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호가 트위터에 남긴 말 때문에 큰 논란이 있었네요
지금은 다행히도 논란이 사그라들고 홍진호의 발언이 문제가 없다고 마무리
되어, 홍진호의 팬으로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제가 이미 끝난 일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다시 불을 붙이자는게 아니라 ㅠㅠ
홍진호가 겪었던 이번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분석해보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을 통해 앞으로 이러한 일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것입니다
우선 제가 문제를 제기할 부분은 홍진호의 민주화 발언입니다
(뭐 씁쓸찌릉찌릉하다 이게 일베용어냐 아니냐, 홍진호가 일베를 하냐 마냐 이런 건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찌릉찌릉이 논란이 되는 와중에
많은 분들께서 과거 민주화 발언을 언급하시면서
‘일베한다는 증거’ 혹은 ‘일베를 하진 않더라도 민주화를 그런 식으로 사용하는건
무식한 것 아니냐, 잘못된 것 아니냐‘라는 주장을 하시기 때문에 반론을 하고자
글을 씁니다
우선 홍진호의 민주화 발언은 케이블방송에서 생방송 중 발언되었습니다
방송에서 정확히 나온 것은
홍진호 : 형 탑 있는데 민주화, 민주화. 끝났어, 끝났어.
캐리 : 민주화란 말 쓰지마.
홍진호 : 아, 쓰면 안 돼요?
스탭 : 안 돼요, 안 돼.
홍진호 : 아, 그래요?
캐리 : 나도 쓰고 싶은데 쓰면 안된대.
홍진호 : 하하하, 알겠습니다.
입니다
이 발언 후 1년 5개월 뒤 홍진호는 민주화 발언에 관하여 사과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찌릉찌릉 사태를 겪으면서 재점화 되었구요
바로 어제 찌릉찌릉사태 때문에 인터뷰를 하게 된 홍진호가 민주화 발언에 관하여
다시 한번 사과를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사실관계입니다
그렇다면 민주화 발언에 관하여 왜 논쟁이 있는 것일까요?
이 논쟁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이번 논란의 본질은 바로 인간의 이성에 대한 과도한 신뢰에 있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ㅎㅎㅎ
인간은 대개의 경우 전혀 이성적이지 못합니다
이를 증명하는 많은 심리실험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밀그램의 전기고문 실험, 달리와 라타네의 방관자 효과,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이론 등입니다 (스키너의 심리 상자 열기 라는 책을 참조했습니다 한번 보세요 노무현 대통령 애장도서 중 한권이에요 ㅎㅎㅎ)
위의 실험들은 인간이 얼마나 비이성적인가를 보여줍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아시는 실험이겠지만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요약해드리겠습니다
밀그램의 전기고문 실험은 감독관, 고문의자에 앉은 연기자, 피실험자로 이뤄집니다
감독관은 피실험자에게 눈앞의 고문의자에 앉은 사람이 문제의 답을 틀릴 경우 점차적으로 강한 전기충격을 주라고 요구합니다
가장 강한 전기충격은 사망이 가능한 수준이며 피실험자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 65%의 피실험자가 신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끼칠 수 있는 전기충격을 가했습니다
방관자 효과는 38명의 사람들이 한 여성이 범인에게 살해되는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했음을 인지하였음에도 그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도와주지 않은 사건을 바탕으로 나타난 이론입니다 참고로 범인은 한번에 여성을 살해한 것이 아닙니다 총 세 번에 걸쳐 살해행위가 이뤄졌고 소요된 시간만 30분가량 되었으며 사건 내내 여성은 비명을 지르며 주변에 도움을 청하였으나 38명의 사람 중 단 한사람도 도움이 되는 행위(신고조차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방 안으로 연기가 계속 들어옴에도 주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자 피실험자 또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실험결과, 답이 명확한 질문 (검은색 공을 보여주며 이 공의 색깔은 무엇일까요? 와 같은 질문)임에도 주변 사람들 모두가 틀린 답을 말하자 피실험자 또한 다른 사람들을 따라 틀린 답을 말하는 실험 등이 무수히 많습니다
이러한 실험 혹은 사건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사실은, 인간은 항상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존재가 아니라 많은 경우 사회적 신호에 의해 판단을 내리는 존재라는 겁니다
사회적 신호란 타인의 반응을 의미합니다 이 타인의 반응이란 인간이 판단을 내리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많은 판단이 타인이 어떠한 행위를 하는 것을 보고 이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으로 이뤄집니다 간단히 속담으로 말하면 친구따라 강남간다 정도 되겠네요
