펼쳐질 로맨틱한 장면을 상상했다.
 
이윽고 문이 열리자 소유의 눈앞에 수십개의 작은 촛불들이 들어왔다.
 
“어쩜...”
 
작은 촛불들의 끝에는 붉은 장미 한다발과 함께 재석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평생 나와 함께 있어주겠어?”
“재석씨... 좋아요...”
 
소유는 천천히 작은 촛불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거실 한가운데에 서 있는 재석에게로 다가갔다. 재석은 한손엔 꽃다발을 들고 다른 한 손은 등뒤로 감춘채 웃으며 소유를 맞이했다.
소유는 재석의 등뒤에 감쳐진 손에 분명히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을꺼라는 상상을 하며 그에게 말했다.
 
“영원히 재석씨와 함께 할께요...”
“그래... 너와 나 따로가 아닌 온전한 하나로써 함께하고 싶어...”
“재석씨...”
 
소유의 말에 재석은 등뒤에 감춰둔 다른 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이건...”
 
하지만 재석의 손에 들린 것은 거창한 프로포즈용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닌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쇠망치였다.
 
“놀랐지?”
“이... 이게 무슨...”
“흐흐흐 온전한 하나가 되어야지... 결혼? 하루에도 수십쌍이 이혼하고 또 헤어져... 그런방식은 온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야... 내 기준에서의 온전한 하나란 신체적으로 완전한 동질감을 가지는거야”
 
소유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알수 없는 불안감이 소유의 전신음 엄습해왔다.
 
“재석씨 장난치지 말아요”
“장난? 엘리베이터 타고 오다가 이상한거 못 느꼈어?”
“아... 그 CCTV고장난거...”
“그래... 미리 장치를 해둬서 네가 타고 올라오기 전에 고장나게 손써놨지... 아마 이제 아무리 CCTV 촬영 화면을 돌려봐도 네가 나가는것만 찍혀있고 다시 올라오는 모습은 없을 거야 난 너와 다투고 네가 술에 취해서 나갔다고만 말하면 그 뿐이지...”
“무... 무슨 소리하는거예요...”
“이제 온전한 하나가 되자 소유!!! 널 소유하겠어!!!”
“꺄아아아악!!!!”
 
재석의 손에 들린 큼직한 쇠망치가 순식간에 소유의 정수리를 강타했다. 소유의 정수리에선 연신 피가 쏟아지고 재석은 그 피를 뒤짚어 쓴 채 기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에 이 쇄골... 전부터 부러뜨리고 싶었어!!”
 
재석은 그 자리에 털석 쓰러진 소유의 쇄골을 향해 다시 한번 쇠망치를 휘둘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소유의 쇄골부위가 움푹 패였고, 소유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서서히 다가올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잠시후 재석은 아직도 꿈틀거리는 소유의 몸을 화장실로 옮겨놓고, 소유의 피가 묻은 옷가지를 벗어 세탁기에 넣었다. 어느샌가 재석의 손에는 작은 톱이 들려있었고, 그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죽어가는 소유의 몸뚱이가 나뒹굴고 있는 욕실로 향했다.
 
“널 위해서 일주일전에 새 냉장고를 샀어... 그 곳에 널 만나기전에 사랑했던 수지와 짧은 만남이었지만 불같이 뜨거웠던 지현이가 있으니까 친하게 지내야돼 알았지?”
 
재석의 얼굴 가득 환희로 가득찬 표정을 지은채 톱을 소유의 허벅지위에 가져다 댔다.
하지만 소유는 극심한 쇼크 덕분인지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이 부분이 상당히 맛있는 부위야... 스테이크를 하든 뭘 하든... 흐흐흐흐”
 
그때였다.
 
