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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붕괴를 절실히 바라는 사람으로서
게시물ID : sisa_7155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연.
추천 : 2
조회수 : 57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4/13 21:37:35
호남의 선거결과를 가지고 어수선해지는 분위기를 이해하기 힘드네요.
있는 그대로 말해서, 이건 실망하거나 그럴 일이 아니예요. 오히려 이렇게 되어야할 수순이었죠. 왜냐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한국 정치계의 오랜 경험 때문입니다.
그 시작이 무엇이었든 이유가 무엇이었던 간에, 결과적으로 민주당계는 호남정당이었고 새누리계는 영남정당이었습니다. 하지만 호남과 영남의 인구차이는 압도적이었고, 그 결과 이 한가지 변수가 왠만한 다른 변수들은 씹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작용해서 언제나 새누리계는 과반을 깔고 들어가곤 했죠. 하지만 이걸 깰 방법도 없었던게, 차별받아왔고 지금도 차별받는 호남이 새누리를 지지하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일이었고, 영남은 영남대로 대립관계라고 생각하는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정당을 지지할리가 없었거든요. 그나마 유일한 희망이 포항-울산의 노동자벨트를 중심으로 한 좌파정당의 약진이었지만, 그것도 결국은 물 건너간 얘기고요.

그래서 전 민주당의 분당사태를 보면서 (전혀 그럴리가 없어보이긴 했지만)만약 이게 서로 시나리오를 공유하고 진행하는 거라면, 정말로 천재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호남과 영남의 지역정당에 대한 지지는 말 그대로의 지지도 있지만, 상대 지역정당에 대한 반감 또한 상당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현 상황이야말로 새누리당의 오랜 지배를 붕괴시키기 위한 수순인겁니다. 호남에 새로운 지역정당이 들어섬으로서 역으로 거대당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의 근본인, 지역주의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거죠. 설령 앞으로도 영남이 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민주당이 지역정당이 아닌 전국정당이라는 프레임을 가져가고 역으로 새누리당에게 지역정당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데 성공한다면 다음 수순이 완성되는 거예요. 그동안 남부의 지역주의 프레임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던, 수도권의 남부 지역주의에 대한 반감을 가져갈 수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국민의당은 붕괴되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한국 정치계에서 지역감정이 더 이상 중요한 화두가 될 수 없을 때까지, 또는 새누리당이 낡은 지역주의 정당이라는 프레임을 막아내는데 실패하고 수도권에서의 경쟁력을 잃을때까지 오래오래 버텨줘야하죠. 물론 이건 상당히 희망적인 전망이긴 합니다만, 단순히 희망적인 전망일 뿐이냐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당장 수도권의 상황이 이 시나리오가 단순히 허황된 망상이라고 치부할만한 것은 아니라는 걸 증명해주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껴안은 채로 새누리당을 무너뜨리겠다는 것보다는, 그 기울어진 운동장 자체를 무너뜨리고 지역주의를 확실하게 구태정치의 영역으로 몰아넣는 쪽이 훨씬 가능성이 높거든요.

물론 단순히 더민주의 지지자일 뿐이라면 이 상황에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일단 새누리당의 지배를 종식시키고 한국 정치판을 다시 짜자는 대의를 함께하는 이라면, 이 상황에 실망해서는 안되죠. 우리는 지금 오랜 시간을 돌아 드디어 가능성을 본겁니다. 탄핵사태라는 엄청난 사건 없이, 오히려 여당보다 야권이 더 잡음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붕괴되는 이 상황을 즐겨야죠.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나오는건지, 이게 뭘 의미하는 건지, 드디어 판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을 감지하고 환호해야죠.

참고로 냉정하게 말하자면, 현재 사태를 놓고 호남을 욕할 것도 없습니다. 일단 더민주부터가 이번 총선에서 호남에 크게 신경쓰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그게 큰 그림을 본건지, 단순히 무능해서 그랬던건지는 두고봐야겠지만요), 남부 지역주의가 워낙 공론화된 프레임이라서 두드러져 보이는 것뿐, 한국 자체가 그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는게 사실이거든요. 충청정당을 들고나와서 한동안 지역맹주로 군림했던 자유선진당과 자유선진당의 새누리 흡수이후 충청도 지역의 선거결과나, 언제나 다른 지역에 가려서 거론도 안되고 실제로 지역발전도 안되서 지역발전이라는 주제에 강하게 끌려갈 수 밖에 없는 강원도의 현실 등 여전히 한국 정치에서 지역주의는 중요한 문제예요. 이걸 낡은 프레임, 구태정치의 영역으로 밀어내서 더 이상 총선의 핵심 키워드가 될 수 없게 만드는게 앞으로 남은 과제일 뿐이죠.



덧1.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거지만, 지역주의에 몰두해서 국가 자체를 말아먹는게 문제인거지, 지역주의 자체가 악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예요. 실제로 낙후된 지역이라는 건 존재하고 균형발전을 요구하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죠.

덧2.
사실 진짜 울고 싶은 건 진보정당 지지자들이예요... 상황 돌아가는거 보면서 감은 잡았지만 완전 망했어...

덧3.
출구조사 비례대표 결과에서 꽤나 무시무시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기독자유당 0~2석. 다시말해서, 기독자유당이 무려 정당투표 3%를 넘길 수도 있다는 거. 이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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