글이 길어졌는데, 이를 홍진호 민주화 발언에 관하여 생각해보면 명확한 답이 나옵니다
홍진호가 하는 웹사이트나 게임 등에서 통용되는 민주화라는 단어는 본래적 의미를 상실한 채 변질된 의미를 갖는 단어였습니다 즉, 민주화의 본래적 의미인 민주주의를 이루고자하는 행위 혹은 상태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 아닌 상대방을 이겼다라는 의미에서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홍진호가 받아들인 의미 또한 후자의 것입니다
게임이나 웹사이트 내에서 많은 유저들은 민주화라는 단어를 변질된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홍진호에게 많은 유저들이 민주화를 저런식으로 쓴다는 것은 홍진호에게 사회적 신호로서 작용합니다
사회적 신호로서 민주화를 인식한 후에는 민주화는 사용해도 무방한 단어(이기는 상황에서 사용될 수 있는 단어)로 인식되는 겁니다
게다가 홍진호가 사용한 민주화의 의미가 완전히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 것 또한 아닙니다
민주화의 뉘앙스가 상대방을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정도의 의미에서 그치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없이 인식되었다는 거죠
물론 그럼에도 민주화의 원래 의미를 생각하면 이상하다고 느껴야 되고 따라서 변질된 민주화에 대하여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은 공을 보고 사회적 신호의 영향 때문에 파랗다고 할 정도로 인간은 이성적이지 못한 존재입니다
따라서 사회적 신호로서 이미 받아들인 민주화라는 단어를 본래적 의미를 따져묻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한 방송에서 나온 대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주위 사람들이 ‘그 말 쓰면 안돼’라고 말하자 ‘쓰면 안돼요?’라고 물은 뒤, 쓰지 않겠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그전에 누구도 민주화에 관하여 지적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즉, 민주화라는 것이 홍진호의 주변에서 매우 강력한 사회적 신호로서 작용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주위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며 그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겠죠
홍진호가 민주화의 뜻을 몰랐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가 의미를 다르게 사용하는 단어들, 예를 들면 벌레라던가 흑화한다와 같은 단어들도 대개 본래의 뜻을 알고 사용합니다(좋은 예시가 안떠오르네요 ㅠㅠ) 몰랐다면 찾아서 알게된 뒤 사용하는 것이 보통의 사람일 것입니다
홍진호도 민주화의 본래 뜻은 알고 있었을 겁니다 다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한번 사회적 신호에 의해 변질된 의미로 인식한 후이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발언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홍진호의 민주화 발언이 잘했다거나 혹은 잘못하지 않았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잘못된 어원의 단어를 사용한 것은 지양해야 할 일이고 반성하고 사과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이 발언 때문에 홍진호가 일베를 한다느니 무식하다느니 하는 말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항상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며 대개의 경우 비이성적이며 타인에 의해 전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홍진호의 발언은 실수의 범주에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특히 홍진호가 사용한 민주화의 의미가 게임의 맥락 속에서 완전히 부정적으로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해서 우리 자신들도 이성적인 판단이 아닌 사회적 신호에 의해 휘둘리지 않는지 항상 따져물어야 합니다 주위에서 그렇게 한다고 스스로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비판했던 홍진호의 행위를 똑같이 하는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지니어스 게임에서 보듯이 홍진호는 다른 사람들이 친목을 하건 잡담을 하건 다 무시하고 자기만의 방식대로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즉 사회적 신호에 비교적 휘둘리지 않는 성격이란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민주화 발언을 보면 타인의 행위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끼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