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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BGM] 어머니의 사랑??
게시물ID : panic_626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으앙쥬금ㅜ
추천 : 12
조회수 : 196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1/11 14:02:56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pHHx7
 
이건 실제 제가 경험했던 얘기.
 
역시 버지니아 대학 시절. 그러고 보면, 버지니아가 좀 귀기가 서린 동네같다는 느낌. 남북전쟁때 죽은 인간들도 많았고, 현재 나쁜짓 많이 하는 펜타곤, CIA 도 근처고. 뭐 암튼,
 
본인이 다닌 대학은 한국유학생들이 많았는데, 그중에 김선태라는 후배가 있었음. 한국에서 명문대를 가정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불굴의 투지로 입학한 아주 똘똘하고 공부 잘 하는 얌전한 후배였음. 경제학을 공부하던 녀석이었는데.
 
오래전에 남편과 사별하시고 홀로 되신 어머니는 외아들 뒷바라지 한다고 한국미국을 왔다갔다 하시면서 선태하고 1 베드룸에서 같이 사셨고.
 
살아계실적 몇번 선태집에서 어머니를 뵈었는데, 미이라에 가까울 정도로 마르셨었어. 병세는 위험할 지경의 저혈압과 뭐 다른 합병증이 있으셨다고.
 
마지막으로 선태를 뒷바라지 하신다고 한국에서 오신다음에 어머니가 그렇지 않아도 몸이 골골하셨는데, 자궁암까지 발견이 된거야. 당시에는 원래 병원도 자주 가시고 하는 분이시고, 그러다보니 암 도 조기에 발견해서 방사선 치료하면 된다고 해서 우린 나으실줄 알았지. 하지만, 평소 체력이 너무 약하셔서 그런지 방사선 치료 두번째인가 받으시고 그날 밤 주무시다 사망를 하신거야.
 
선태는 어머니의 죽음을 다음 날 오후에나 알게되었지. 아침에는 어머니가 아프시니까 주무시라고 일부로 안깨우고 그냥 인사도 안하고 나왔고,
 
수업 다 듣고 오후에 집에 가서도 방에서 미동도 없는 어머니가 이상해서 들어가 보았더니 두눈과 입을 크게 뜨고벌린채로 돌아가셨다더군.
 
바로 나에게도 연락이 와서 부랴부랴 알바 하던 도중(본인은 당시 장의사에서 시체닦는 알바 하고 있었음) 위급상황이라고 보스에게 통보하고 바로 선태집에 도착했더니, 평소에 차가울 정도로 이성적이던 놈이 눈콧물을 쏟아내면서 통곡을 하고 있더군.
 
진정 시키고, 경찰, 앰뷸런스 와서 상황 대충 처리하고, 본인은 본인이 일하는 장의사에 연락해서 후반작업 잘 진행되게 사체관리 싼값에 잘 받아주고. 교회에서 장례까지 잘 치루게 도와주었지. 최종적으론 아시아나 항공을 통해 한국으로 시신을 보냈고. 이후엔 한국에 계신 어머니의 친척분들이 그쪽에서 알아서 하신다고 했지.
 
쉬프트도 맞지않고, 좀 상황도 그래서 그 어머니 시신은 내가 처리못하겠다고 사장에게 얘기했어. 친구놈 어머니 시신을 직접 닦는건 좀 그렇잖어.
 
어머니는 그렇게 돌아가셨고.
 
 
항상 열심히 하는 선태는 충격을 잘 이겨내는듯 했어. 조만간에 어머니가 이렇게 될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말도 하고. 
 
수업도 빠지지 않고 잘 나왔고. 어머니 사후에는 평소 별로 없던 말이 더욱 줄었더군. 
 
점심시간에는 시간 맞는 놈들은 카페테리아에서 만나 이빨까고 하는데, 유독 선태는 안보이고.
 
뭐 그려러니 했고. 성격이 뭐 사교적인 놈은 아니었으니까.
 
친한놈이 별로 없었지. 
 
나도 뭐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는데, 뭔 일 생기고 궁금한것 있으면 이상하게 일순위로 그놈이 나를 찾았을 뿐이야.
 
 
그렇게 또 일상으로의 나날들이 몇주가 지났는데,
 
 
 
 
어느날,
 
선태에게서 연락이 왔어. 목소리가 완전 미쳐있더만.
 