‘띵동띵동’
 
벨소리가 들렸다. 팬트하우스의 특성상 전용 엘리베이터 1층에서 별도의 카드키가 없을 경우 벨을 눌러 호출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석은 슬쩍 고개를 들어 화면을 응시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이목구비가 소유와 유사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바로 소유의 오빠 명진이었다. 재석 역시 그가 소유의 오빠라는 사실을 금새 깨닫고 잠시 고민을 하다가 톱을 놓은 후 수화기를 들었다.
 
“누구시죠?”
“나 소유 오빠 장명진이라고 하는데! 엘리베이터 문 열어!”
“소유씨는 저하고 싸운뒤 먼저 가버렸는데요?”
“흐흐흐흐 씨1발 지금 내가 니 개소리를 믿으란 말이야?”
“초면에 너무 실례 아닌가요”
“어설픈 발음으로 참 애쓴다. 개소리말고 어서 열어 올라가서 확인해야 겠어!”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경비원을 부르겠어요”
“어허! 그럼 난 경찰을 한번 불러볼까? 위에 몹시 수상한 놈이 있다고 말야!”
 
재석은 잠시 주위를 둘러봤다. 아직 채 치우지 못한 소유의 피가 묻은 카페트며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경비원으로 잠시 소유의 오빠인 명진을 제지한다하더라도 자칫 그의 말대로 경찰이 찾아온다면 그 시간안에 저 흔적들을 모두 치울 자신은 없었다.
 
“그럼 잠깐 들어오시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소유씨는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나와 그녀는 이제 연인이 아니예요 헤어졌습니다.”
“어허 잘도 그러셨겠지! 그건 내가 올라가서 판단할테니까 너는 문이나 열어 이 양키 호랑말코 같은 새끼야!”
 
재석은 명진의 계속된 욕지거리에 다소 화가 났는지 바닥의 쇠망치를 잠깐 쳐다보다가 이내 엘리베이터 출입구의 문을 여는 버튼을 눌렀다.
 
“덜컹...”
 
얼마 지나지않아 펜트하우스의 문이 열렸다. 실내는 여전히 어두웠으며 채 꺼지지 않은 다수의 초들만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내 동생 어딨어?”
“소유씨는 갔다가 말씀 드렸을텐데요?”
“한국말 잘하네... 이 씨1발새끼!”
“이제 봤으면 돌아가 주시죠”
“아니 안돼겠는데? 내가 좀 천천히 둘러봐야겠어? 당신 아무래도 수상한 냄새가 나거든?”
“그러시던가요...”
 
명진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천천히 소유가 그랬던것처럼 촛불로 만든 통로를 지나 거실로 걸어왔다.
 
“이 비릿한 냄새...”
“흐흐흐흐 무슨 냄새가 납니까?”
“이 붉은 카페트 얼룩... 너 설마!!!”
“흐흐흐흐 그냥 돌아가라고 할 때 돌아갔으면 좋았을걸... 소유씨가 외롭진 않겠네요”
“이런... 씨1발새끼!!! 내 밥줄을!!!”
 
재석이 어느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쇠망치를 높게 치켜들었다.
 
“굳바이!”
 
카페트를 보고 있던 재석이 채 몸을 피하기도 전에 재석의 쇠망치가 명진의 어깨를 강타한다.
 
“크윽...”
“아쉽네요 한방에 보내버리고 싶었는데... 망치는 역시 어렵군요 하지만 이건 어떨까요? 아주 잘 드는 칼이 있거든요?”
 
재석은 들고 있던 쇠망치를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이내 품안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한눈에 보아도 날이 잘 선 것이 몹시 위험해 보였다.
명진은 어깨뼈가 부서졌는지 왼쪽팔을 들지 못한채 신음했다.
 
“개... 개1새끼...”
“흐흐흐흐 걱정마세요 전 남자는 먹지 않아요... 소유씨만으로도 한동안 충분하거든요? 당신은 이 나이프로 조금씩 잘라서 변기에 버려드리죠... 어때요? 아주 먼 여행을 떠나게 될꺼예요 변기를 통해 하수구로 하천으로 그리고 먼 바다까지 나가겠죠 물론 물고기들이 먹어치우거나 어딘가에 걸려서 썩어가지 않는다면요 흐흐흐흐”
 
재석의 웃음소리가 음산한 팬트하우스 안을 가득 채웠다.
 
