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휴대폰 팔면서 진짜 이해 안 되던 것.
게시물ID : smartphone_267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avyBLUE
추천 : 2
조회수 : 3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11 12:31:08
저는 과거에 부산에서 1년, 서울에서 1년간 휴대폰 판매직에 종사했습니다. 부산에서 기본적인 소양을 기르고 서울에서 새로운 매장에 입사해서 한때는 일개 점포의 점장까지 해 봤지요.

그런데 부산에서 장사를 하다가 서울에 와서 동종업계 종사자들을 보니 정말 이해 안 되는 게 있더라고요.

서울의 휴대폰 판매자들은 고객에게 절대 본인 번호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명함에는 매장 연락처만 있고 본인 이름만 달랑 써서 고객께 드리고 말이죠. 개인 휴대폰으로 고객한테 계속 연락오는 거 짜증난다나? 부산에서 기본 소양을 닦고 온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고객 관리는 도대체 어떻게 한단 말인가요?


부산에서 얻은 노하우입니다만, 고객 연락처를 제 폰에 저장할 때

- 1301(개통연월) F240(옵지프로 모델명, 고객이 구매한 제품) 아무개(고객 성함)

이렇게 저장해 놓으면 기본적인 정보 파악도 되고, 혹시 각종 문의사항이나 클레임이 들어와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거든요. 자기가 판매한 건이니 기본적인 사항 - 요금제, 부가서비스 등 - 은 얼추 기억하고 있을 거고요.

그리고 사실 고객 입장에서도, 문의사항이 생겨서 판매자에게 연락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럴 때 그 사람이 "어... 누구시더라..." 이러는 것보다는 "아~ 그때 남자친구 분이랑 같이 오셨던 분?" 하고 반응을 해 주면, '아, 이 사람이 나를 기억하는구나' 하는 인식이 생겨서 신뢰감이 높아지게 돼 있거든요.

실제로 제가 겪은 일인데, 한번은 부사관 한 분이 저한테 휴대폰을 해 가셨어요. 한 3개월 쯤 지났을 때 저한테 클레임 - 안내 사항을 잘못 이해하심 - 을 넣으려고 연락하셨더라고요. 굉장히 공격적인 느낌으로 전화를 하셨는데, "아, 그때 간부님? 기억합니다 ㅋㅋㅋ" 하면서 진행을 했더니 고객께서도 마음이 좀 누그러지시고, 안내 사항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설명을 드려서 잘 해결했던 적이 있었어요.

이렇게 노하우를 잘 활용하면 여러 모로 편리한데, 서울에서는 다들 귀찮다, 성가시다는 이유로 절대 연락처는 안 주더군요. 사실 고객한테 연락이 오는 것도 길어야 3개월 남짓(각종 요금제, 부가서비스 유지 기간)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만 잘 응대해 드리면 되는데 말이죠.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매장에서 일하던 사람이 다른 곳으로 이직을 했는데, 예전에 그 사람한테 휴대폰을 구입한 고객이 매장으로 전화를 하시더라고요. 이런저런 약속이 제대로 안 지켜져서 화가 단단히 나셨네요? 그래서 당시 판매자한테 연락을 했더니, 그런 건 매장에 있는 사람(저)이 알아서 처리하지 왜 다른 데로 간 사람한테 그걸 얘기하냐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 듣고서는 기가 차서, 고객께 그 사람 연락처를 줘 버렸지요. 서울에서는 그런 일은 금기사항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서 저도 어지간하면 제 선에서 끝내려고 했는데, 아니 솔직히 태도가 너무 어이없잖아요;; 그 사람 나중에 저한테 전화해서 엄청 뭐라고 하는데, 제가 오히려 화를 버럭 내고 끊어 버렸어요.

이런 태도가 나타나는 건 아무래도 프로 의식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휴대폰 판매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장사다보니, '빨리 목돈 모으고 손 털자' 하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닐까요? 그러니 장기적으로 고객을 관리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이, 그저 어쩌다 들어온 고객한테 최대한 비싸게 팔아치우려는 - 소위 '눈탱이'라 부르는 - 생각만 하는 거죠. 그런 사람들 때문에 휴대폰 판매자가 소위 '폰팔이'라는 이름으로 멸시당하고, 양아치 취급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건 알 수 없잖아요? 잠시 하려고 했던 일이 평생 직장이 되는 수도 있고, 그 이전에 사회 생활을 하는 성인으로서 상대와 신뢰 관계를 쌓지 못하면 휴대폰 판매가 아니라 다른 어떤 일을 해도 성공할 수 없을 겁니다.


저는 그런 식으로 일하는 사람들밖에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분명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는 전직 업계 종사자로서, 본인이 책임감을 갖고 연락처를 확실히 밝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 보시라고 하고 싶네요.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