나하고 범이(대학1년 후배 당시 가장 친했던 동생) 차를 같이 수리하고 있었는데 또 부랴부랴 택시 잡아서 선태 집으로 갔지.
 
이놈이 어머니 돌아가실때 보여주었던 눈콧물 통곡을 또 하고 있는거야. 시간도 몇주가 흘렀는데.
 
뭐냐 왜 그냐. 고만 해라....궁금하면서도 좀 짜증이 나더군.
 
나보다 좀 더 친절한 범이가 다독이면서 뭔일이냐 차분히 물어보니,
 
어제밤에 어머니가 전화 응답기에 메세지를 남기셨다고.
 
돌아가신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 말이야.
 
 
범이와 나는 상황판단이 안돼서 조까라고 하고 낄낄 거리고 그랬던것 같다. 그때 선태가 우릴 노려보는데 눈에 살기가 있더군. 좀 미쳐있는것 같더군. 상황이 좀 심각하다 판단,
 
어딨냐 응답기.
 
응답기는 파나소닉에서 나온 전화/응답기 콤보인데 뭐 어디서든 볼수있는 싸구려 전화기.
 
응답기를 키면 '어쩌고 남긴 메세지 나오고, 바로 뒤에는 2010년 10월 12일 오후 2시 46분에 들어온 메세지 입니다' 이렇게 자세하게 전화 온 시간이 나오는.
 
메세지가 여러개 있었는데, 광고메세지 몇개, 친구들한테서 온거 몇개 등등 그렇게 죽 지나가고 마지막 메세지였는데 그게 어머니의 메세지라고 선태가 그러더만.
 
뭐야...
 
들어봐야지 뭐.
 
일단, 치익- 하는 잡음이 계속 들리는데 그 소리는 뭐랄까, 수신이 안되는 티비방송에서 나오는 그런 소리? 암튼 비슷한 치-하는 소음이 계속 되고, 여러번 반복해서 정말 귀를 귀울이고 들으면 뒤에서 서너명이 조곤조곤 얘기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어. 남녀인지도 모르겠고, 알아듣지는 못하겠고. 그러다가, 칙- 소리가 계속 나는 와중에 어머니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난 어머니의 목소리가 잘 기억이 안나서 이게 어머니인지 아닌지는 몰겠는데, 선태는 어머니 목소리가 분명히 맞다는거야. 아들이 맞다는데 뭐라하냐.
 
"선태야...엄만데, 엄마보러 왜 안오니..." 이런 메세지가.
 
그리고, 계속되는 칙- 소리. 전체 시간이 약 3분 정도 되는 긴 메세지 였는데, 전화는 끊어진것이 아니고 기계구성을 메세지를 남길수 있는 최대한도를 3분에 맞춰서 잘려진거지.
 
좀 기분이 오싹하더군. 더군다나 당시 나는 말한대로 시체닦는 일을 하기때문에 이런 일은 좀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었지.
 
범이와 나는 으스스해서 분위기가 상당히 싸늘했는데, 선태는 무서워하기보단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더욱 슬퍼하더군.
 
아날로그 방식의 응답기라면 안에 작은 카셋 테잎이 있었을텐데, 이건 디지탈이라서 영구저장이 안되는거더만. 담배 몇까지 연발로 때우고, 셋이서 그 메세지를 수십번 연달아 들어봤어. 뭔가 단서가 있지 않을까, 뭔가 착각이 아닐까. 혹시, 한국에서 온 친척분의 전화 아닐까, 기계의 오작동으로 어머니가 예전에 남겨놓은거 아니냐...수많은 추측. 디지탈 방식은 알다시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메세지를 다시 녹음하긴 불가능하지. 그게 이상하다는거야. 메세지 남겨진 시간이.
 
암튼, 치-하는 잡음이 너무 커서 뒤에서 얘기하는 소리는 당췌 알아먹을 수가 없고, 어머니의 목소리만 알아듣겠더라고.
 
이게 굳이 이런 상황이 아니라 해도 굉장히 기분나쁜 메세지인거야. 잡음배경에 사람의 알아들을수 없는 대화소리, 그 위에 죽었다는 사람의 목소리라니...
 