“자 그럼 아디오스~”
 
마지막 말과 함께 재석의 손에 들린 칼이 명진의 배를 향해 날아갔다.
아직 소유의 피가 채 마르기도 전에 그 위로 명진의 피가 뚝뚝 떨어졌다.
 
“씨이~1발 진짜 아프네...으으... 넌 실수했어... 내... 내가 누군지 몰랐으니까!!”
 
순간 재석의 두 눈에 당혹감이 서렸다.
재석이 찌른 칼이 명진의 복부가 아닌 명진의 팔둑을 찔렀고, 지금쯤 공포에 떨어야 할 명진의 오른손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쇠망치가 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새끼야 니 놈 망치는 너무 커... 그래서야 금방 걸려버리거든... 외국물 먹었다더니 무조건 크면 다 좋은건줄 알았나보지? 잘봐 딱 이 정도 사이즈야... 손에 잘 잡히고 그립감이 좋지... 끝부분은 좀 뾰족하고... 정확히 골통을 찍어버리면 뽀드득 하는 예쁜 소리가 난다니까?”
 
재석은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깨닳음은 이미 너무 늦었다는 것 역시 곧 깨닳았다. 명진의 손에 들린 작은 쇠망치가 순식간에 재석의 관자놀이를 향해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크으으으윽!!!”
 
“흐흐흐흐 제대로 맞았네... 정신 못차리겠지? 아마 멍할 거야... 크크크 내가 얼마전부터 어떤 놈인지 궁금하긴했어... 나는 안산바닥을 떠난적이 없었거든? 이 씨!이발새끼야?”
 
명진의 손에 들린 쇠망치가 이번엔 재석의 정수리를 내리찍었다. 그러자 재석이 마치 썩은 고목나무처럼 카페트위로 완전히 나자빠졌다.
명진은 걸음을 옮겨 재석이 아까 던져놓은 쇠망치를 집어 들었다.
 
“이게 얼마나 재밌는 놀인데... 이렇게 무식하고 큰 걸로 단번에 끝내나 응? 자고로 게임이란 말야 강력한 캐릭터가 나와서 한번에 끝내버리면 재미가 없어요.. 천천히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어야지... 살려주세요 하면서 애원하는것도 듣고 말야... 크크크 처음엔 똑같이 쇠망치를 쓰길래 나에 대한 오마쥬인가? 하면서 와 사람죽이는것도 하다보니까 팬이 생기네 하면서 기분이 좋았는데... 뭐랄까? 넌 너무 조잡해... 이게 왜 재미있는지도 모른채 그저 따라하기만 하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구 알겠어? 사실 그래서 와! 이거 안되겠구나 이 밥맛없는 놈 내가 찾아서 진짜란 이런거구나! 진짜 재미란 뭔지 알려주고 가르쳐 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기회가 빨리 찾아오네... 흐흐흐”
 
“으으으... 으으으 너...”
 
정수리를 얻어맞았음에도 아직 정신을 잃지 않았는지 재석이 바닥에 엎어져 신음하고 있었다. 명진은 아직도 재석이 찌른 칼이 박혀 있는 팔뚝을 흔들어대며, 망치를 들고 재석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파... 너무 아파... 근데 이상하지? 난 병1신인가봐 사실 별로 화도 안나고 그렇게 많이 아프지도 않아... 어려서부터 그랬어... 동생이 똘아이 취급했지... 그래서그런지 말야? 남이 아픈것도 이해 못하겠더라구! ”
“우우욱”
 
명진이 재석을 향해 발길질을 해댔다.
 
