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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 레전드] 위험한 호기심 - 1 -
게시물ID : humorbest_7152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18
조회수 : 6599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7/19 18:08:02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7/18 18:14:08
초등학교 때, 학교 뒷산 안쪽에는 우리만의 비밀기지가 있었다.
 
여러 개의 판자를 못을 박아 이어 세운, 제법 그럴싸한 비밀기지로
비나 눈은 피할 수 있는 한 평 반 정도의 작은 방이었다.
 
방과후엔 그곳에 모여서 과자를 먹거나, 야한 잡지를 보거나 하는 등
마치 우리들만의 집 같은 느낌이었다.
 
나랑 신, 쥰, 떠돌이 개 두 마리. 이렇게 다섯이 비밀기지의 멤버였다.
 
 
5학년 여름방학. 비밀기지에서 하룻밤 자면서 놀자고 이야기가 나왔다.
부모님들께는 ‘○○네서 잘 거야’라고 거짓말을 하고 각자 가진 돈을 모아서
과자나 불꽃놀이, 음료수 등을 샀다. 수학여행 때보다 두근거렸다.
 
 
저녁 5시쯤 학교에 모여서 뒷산으로 향했다.
한 시간 정도 산을 오르면 우리들의 비밀기지가 나온다.
기지의 주변은 해피(수컷)와 다치(수컷)의 영역이기도 해서,
가까이가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었다.
우린 두 녀석에게 “마중 나오느라 수고했어!”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우마이보-(굵직한 한 개짜리 막대과자)’를 하나씩 주었다.
 
 
기지에 도착해서 짐을 넣어두고, 아직 해가 남아있었기에
우리는 근처에 있는 호수로 가서 낚시를 즐겼다.
잡히는 건 황소개구리뿐이었지만. (참고로 잡은 개구리는 강아지들의 먹이)
 
 
그렇게 낚시를 하고 있으니 서서히 주변이 어두워졌고, 우리는 불꽃놀이를 시작했다.
우리들보다도 해피와 다치가 더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살 땐 제법 산 것 같았는데, 30분도 안돼서 불꽃놀이가 바닥이 났고,
우리는 일단 기지에 들어갔다.
어두운 시간에 기지에 있는 것은 다들 처음이라서, 전등 같은 것도 없이
달빛만 비추고 있었다.
들리는 것은 벌레 우는 소리뿐이고,
손전등 하나 달랑 켜고 어스름한 작은 공간에 셋이서 있었다.
처음에는 다 같이 과자를 먹으며 좋아하는 여자애 이야기, 선생님 흉 등을 보았지만,
대화가 끊기고 나자 사방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풍덩- (호수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라던가,
바스락- (동물…의 발자국 소리?)’ 같은 것에 우리는 무서워지기 시작했고,
“지금, 무슨 소리 나는 거 들었지?”
“곰이라도 있으면 어떡하지?”
등의 말들이 나오자 정말로 겁이 났다.
 
 
시간은 9시. 기지는 습하고 더웠으며, 모기도 있어서
도저히 잘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밤중의 산 특유의 분위기에 휩싸여, 모두 여기 온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우린 내일 아침까지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국, 기지는 너무 무덥고, 주위의 상황도 거의 보이지 않으므로(곰의 접근 등에 대한),
다 같이 산을 내려가기로 했다.
이제 안심이구나 하며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손전등으로 땅을 비추어가며, 조금 빠른 걸음으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처음 5분 정도는 해피랑 다치가 같이 내려가줘서 마음이 든든했는데
이내 기지로 되돌아갔다.
평소에 몇 번이나 다닌 길인데도, 밤이 되니 전혀 다른 공간에 있는 느낌이었다.
 
 
짐승들이 낸 30센치 정도 폭의 길을, 미끄러지지 않게 묵묵히 조심스레 걸었다.
 