목소리도 쉰소리였는데, 정말 힘들게 쥐어짜내며 말하는 아픈 사람의 목소리.
 
범이와 나는 처음으로 당해보는 이런 괴상한 사건에 뜨악하고 있었지.
 
우리 정신부토 좀 챙긴후,
 
선태야 진정해라  몇시간 같이 있어주면서 위로하고 다 착각인거야 어쩌고 하면서 맥주 몇캔 같이 먹고, 범이와 나는 일단 선태집에서 나왔지.
 
저녁 무렵이었는데,
 
 
택시 안에서 범이와 이런 저런 얘기를 했지.
 
'범아, 그 어머니가 미국와서 다른데 산적 있으시냐? 혼자서?
 
아니, 죽 선태하고 살았을껄. 왜?
 
같이 살았는데, 왜 엄마보러 안오냐 라고 물어보냐?
 
글쎄 잘 몰겠는데...암튼, 내가 알기론 엄마는 선태하고 죽 같이 살은건 확실해.
 
 
 
하는데, 아 여기서 무섭더군.
 
어머니가 왜 안오냐는 것은 왜 방으로 안오냐는 말이었다는것을 꺠달은거지. 동시에 어머니의 시신이 최초로 발견되었을때 두눈과 입을 크게 열고 무서울 얼굴로 돌아가신것도 기억이 나고.
 
너무 아프고 힘드니까 왜 엄마 보러 안오냐고 방에서 아들을 계속 찾았던 거겠지. 방안에서 홀로 쓸쓸히 죽어가면서 나름대로의 분노나 안타까움이 쌓였을거라고. 그것을 알지도 못한채로 학교에 가버린 오직 의지할수 있는 유일한 대상인 아들에 대한 미련이 남아, 죽어서도 메세지를 남긴것이 아닐까. 고통과 외로움에 몸부림 치다 순간 죽음이 엄습해 온것이고, 자신이 죽은 상태인지도 모르는 어머니는 그렇게 죽기전에 보고싶었던 아들에게 평소 하듯이 연락을 한것은 아닐까.
 
소설을 썼다. 아님 진짜 그랬을까?
 
모르겠더라고.
 
범이 역시 좀 놀라는 눈치고.
 
그렇게 또 시간은 흘러갔고.
 
이 일 이후에는 알바하기가 정말 힘이 많이 들었다. 겁도 좀 많아지고.
 
암튼,
 
 
몇일동안 선태를 못보다가 다시 만났을때 그 응답전화기 어쩄냐고 하니까, 자기도 생각해보니 좀 으스스하고 그래서 부셔버렸다고. 그리고, 이제 다 괜찮다고. 아마 자기가 착각한것 같다고. 아마 이모들 중 누군가가 전화한거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건 좀 아닌것 같았고 걍 얼버무리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모가 왜 엄마보러 안와? 라고 물어보겠냐. 엄마 라는 단어는 나와 범이도 정확히 들었는데. 그리고, 그 의문의 치-하는 잡음과 말소리는 또 뭐고? 궁금한게 오히려 몇일 되니까 더욱 궁금해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도 주위에 있었고 선태는 이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눈치가 아니어서 더 자세하게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사실 그 응답기가 그때까지도 있었다면 내가 그것을 받아서 좀 더 연구를 해봤으면 하는...아쉬움이 있었지만.
 
 
학교 잘 다녀서 졸업 잘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버린 선태는 그 이후에 전화 몇번 주고 받다가, 끊어졌지. 원래 유학생과 여기 본토박이들이 오래 만날수는 없잖어.
 
그렇게 그 사건은 범이와 나, 그리고 선태만이 아는 설명하기 어려운 괴담으로 남아 있어.
 
그러나, 범이에게 가끔씩 그 얘기를 꺼내 물어보면 형 나도 몰라...하면서 별 관심없게 태도를 비쳐서, 나 혼자 아직까지도 궁금하게 회자되는 이야기로만 남았지.
 
 
과연 그 메세지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정말 죽은 엄마였을까? 아님 친척의 목소리가 국제전화다 보니 그렇게 잘못 연결이 된걸까.
 
난 잘 모르겠다.
 
귀신 얘기는 항상 잘 모르겠더라고. 진짜인지 착각인지. 항상 반반.
 
출처 : http://cafe.naver.com/sapjilgundan/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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