“딱히 내가 내 동생을 어여삐 여기고 그런건 아닌데... 알지? 고상한 취미생활 하면서 살려면 아무래도 밥 먹여주는 호구는 하나 있어야 해서 말이야! 마음 같아서는 같은 취미 가진 사람들끼리 정보교류도 하고 취미생활도 같이했음 하고 바리긴했는데 어쩌겠어 만나자 마자 이별인걸... 내 밥줄 어딨어? 응?”
“으으윽... 화... 화장....실...”
“에휴... 내가 그렇게 놈팽이들 만나지 말라고 했구만 오빠를 뭐 얼뜨기 취급이나 하더니만 기껏 한다는게 얻어맞고 피떡이 돼서 화장실에 누워있어? 한심한 년 어휴...”
 
명진은 천천히 현관 옆에 있는 화장실로 걸어가 문을 열어본다. 그리곤 이내 자신의 동생인 소유가 정신을 잃고 그곳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는 침을 뱉으며 말했다.
 
“거봐 거봐... 내 말 안듣더니 꼴 좋다. 덕분에 앞으로 결혼한다고 설칠일은 없겠구만... 고마워 형씨... 참 그리고 저 톱 형씨꺼야? 야~~ 역시 어메리칸 스타일은 다르네... 달라 난 버리기 애매한건 염산 같은걸 사다가 녹여버리거나 조금씩 잘라버리는데 형씨는 미식가였네? 크크크크 하긴 내가 할줄아는게 라면끓이는 거 밖에 없어서 그런거지 고기 좋아했으면 아마 우리 둘 꽤나 잘 통했을 거야 안그래?”
 
명진은 웃으며 들고 있던 작은 쇠망치를 바닥에 던져둔 채 소유의 상태를 확인한다. 미약하나마 숨은 붙어있었다. 과다출혈과 쇼크로 인해 정신을 잃었을 뿐이었다. 비록 쇄골뼈는 망가지고 정수리 역시 움푹 패여 있었지만 다행히 목숨에는 큰 지장이 없어 보였다.
 
“이거봐 이거봐 끽해야 두방밖에 못 쳤잖아 이래서야 스트레스가 풀려? 취직도 안돼 또라이라고 사람들이 무시해... 흐흐흐 이럼 이럼 성이 안차지 안그래?”
 
그때였다.
 
‘띵동띵동’
 
누군가가 명진이 그랬던것처럼 펜트하우스 1층의 엘리베이터 앞 초인종을 눌러대고 있었다. 작은 LCD창을 통해 보았지만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바로 경찰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쉽게 분간할 수 있었다.
 
“빨리도 오셨네 대한민국 짭새들.. 이게 문제야 저런 기동력을 나나 당신같은 사람을 어떻게 잡겠어? 툭툭툭 몇 대 치면 우리는 벌써 끝나버리잖아 크크크 요즘 교통이 얼마나 좋아 자기차 끌고 댕기는 미련한 놈들이나 고속도로 카메라나 그런데 걸려서 잡히는거지 대중교통 이용하면 환경도 아끼고 잡을수도 없어 난 현금만 내도 타거든 카드도 안찍고 크크크 자 그럼 이게 무슨말이냐 하면... 형씨는 이제 가야할 때가 왔다는거지... 내가 저거 눌러놨으니까 저놈들 아마 금방 올라올 거야~ 형씨 덕분에 칼침도 맞았겠다 난 그냥 피해자 코스프레나 하면 그만이잖아 그치? 흐흐흐흐 자 그럼 엇!!!”
 
그 순간 이번엔 명진의 두 눈에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을 줄 알았던 재석이 어느새 명진이 던져 놓은 쇠망치를 주워들고 재석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퍽!! 혼자는 못 죽지 머더퍽킹”
 
“탕!탕!탕!!탕!!!!!!”
 
