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때우기로 쓴 추리소설 한 권 분량과 기획서를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출판사 메일로 보냈었다. 내게는 시간이 얼마 없었다.
발송 일주일 만에 답장이 도착. '이거... 괜찮은데요? 만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습니다.'라고 답장이 도착했었다. 기회였다.
입는 것도 변변찮게 입고 나간 첫 미팅자리. 나오신 분은 여성분이었다. 정말로 의외라고 떠올렸다. 깐깐한 남성 편집자분일 줄 알았는데.
대학 생활도 의미 없이 보내던 내게 있어 취미로 쓰던 글이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을 줄은 몰랐었다. 솔직히 퇴고도 얼마 하지 않아서 난잡
하기 그지없는 글인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웃으면서 "원래 맞춤법 틀린 걸 찾아내서 수정하는 게 저희 일인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활짝 웃어주었다. 왠지 그 웃음에 나도 모르게 실실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스토리도 훌륭한데다가 배경에 복선 회수도 뛰어나시
니 분명 편집장님도 좋게 평가하실 거예요. 아마도 조만간 서울행 티켓, 받으실지도 모르겠어요." 라고 말했었다.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기뻐하며 소설에 대한 온갖 것들을 이야기하며 하루를 보내었고 뒤늦은 오후 집으로 귀가했다.
그리고 나는 2층에 있는 집으로 올라가기 전 우편함에서 그것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꺼내지 말았어야 할 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