 
그 때, 신이 뒤에서 내 어깨를 잡고 ‘누군가 있어!’ 라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우린 재빨리 그 자리에 몸을 숙이고 손전등을 껐다.
귀를 기울이자 정말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자박…자박…
 
 
두 발로 풀 길을 걷는 소리.
소리가 나는 쪽을 유심히 살펴보며 발자국 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그러자 20~30m 떨어져있는 풀숲에 그 ‘누군가’ 가 있었다.
한 손에는 손전등을 들고, 다른 손에는 기다란 봉 같은 것을 든 채,
그 봉으로 풀숲을 헤치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우린,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그 대상이 사람이라는 점,
그리고 그가 혼자라는 점에 공포심은 옅어지고
마음은 모두 유치한 호기심들로 가득 차있었다.
내가 “저 사람 뭐지? 미행해볼까?” 하고 묻자, 신도 쥰도 만면에 띈 웃음으로
‘당연하지!’ 라는 말을 대신했다.
어렴풋이 보이는 그자의 손전등 불빛과, 풀숲을 헤치는 소리를 따라서
우리는 조심, 또 조심하며 뒤를 밟기 시작했다.
 
 
그는 그 뒤로 약 20분 정도 더 산을 오르고는 멈춰 섰다.
우리는 30m 정도 뒤에 있었기 때문에, 그자의 성별이나 모습 등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희미하게 사람 형태를 확인하는 정도였다.
멈춰 선 그는 짊어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 뭔가 뒤적이기 시작했다.
 
 
“저 놈 혼자서 뭐 하는 거야? 곤충채집이라도 하시려고?”라고 내가 중얼거리자,
신이 “좀 더 가까이 가보자.”라고 말했다.
우리들은 몸을 웅크리고, 떨어져있는 나뭇가지 등을 밟지 않기 위해
발로 땅을 스치듯 움직이며, 아주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는 히죽대며 다가갔다. 어떤 골탕을 먹여줄지를 생각하며……
그 때,
 
 
캉!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캉!
 
 
또 들렸다. 무슨 소리인지 몰라 쥰과 신을 돌아봤다.
그러자 쥰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놈이야, 저놈.”
 
 
다시 고개를 돌려 유심히 살펴보았다.
 
 
캉! 캉! 캉!
 
 
뭔가를 나무에 박고 있었다.
아니, 손은 보이지 않았지만 난 그것이 저주의 의식이라는 걸 금새 알았다.
이 산은 옛날부터 짚 인형에 얽힌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는 단지 소문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무서워져서 “그냥 가자”라고 말했지만,
신이 “저거……여자야! 잘 봐봐!”라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쥰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지 않아? 더 가까이 가서 보자”하더니
들 다 점점 더 앞으로 나아갔다.
난 내키지 않았지만, 겁쟁이 취급 받는 것도 싫었기 때문에
마지못해 뒤를 따라갔다.
 
 
그 여자에게 가까이 갈수록 ‘캉! 캉!’ 하는 소리 외에 다른 소리도 들려왔다.
여자는 무언가 ‘경’ 같은 것을 읊어대고 있는 듯 했다.
 
 
우리는 조금 옆으로 빠져서, 여자의 대각선 뒤 8m정도에서 나무에 몸을 숨겼다.
여자는 살짝 어깨에 닿는 정도의 머리에, 마른 체형이었고,
발 밑에는 메고 온 가방과 손전등을 두고,
사진(?) 같아 보이는 것에 계속해서 못을 박고 있었다.
이미 여섯 일곱 개쯤 박혀있었다.
그 때였다.
 
 
멍!!
 
 
우리는 화들짝 놀라며 돌아보았다.
거기엔 해피랑 다치가 꼬리를 흔들며 헥헥대면서,
‘뭐 하고 있어?’ 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 신이 “와!...으아아아!!......” 하는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뛰기 시작했다.
뒤돌아보니, 여자가 그야말로 귀신 같은 얼굴로, 한 손에는 쇠망치를 들고
“으아아~~앗!!!” 하는 괴성을 지르며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나도 쥰도 벌떡 일어나서 신의 뒤를 따라 달렸다.
그러나, 난 왼쪽 어깨를 뒤에서부터 잡혀, 엄청난 힘으로 끌어당겨져 넘어지고 말았다.
 