급박한 기류가 맴돌던 팬트하우스안을 가득 채운 것은 몇 발의 총성 소리였다.
붉게 물든 카페트는 더 붉게 물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주상복합 아파트는 일부 구간이 통제된채 수많은 취재진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뤘다.
 
 
[용감한 시민 연쇄 살인마 무찔러]
[연쇄살인마로부터 여동생을 구한 용감한 시민!]
[신고 받은 경찰의 발빠른 대처가 추가 피해 막아!]
[몰락한 이민2세의 꿈 연쇄 살인으로 붉게 물들어]
[피해자 상흔과 연쇄 살인마가 쓴 흉기 동일해! 시민들 공포감에서 해방]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여성들을 유혹한 후 연쇄 살인한 희대의 살인마 검거]
 
 
20년 전...
 
안산의 어느 변두리 쪽방촌...
한 여자아이가 2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한 남자에게 붙잡힌 채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여드름이 얼기설기난 사내는 제 막내 동생뻘도 안되는 소녀를 으슥한 풀가로 데려가더니 이내 소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이러지 마요... 네?”
“씨!발 가만히 있어! 응? 그러다 너 뒤지게 맞는다!!”
 
소녀의 적극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초등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소녀의 힘으로 제지하기엔 사내의 덩치가 너무 컸다. 소녀가 조금만 더 나이를 먹었더라면 되려 그가 원하는 바를 빨리 이뤄냈으련만 소녀는 너무 어렸다.
 
“이런 썅!년 가만이 있으래두!!!”
 
자신이 원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사내는 소녀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고, 소녀는 하반신이 모두 벗겨진 채로 입에 거품을 물었다. 아마 조금만 더 목을 조르고 있으면 소녀는 곧 질식사 할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소녀의 목을 조르던 사내가 가녀린 소녀의 몸뚱이 위로 쓰러졌다.
 
“퍽!!!”
 
“아 진짜... 내가 내 숙제 좀 하고 있으라고 했더니 안하고 놀러나가드만 이럴 줄 알았어!”
쓰러진 사내 뒤에는 소녀의 오빠로 보이는 한 소년이 서 있었고 소년의 손에는 작은 쇠망치가 들려 있었다.
 
“야 정신 차리고 빨리 가서 내 숙제 해 숙제!!”
 
소년은 정신을 잃은 소녀의 고통따위는 별 관심없다는 듯 연신 숙제 이야기만을 하며 소녀를 흔들어댄다.
 
“씨!발 내가 내 숙제 좀 해놓으라고 시켰는데 왜 사라졌나 했더니 니 놈 새끼가 끌고 갔구나! 개1새끼!!!”
 
소년은 쇠망치에 얻어맞은 충격으로 기절해 있는 사내의 뒤통수를 연신 다시 내려쳤다.
몇 대를 더 내리쳤을까? 더 이상 사내는 꿈틀거리지조차 않았다.
그리고 얼마 안돼 소녀가 깨어났다.
 
 
“오... 오빠...”
“내가 숙제하라고 했더니 왜 여기와 있어!”
“아 저 아저씨가 날 막... 흑흑”
“시끄럽고 빨리가서 내 숙제나 좀 해”
“나 다리 다쳤어... 못 걸어가!! 오빠가 업어줘”
“아 진짜 귀찮게!!! 대신 내 숙제 다 하기전까지 어디 나갈생각 마”
“알았어...”
 
소년은 동생을 업고 외진 풀숲을 빠져나간다.
소녀는 알 수 없는 든든함을 느끼며 오빠를 향해 말했다.
 
“오빠! 고마워... 나 나중에 꼭 오빠같은 사람이랑 만나서 결혼할 거야”
“나 같은 사람? 시끄럽고 고마우면 평생 결혼하지말고 나 먹여살릴 생각이나 해”
 "그럼 오빠같은 사람인데 거기에 돈도 많은 부자랑 결혼하면 되지 뭐"
 "시끄럽고 내 숙제나 잘해... 니가 대신한거 티 안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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