 
드러누운 내 가슴에 ‘콰-악’하는 충격이 가해졌고, 나는 토할뻔했다.
어떻게 된 건지 순간 알 수 없었지만, 여자가 쓰러진 내 가슴을 밟고 서서,
내가 여자를 올려다보는 형태가 되어있었다.
여자는 이를 악물고 보란 듯이 이를 갈며,
“읏!......크읏!!......”하고 뭐라 형용하기 힘든 소리를 내면서
내 가슴을 밟은 발로 나를 짓뭉개듯 눌러 비볐다.
아픔은 없었다. 이미 공포감에 아픔을 느낄 상태가 아니었다.
여자가 가늘게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 극도의 흥분상태인 것이겠지.
 
 
난 여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눈을 떼는 순간 쇠망치로 내리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아니, 오히려 그런 상황이었기에
여자의 얼굴을 확실히 기억한다.
나이는 40대쯤인 듯한, 살짝 갸름한 얼굴에, 눈을 부릅뜨고
아랫입술을 내밀 듯 이를 악물고 가늘게 몸을 떨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게는 그 시간이 10분? 20분? 얼마나 오래지났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여자는 나를 밟은 채로 몸을 숙였고, 얼굴이 점점 가까이 왔다.
 
 
그 때, 다치가 여자의 등에 올라탔다.
여자는 순간 당황하며, 내게서 발을 떼고 비틀거렸다.
거기에 해피도 달려와서 여자에게 엉겨 붙었다.
아마 두 녀석은 평소에 우리랑 같이 노니까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었나 보다.
나는 그 틈에 서둘러 일어나서 도망쳤다.
“빨리 와! 빨리!” 하고, 신과 쥰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손전등을 비추고 있었다. 난 불빛을 향해 달렸다.
 
 
퍼-억
 
 
뒤에서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난 돌아볼 겨를도 없이 계속해서 달렸다.
 
 
신과 쥰과 내가 산을 내려왔을 때는 12시가 넘어있었다.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여자가 쫓아올 것만 같아서
우리는 신네 집까지 뛰어서 갔다.
 
 
신의 집에 도착하고, 난 어째선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극도의 긴장에서 해방돼서였을까?
 
 
하지만……쥰은 울음을 터트렸다.

“이제 비밀기지에는 못 가게 생겼네. 그 여자가 우릴 찾고 있을지도 모르고.”
나의 말에 쥰은,
 
 
“바보야! 내일 날 밝으면 가봐야지!” 라고 소리쳤다.
내가 엥??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신이
 
 
“네가 도망칠 수 있었던 건 해피랑 다치 덕분이야.
그 여자한테 뒤에서 맞을뻔한걸, 해피가 달려들어서 대신 맞은 거라고!”
 
 
그러자 쥰도
“그 여자, 다치도……다치도…………흑……”
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중에 신에게 듣기로는, 내가 여자에게 뒤에서 맞을뻔한 순간
해피가 여자에게 달려들었고 머리를 쇠망치로 맞았다고 한다.
여자는 다시금 나를 쫓아오려 했지만, 다치가 발 밑에서 방해해서,
다치의 머리도 내리쳤다고 했다.
그리고 여자는 우리 쪽을 쳐다보더니 쫓아오지 않았고
해피와 다치를 계속해서 망치로 내리쳤다고 한다.
우리는 그 길로 도망친 것이다.
 
 
신도 날이 밝으면 산에 가자고 했다.
물론 나도 동의했다.
 
 
진정이 되질 않아 밝아질 때까지 잠들지 못하다가,
오전 내내 선잠을 자고 우리는 산으로 향했다.
 
 
2편에 계속...
 
 
 
출처 : 네이버블로그 - 드세요닷컴과 무서운이야기 -
번역 : 솔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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